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류지 Nov 22. 2024

'폭!' 감싸지기

따스함을 '폭!' 감싸고 있는 양배추 말이

    추운 겨울날의 밤, 샤워를 하고 침대 위로 올라가 폭신한 이불에 나의 몸을 폭! 감쌀 때.

    달달한 애정표현보다는 툭툭 던지는 장난을 통해 사랑을 주고받는 모녀 사이이지만, 오랜만에 본 엄마에게 폭! 안겨볼 때.

    손녀딸을 너무나 사랑해 주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폭! 안길 때. 

    친구와 너무나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에 힘찬 포옹을 하여 친구와의 추억 속에 폭! 안길 때.


내 삶에 있었던, 폭! 안겼던 순간들. 그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따스함이 전해져 입가에 미소가 띠어진다. 대학원에 진학하며 처음으로 엄마 곁을 떠나 홀로 살아온 3년이라는 시간은, 내가 그 '폭!' 안기는 순간에서 오는 따스함의 체감온도를 더 높여주었고, 이 느낌을 더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갈망은 나의 요리에도 포근함이 깃들게 하였다. 


    최근에 나는 포근한 양배추 말이에 푹 빠져있다. 양배추를 조심스레 한 겹 한 겹 떼어내고, 보글보글 끓는 물에 삶은 후, 그 따스한 보자기 안에 오늘 선택한 속을 넣는다. "예쁘게 말려라~"하는 주문을 마음속에서 되뇌며 속을 양배추 잎으로 '폭!' 감싸준다. 나를 향한 나의 애정을 가득 넣은 그 따스한 양배추 말이를 한 입 먹으면, 양배추가 나의 몸도 마음도 '폭!' 부드럽게 감싸주는 것만 같다. 


    양배추 보자기에 이것저것 참 많이도 넣어보았다. 그중, 내가 가장 맛있게 먹었던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달달함과 부드러움이 일품인 고구마 양배추 말이, 그리고 두 번째는 할머니표 된장의 구수함을 가득 안은 쑥갓 양배추 말이이다.

1-고구마 양배추 말이의 속, 2-양배추의 두꺼운 줄기 부분을 잘라내는 과정, 3-완성 모습


<고구마 양배추 말이>
재료(1인분 기준): 양배추 잎 3장, 삶은 고구마 70g, 두부 70g, 생청국장(생략가능) 1T, 카리테 팥미소(생략가능) 1t

방법:
1. 끓는 물에 양배추와 두부를 넣고 뚜껑을 덮은 채로 5분간 데쳐준다.
2. 양배추를 제외한 위의 재료를 모두 잘 섞어 속을 만들어준다. 
3. 양배추의 두꺼운 줄기 부분을 칼로 조심스레 잘라낸다.
    (양배추가 더 잘 말리도록 해주는 과정이다. 잘라낸 부분은 입속으로 직행한다!)
4. 속을 3등분으로 나눈 후, 양배추 잎 안쪽에 하나씩 넣고 잘 감싸 말아준다. 
5. 준비 과정에서 혹여 음식이 식었다면 전자레인지에서 데우거나 잠깐 쪄주어서 따뜻하게 먹는다. 

참고: 
1. 카리테 팥미소가 없다면 약간의 소금으로 대체한다. 
<쑥갓 양배추 말이>
- 쑥갓 된장 무침 재료: 쑥갓 150g, 된장 2t, 들기름 2t, 참깨 1t, 굵은소금 1t
- 쑥갓 양배추 말이 재료: 양배추 잎 3장, 밥 약 70g, 두부 70g, 표고버섯 1개, 위의 쑥갓 된장 무침의 1/4의 양

방법: 
- 쑥갓 된장 무침
1. 끓는 물에 굵은소금을 넣고 쑥갓을 넣어 대략 20~30초간 짧게 데친다. 
2. 데친 쑥갓의 물기를 어느 정도 짜고, 된장, 들기름과 함께 버무린다. 
- 쑥갓 양배추 말이 
1. 끓는 물에 양배추와 두부를 넣고 뚜껑을 덮은 채로 5분간 데쳐준다.
2. 표고버섯을 얇게 썰어 오일에 볶아준다. 
3. 분량의 쑥갓 된장 무침을 잘게 썰어준다. 
4. 양배추를 제외한 위의 재료를 모두 잘 섞어 속을 만들어준다. 
5. 양배추의 두꺼운 줄기 부분을 칼로 조심스레 잘라낸다.    
    (양배추가 더 잘 말리도록 해주는 과정이다. 잘라낸 부분은 입속으로 직행한다!)
5. 준비 과정에서 혹여 음식이 식었다면 전자레인지에서 데우거나 잠깐 쪄주어서 따뜻하게 먹는다. 

참고: 
1. 쑥갓 된장 무침을 원하는 다른 나물 반찬으로 대체할 수 있다. 
2. 집마다 된장의 염도가 상이하기에 개인의 취향에 맞추어 간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며칠 전, 10개월 만에 본가인 부산에 다녀왔다. 고작 3일만 머물렀지만, 10개월 동안 단 한순간도 내려놓지 못한 긴장을 드디어 풀고 진정한 휴식을 취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우리 가족이 있는 따스한 집에서 '폭!' 안겨 사랑과 힘을 가득 채울 수 있음에 무척이나 감사했다. 그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날의 저녁, 나는 어김없이 양배추 말이를 만들어 먹으며 그 포근함을 이어 느꼈다. 

콩나물과 고추장을 섞어 속을 채운 양배추 말이와 들깨 무 미역국, 그리고 할머니 표 알타리 무김치
두부 캐슈 크림을 곁들인 고구마 앵배추 말이(좌), 우엉 당근 구이, 팽이버섯 다시마 들깨 조림과 함께한 양배추 말이(우)


우엉 구이와 함께한 양배추 말이(좌), 팽이버섯 다시마 들깨 조림과 함께한 양배추 말이(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