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당근 오트밀 죽
난 겨울을 참 좋아한다. 추위에 무척이나 약하지만, 추위를 맛본 후 느끼는 따스함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발이 꽁꽁 얼 만큼 추웠지만 길거리에 있던 미니 붕어빵을 지나치지 못하고 친구와 길에 서서 붕어빵을 호호 불며 나누었던 그 달달한 따스함, 차가운 바람을 맞아 볼이 하얗게 된 채로 집에 돌아와서는 전기장판에 쏙 들어가 손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으며 느꼈던 따스함. 그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겨울의 추억 때문일까. 나는 겨울이 좋다.
11월인 지금, 아직은 손발이 꽁꽁 얼 만큼의 추위는 오지 않았다. 다만, 이른 아침에 샤워를 하고 나오면 제법 쌀쌀해서 급하게 옷을 껴입는다. 그때 창밖에서 느껴지는 겨울 아침의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 온화하고 깨끗한, 뽀얀 바람들이 불어오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차가운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가 들리면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오늘도 따스하게 참 맛있을 나의 아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겨울의 아침을 무척이나 기다리게 해주는 나의 겨울 아침 식사, 이름하여 사과 당근 오트밀 죽을 소개하려 한다.
<사과 당근 오트밀 죽>
재료: 오트밀 1T, 치아시드(혹은 아마씨) 1t, 햄프시드 1t (선택사항), 콩가루 1t, 물 75ml, 코코넛크림 60ml, 사과 반 개, 당근 반 개.
방법:
1. 작게 썰어준 사과와 당근, 그리고 위의 모든 재료를 전날 밤에 섞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2. 다음 날 아침, 냄비에 1을 부어주고 중불로 끓인다.
3.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중 약불로 줄이고 바닥에 들러붙지 않게 저어준다.
4. 원하는 정도의 점도가 되면 불을 끄고 그릇에 담아낸다.
참고:
1. 쑥 가루, 흑임자 가루, 팥가루, 단호박 가루 등을 추가해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2. 나는 비코리치의 코코넛 크림을 사용한다. 이 제품은 다른 첨가물 없이 100퍼센트 코코넛크림만이 들어있어 항상 구비해 두는 편이다.
1화에서 소개한 나의 코코 오버나이트 오트밀의 겨울 버전인 셈이다. 그때의 코코 오버나이트 오트밀이 상쾌하고 시원하게 아침을 맞이하게 해 주었다면, 이번 사과 당근 오트밀 죽은 온화하게 아침을 맞이하게 해 준다. 공통점은 당연, 맛있게 하루를 시작하게 해 준다는 것, 그래서 아침이 기다려지게 한다는 것이다 :)
2024년, 정말이지 과장 하나 없이, 내 인생에서 지치고 힘들고 우울했던 순간들이 가장 많았던 한 해이다. 2024라는 이 숫자 자체가 미워질 만큼이었다. 그래서 내일이 두렵게만 느껴지는 날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내일 아침에 만날 나의 맛있는 아침 식사를 생각하면, 내 마음속에서 영영 꺼질 뻔했던 희망의 촛불에 가까스로 불이 살아나고는 했다. 나를 멈추지 않게 해 준 나의 아침 식사에 참으로 감사한 한 해이다. 남은 2024년, 그리고 그 후 나의 앞으로의 나날들에서 나의 아침 식사는 어떤 의미가 될까, 혹은 어떤 의미가 되기를 바라는 지를 생각해 본다. 그날, 당차고 씩씩하게 밖으로 나가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데에 힘을 주는 그런 존재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