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쌈밥 구이
저번 수요일, 나는 집에서 무려 한 시간이나 걸리는 곳으로 장을 보러 갔다. 바로, 내가 참 좋아하는 식당인 '큔'에서 여는 7일장에 방문한 것이다. 큔의 7일장은 매주 수요일마다 큔 매장 앞에서 열리는 작고 소중한 시장으로, 매번 3~4개의 농장이 참여한다. 이곳에 방문하면 우리는 서울 한복판에서 말 그대로 '팜 투 테이블'을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사실, 나는 처음에는 딱 하나만 사려고 했다..! 땅콩호박 또는 버터 넛 스쿼시(Butternut squash)라고 불리는, 주변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이 노란 호박만을 데리러 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나만 살 리가 있나. 예상을 어느 정도 했기는 했지만 나는 또 양손이 무겁게 장을 보았다. 밭에서 막 와서 참 다정하게 생긴 채소들에게 홀딱 반할 수밖에 없었지 뭐람. 그중에서도, 이 재료를 이용한 요리를 해보기는커녕 맛을 본 적도 없었던 아주 예쁜 호박꽃이 눈에 들어왔다. 솔직히 내 앞사람들이 호박꽃을 다 사가길래 나도 홀린 듯 사버린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아리땁고 노란 꽃들이 우리 집 냉장고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날 저녁, 이 꽃들은 구수함을 가득 담은 보자기가 되었다.
<호박꽃 쌈밥 구이>
꽃 2송이 분량: 밥 100g, 두부 60g, 당근이나 애호박 40g, 카리테 팥미소 1t (생략하거나 일반 된장으로 대체 가능), 감자 전분, 오일.
1. 당근이나 애호박 등 원하는 채소와 두부를 끓는 물에 넣고 약 5분간 데친다.
2. 채소는 잘게 썰고 두부의 물기를 빼준다.
3. 데운 밥, 두부, 채소 그리고 카리테 미소를 함께 섞어 속을 만든다.
4. 호박꽃을 잘 씻고, 안쪽에 먹지 못하는 암술을 조심히 제거한다.
5. 꽃 안쪽 면에 전분가루를 소량 묻혀주고 3의 속을 채워 넣는다
6. 겉면에 골고루 전분을 묻혀준다
7. 중불에서 구워주면 완성이다.
두 달 전쯤에 애호박, 당근 그리고 가지로 꽃(12화 참고)에 이어 두 번째로 한 꽃 요리였다. 그때도 이번에도 꽃이 차분하게 올라가 있는 요리를 할 때면 참 기분이 좋아졌다. 내 마음속에도 꽃이 한 송이 피어있어야 그런 요리를 할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안에 피어있는 꽃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 나에게 이 아름다움을 대접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더불어 내가 나중에 가게를 차린다면, 그곳을 꽃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예쁜 꽃병에 그 계절을 알리는 꽃을 꽂아 향기로운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내 마음속의 꽃을 꺼내 나의 요리에 담아낼 것이다. 그렇게 그 꽃이 나의 손님들의 마음속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꽃을 선물하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
당분간 개인 사정으로 연재를 쉬어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