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브 Nov 07. 2020

어제 빨래를 안 해서 입을 옷이 없어

I don't have any clothes to wear cuz ..

☼ 이 글은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데 영- 하기가 싫고, 그래서 좋아하는 것들을 섞어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시작되었습니다. 가벼운 낙서와 함께 제가 남겨두고 싶은 소소한 이야기 혹은 그 문장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에 대해 풀어냅니다. 그러니까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쓰는 글이지만 영어보다 한글이 더 많은 글입니다.





종종 살림꾼일 것 같다는 오해를 많이 받지만, 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만 중하고 나머지는 대체로 막 사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빨래는 그 후자에 속하는데 색깔의 옷이건 운동복이건 속옷이건 구분 없이 한 통에 넣고 돌려버린다. 속옷도 와이어에서 벗어나고 난 뒤엔 다른 옷들과 함께 한 통에 섞여 덜덜덜 잘만 돌아간다. 그나마 구분하는 것은 수건인데 옷감 손상이 많이 된다고 해서 지난해부터 구별해서 빨기 시작했다. 가끔 락스를 조금 풀어주기도 하는데 옷이 탈색될 걱정도 없고.. 이렇게 쓰니 실용성으로 선택한 느낌이 든다.


대단히 나갈 일도, 보이는 것에 신경을 쓰고 살지도 않아 옷이 뭐 거기서 거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끔 '나갈 일'이 생기면 당연하게도 옷이 없다. 그래도 제법 잘 갖춰 입으면 거기에 맞는 신발이 없고, 신발부터 맞춰 올라가면 입을 옷이 없다. 이게 다 귀찮아서 한 번에 몰아서 빨래하는 탓이다. 아 어제 빨래 좀 할걸.. 아니, 그냥 옷이 없는 것 같기도?라는 생각을 5번 정도 되풀이할 때, 나를 오랫동안 봐 온 패피 친구가 옆구리를 쿡찌르며 진단을 내려줬다. 요브야, 넌 '기본'이 없기 때문이야. 항상 너 좋을 때로 화려한 프린트에 눈이 쏠려 구매해버리니 거기에 같이 입을 옷들이 변변치 않다는 것이다. 어떤 옷들을 가지고 있는지, 거기에 어떻게 매칭 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 후에 구매를 해야 하는데, 눈에 꽂히면 일단 집어 들고 피팅하고 사이즈에 맞고 그럼 장바구니에 담기기도 전에 바로 결제를 하는 탓에 땡땡이 셔츠를 입고 맨발로 나가거나, 샛노란 운동화를 신고 빤쓰만 입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거라고


아, 극단적인 것은 성격만이 아니었다. 까맣거나, 하얗거나, 아니면 세상 별천지를 그려 넣은 옷만 있는 나의 행거에도 나의 인성이 걸려있었다. 기본은 왜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해지는 걸까, 좀 유별나게 튀는 애들끼리 모여서 더 멋지게 다니는 건 어려운 건가?..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캘리포니아 햇살 아래 잘 익은 샛 주황색의 후드티가 아주 마음에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능력 밖의 일은 하지 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