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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류지 Oct 04. 2024

채소 공부: 더덕과 우엉

공부하자. 채소도 나도. 

    요즘 시장에 가면 흙이 잔뜩 묻어 언뜻 보면 다 비슷하게 생긴 나뭇가지 같은 채소들이 한가득이다. 바로, 더덕, 연근, 그리고 우엉 등 가을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인 뿌리채소들. 특히, 나는 '더덕 순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더덕을 좋아한다. 본가에서 살던 적, 이맘때의 계절에 우리 집에서는 매일 ’쿵쿵쿵‘ 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깨끗이 씻고 껍질을 깐 더덕을 반으로 잘라 절구방망이로 두드려서 펴주는 소리였다. 이렇게 손질한 뽀얀 더덕에 소금만 약간 뿌려 지글지글 굽는다. 그리고는 따스한 밥 위에 이 구운 더덕 한 조각을 살포시 올려 먹으면, 입 안을 가득 메우는 향긋함에 환한 미소가 지어진다. 

흙이 묻어 정겨운 뿌리 채소들. 연근, 우엉, 더덕, 그리고 토란


    자취를 시작한 후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된 뿌리채소 요리를 하는 가을이다. 이전 같았으면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깨끗하게 손질된 재료를 사거나 아예 사지를 않았을 테지만, 음식과 요리를 대하는 마음이 진지해진 지금의 나는 흙이 묻어 더 정겨운, 시장의 채소들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나는 더덕, 연근, 그리고 우엉을 사 와서 깨끗이 씻기고 정성스레 껍질을 벗기고 조리를 했다. 


    한편, 요즘 내가 아주 푹 빠진 프로그램이 있다. 지리산 금수암의 주지 스님이시자 사찰요리의 명장이신 대안스님의 사찰요리를 소개하는, 2020년~2021년에 방송되었던 <대안이 있는 테이블>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지난 방송들을 보고 대안 스님의 요리에 푹 빠졌고, <대안스님의 채소밥>이라는 책도 구매하여 자세한 레시피뿐만이 아니라 채소를 알맞게 다루고 조리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그렇게 요즘의 나는 각 채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잘 살리고, 최대한으로 영양소를 잃지 않게 할 뿐만 아니라 부족한 영양소를 고려하여 다른 재료로 이를 보충해주기도 하는 '좋은' 요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공부를 통해 탄생한 나의 좋은 요리인 더덕 코코넛 구이우엉조림을 자신 있게 소개한다!



<더덕 코코넛 구이>

1. 더덕을 흐르는 물에 잘 씻어준다. 

2. 더덕은 진액이 나오니 장갑을 끼고, 작은 칼로 돌돌 돌려가며, 마치 사과 껍질을 까듯이 껍질을 까준다. 

이때, 감자 필러를 사용하면 물론 간편하고 빠르게 벗길 수 있지만, 더덕은 껍질 쪽에 영양분이 가장 많기에 이를 추천하지 않는다.

3. 소금물에 10분 정도 담가 특유의 아린 맛을 제거한다. 

4. 길게 반으로 자르고 절구 방망이나 칼 밑동으로 두드려 펴준다.

5. 약간의 소금을 넣은 찹쌀가루를 골고루 묻힌다. 

6.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코코넛 오일을 한 스푼 넣고 더덕을 올려준 후, 중불에서 양면을 약 3분씩 구워주면 완성이다.  

이때, 코코넛 오일은 더덕의 부족한 지방을 보충해 줄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은은한 고소함을 더해준다.

7. (선택 사항) 건조 코코넛 슬라이스가 있다면 더덕을 프라이팬에 올림과 동시에 이를 함께 소량 올려준다. 

더덕과 코코넛의 만남이라니. 언뜻 보면 어색한 조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둘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지방이 부족한 더덕의 단점을 코코넛의 풍부한 지방이 보완해 줄 뿐만이 아니라, 더덕의 쌉싸름한 향긋함과 코코넛의 고소함이 서로의 맛을 더 좋게 하며 참 잘 어우러진다. 



<우엉조림>

1. 우엉 1개를 흐르는 물에 잘 씻어준다. 

2. 칼등을 이용해서 살살 긁어내듯이 껍질을 벗겨준다. 

이때, 이 또한 감자 필러를 사용하면 편하겠지만, 우엉도 더덕과 마찬가지로 껍질 쪽에 가장 영양분이 많기에 칼등을 이용해 최대한 얇게 깎아내는 것이 좋다. 

3. 깎은 우엉은 조리기 전까지 식초물에 담가둔다. 

이는 우엉의 갈변을 막을 뿐만이 아니라 아린 맛을 없애준다. 

4. 냄비에 물 500ml과 간장, 들기름, 조청을 각각 1T (15ml)씩과 모양이 비슷하게 손질한 우엉, 당근, 그리고 버섯을 넣어주고 센 불에 끓인다.  

5. 보글보글 끓으면 약불로 줄이고 20~30분 졸여주면 완성이다. 

새송이 버섯(좌), 그리고 목이버섯(우)와 함께 조린 우엉과 당근.

이 요리의 포인트는 재료들을 비슷한 모양새로 잘라주는 것이다. 길쭉길쭉 이거나 둥글둥글. 이 한 접시 속에 포근히 담긴 통일감에 흐뭇한 미소가 나온다 :)



    채소를 알맞게 손질하고 조리하는 방법, 그리고 그것의 영양성분을 공부함으로써 우리는 더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얻게 된다. 사람도 그렇다. 한 사람이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사회적인 존재이기에 남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공부가 아닐까. 조금의 용기와 함께 다양하고 새로운 공간 속에 나를 넣어보고, 조금의 부지런함을 더해 많은 것을 배워보고, 또 다양한 것을 먹어보기도 해 보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가는 것. 즉,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시간. 27년을 살며 학교 공부만을 열심히 했던 나는, 요즘 내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나에 대해 적힌 교과서도, 문제집도, 그리고 수업도 없어 지금껏 해왔던 어떤 공부보다 어렵지만, 그랬기에 천천히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더욱 소중하다. 그렇게 나라는 사람을 자세히 알아가며 더 건강하고 담백한 사람이 되는 중이기를 바란다. 


연근 구이, 그리고 <대안 스님의 채소밥>을 참고하여 만든 우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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