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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워커 Oct 03. 2024

퇴사 후 6개월,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을 지탱하는 기둥에 대해 

퇴사한 지 벌써 6개월이 흘렀다. 이 시간 동안 나름 바쁜 일상을 보냈다. 커리어 상담사로서 여러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직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논의하고, 심리 상담을 통해 내담자들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왔다. 이전보다 한층 여유로운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했고, 운동과 산행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했다. 피아노를 연습하며 새로운 취미도 찾았고, 주식 투자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점점 더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다. 나는 이제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더 이상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회사원의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대신 내가 내면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이끌고 싶다.


물론 가끔씩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이 답답해지고, 심한 긴장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아마도 내 마음이 보내는 분명한 신호일 것이다. 나는 다시 직장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것이 내가 원하는 길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제는 나만의 길을 찾아 나아갈 때라고 생각한다.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주도하며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은 요즘 내가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나는 지금 54세다. 우리 세대의 평균 건강 수명이 약 75세라고 본다면, 남은 시간은 이제 20년 남짓이다. 그렇다면 그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6개월 전 퇴사를 하던 시기에 나는 이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단순히 머릿속에서만 이리저리 고민한다고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실험’을 시작했다.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직접 부딪쳐 보고, 경험해 보고, 느껴봐야 한다고 믿었다.


내가 선택한 실험방식은 간단하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직접 해보는 것이었다.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일이 나를 기쁘게 하고 의미를 느끼게 만드는지 직접 경험을 통해 알아보고,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더 명확하게 잡아가고자 했다.


이 실험을 통해 나는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아직 모든 답을 찾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흐릿하던 것들이 명확해지는 것을 느낀다. 어떤 일들은 나에게 큰 기쁨과 성취감을 주었고, 어떤 일들은 오히려 답답함과 불안감을 주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하고, 무엇을 멀리해야 하는지 조금씩 깨닫고 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방식을 결정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씩 실험해 보고, 느껴보는 과정이 결국 나를 내가 원하는 길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이제부터 내가 경험한 것들을 하나씩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심리상담과 커리어상담>


나는 대학원에서 조직상담학을 전공했다. 조직상담학은 상담심리학의 한 분야로, 특히 직장인이 겪는 심리적 문제와 진로 문제에 집중하는 학문이다. 나는 직장인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이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 직장 생활의 심리적 압박이나 진로에 대한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 스스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퇴사하기 약 1년 전, 서울 시내의 한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커리어 상담사로 일할 기회를 제안받았다. 반가운 제안이었다. 직장인들의 심리와 진로 문제에 대한 오랜 관심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나는 그 제안을 수락했고, 그 후로 지금까지 커리어 상담사로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가능하다면 이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고 싶다. 


내담자들은 각기 다른 직업적 고민과 문제를 안고 찾아온다. 진로에 대한 혼란을 겪거나, 직장 내에서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다. 취업이 되지 않아 막막해하는 사람부터 이직을 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 직무 스트레스와 정서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까지 다양한 내담자를 만나고 있다.


나는 먼저 내담자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면서,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이후에는 그들의 흥미와 적성을 탐색하며, 함께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단계를 밟아 나간다. 보통 한 내담자와 6시간 정도 상담을 진행하지만, 문제가 심각하거나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경우 2시간 정도 더 상담하기도 한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내담자들이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나에게 큰 보람이다. 


이제 커리어 상담을 시작한 지 14개월이 되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한 달에 한 명 정도의 내담자와 상담을 했지만, 지금은 한 달에 10명이 넘는 내담자를 만나고 있다. 내가 상담하는 센터에서 그간의 성과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내담자들이 상담을 마친 후 감사의 인사를 보내올 때, 이 일이 내게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커리어 상담은 나의 관심사와 직업적 경험을 가장 잘 연결해주는 일이다. 26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통해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내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내가 상담자로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때, 나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상담자로서의 효능감, 그리고 누군가의 인생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감정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나는 앞으로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 이 일을 통해 나도 성장하고, 또 다른 이들의 삶에도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이자, 앞으로도 걸어갈 이유이다.


나는 40대 중반에 들어서야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었다. 말로만 듣던 ‘중년의 위기’가 내게도 찾아왔고,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다. 허무한 정서가 쉽게 가시지 않았고, 점점 더 큰 혼란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상담심리대학원에 진학했고, 그곳에서 내 자신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비전을 얻게 되었다.


상담심리사로서의 길을 걷기로 한 결정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깨달았다. 내 인생의 목적은 단순히 회사에서 파워포인트를 만들거나 엑셀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고.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고 치유하는 일이야말로 내가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이었다. 40대의 마지막 해에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제는 심리상담사로서 내담자들과 그들의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 


상담자로서 하는 일은 단순히 내가 내담자를 도와주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 상담은 일종의 상호작용이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도움을 주지만, 그 과정에서 내담자 또한 상담자에게 깨달음을 준다. 서로가 함께 성장하고 의지하는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내가 상담을 통해 얻는 가장 큰 배움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서 내 마음이 더 넓고 깊어지는 경험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마치 두꺼운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 그 책 속에는 실패와 좌절, 슬픔과 불안 같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동시에 희망과 회복, 그리고 승리의 이야기도 있다. 그런 이야기들을 마주하면서 나 역시 내면의 성장을 경험한다.


또한, 심리학 연구자로서 상담은 일종의 실험이다. 상담 케이스 하나하나가 내가 연구한 이론을 적용하고 테스트하는 임상 데이터가 된다. 상담실에서 매일 나의 가설을 검증하고, 그에 따라 이론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은 학문적 성취감을 준다. 내가 공부한 것을 현실에서 적용하고, 그것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큰 보람을 준다. 


상담심리사 수련을 시작했을 때, 나는 약 1년 3개월 동안 무료 상담을 진행했다. 처음 접수 상담을 할 때는 긴장감이 엄청나게 높았다. 미리 준비한 질문을 대본처럼 읽으며 서투르게 상담을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내가 과연 상담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조금씩 자신감을 얻었다. 매주 상담을 진행하고, 선배 상담사들에게 수퍼비전을 받으면서 점차 내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꼈다. 수련을 마칠 때쯤, 내담자들이 상담 결과에 만족한다고 했을 때 비로소 상담자로서의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번은 마지막 상담을 마치고, 내담자가 손편지를 건네주었다. 그 편지를 지하철에서 읽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난다. 그 순간, 내가 누군가에게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비록 초보 상담자로서 실수한 부분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때 나의 진심과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뜨거웠다고 확신한다. 그 진심이 내담자들에게 전달되었기를, 그리고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부디 용서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바로 상담업에 뛰어들지는 못했다. 상담사로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경제적인 준비와 가족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다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려웠다. 그 후 5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상담업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내가 준비가 되었다고 바로 상담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곳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지원을 했지만, 쉽게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상담센터에서 함께 일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현재는 그곳에서 EAP 상담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상담을 주로 하고 있다. 커리어 상담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심리 상담은 더 심층적인 주제와 문제들을 다룬다. 이 과정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더 나은 상담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내담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심리 상담은 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신을 성장시키며,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이다. 상담자로서 나는 계속해서 배우고 있고, 그 배움을 통해 더 나은 상담자가 되기를 바란다. 내담자들이 나를 통해 조금이라도 마음의 고통을 덜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이다.


<글쓰기>


글쓰기는 나의 삶에서 오랜 친구와 같은 존재이다. 오랫동안 글을 써왔고,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해왔다. 퇴사 후에도 나는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글을 통해 뭔가 성과를 거두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삶에서 글쓰기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글쓰기는 나의 개인적인 역사와 생각을 기록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나는 메모장과 일기를 통해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감정을 기록한다. 중요한 사건이나 경험도 세세하게 적으려고 노력한다. 산행이나 영화, 독서와 같은 경험도 기록에 남긴다. 이런 기록들은 대부분 다시 열어보지 않고 잊혀지곤 하지만, 나의 역사가 어디에선가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안도감을 준다. 그 기록들이 언젠가 글을 쓰거나 새로운 일을 계획할 때 아이디어의 창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둘째로, 글쓰기는 나의 마음을 정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나는 단지 나중에 쓸만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속에 얽힌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하고 명확히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순간적으로 격한 감정이 올라왔을 때 메모장에 한두 단어를 적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곤 한다. 오래 묵은 감정들도 일기장에 솔직하게 써 내려가다 보면 점차 녹아내리듯 풀어지기도 한다. 또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좋은 아이디어가 글로 정리되면서 명확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이렇듯 글쓰기는 다양한 상황에서 내 감정과 생각을 안정시키고 명료하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쓰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셋째로, 글쓰기는 나를 표현하고 세상에 알리는 수단이기도 하다. 음악이나 미술도 좋아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감상자로서 즐길 뿐 나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는 아니다. 나를 진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글쓰기이다. 나는 특히 심리상담에서 얻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글로 표현하고 싶다. 진실한 상담자로서, 그리고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나의 생각을 세상과 나누고 싶다. 나를 표현하는 글이 단순히 일기나 기록으로 그치지 않고,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 글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이, 나아가 세상이 조금이라도 변화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를 희망한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글쓰기는 나에게 애증의 대상이기도 하다. 글을 오래 써왔지만,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몇 년 전에는 대학원 석사 논문과 같은 주제로 한권의 책을 써보려 했지만, 글이 쓸모없고 재미없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그러다 결국 글쓰기를 중단하게 되었고, 그 후로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과 글쓰기 역량이 부족하다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살고 있다. 이제는 완벽하게 잘 쓰려는 집착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오래오래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글쓰기에서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


나는 여전히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명작을 남기는 대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나의 생각을 꾸준히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단순히 글을 잘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솔직하고 매력적인 글을 쓰고 싶다. 독자들이 내 글을 읽고 즐거움을 느끼고, 무엇인가를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나는 무엇보다도 일단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언젠가는 20년 후쯤, ‘이제 더 이상 글쓰기에 여한이 없다’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지금 내가 글쓰기에 대해 갖고 있는 소망이다.


글쓰기는 내 삶의 일부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의 역사와 생각을 기록하고, 내 마음을 정리하며, 나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글쓰기는 여전히 나와 함께할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 세상에 나를 알리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목표가 있는 한,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운동>


퇴사 후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더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주로 하는 운동은 등산과 피트니스이다. 피트니스는 매일 아침마다 하고 있으며, 등산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간다. 사실 등산은 이미 4년째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피트니스는 이제 막 3개월이 되었다. 여기에 러닝도 포함된다. 처음에는 피트니스센터의 트레드밀에서 시작한 러닝이었지만, 점점 집 근처의 개선 공원에서 산책로를 달리는 즐거움도 느끼고 있다. 과거에는 1km도 달리기 어려워하는 저질 체력이었지만, 지금은 6-7km의 거리도 수월하게 달릴 수 있다. 오랜 기간 러닝을 해온 사람들에게는 이 정도 거리는 쉬운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이만한 성장이 매우 신기하고 뿌듯한 경험이다.


내가 운동을 꾸준히 하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건강 때문이다. 사실 나는 건강이 좋지 않다. 젊은 시절 건강관리에 소홀했던 탓에 중년에 접어들며 여러 질병을 겪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식단 관리와 운동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며, 다행히도 지금은 수치가 많이 안정화되어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하는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건강에 대한 걱정은 남아 있다. 의사의 경고가 나를 자극해 식단과 운동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려면 의지가 필요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운동 자체가 곧 모티베이션이 된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어제보다 더 무거운 아령을 들어올릴 때, 어제보다 더 먼 거리를 더 빠르게 달릴 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낀다. 땀을 흘리고 숨을 몰아 쉬면서도 큰 성취감을 느낀다. 운동을 마친 뒤, 피트니스 센터를 나서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 그 순간이 마치 삶의 최고 정점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순간들이 나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건강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그 다음이다. 진정한 동력은 운동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과 성취감이다.


가끔 유튜브에서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근육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며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곤 한다. 내가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것은 4년 남짓한 시간이지만, 그 시점이 나에게 중요한 갈림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환자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열심히 운동한다고 해서 질병이 완전히 예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희망은 나에게 든든한 힘이 된다.


그렇기에 남은 시간 동안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운동은 단순히 몸을 단련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삶의 중요한 부분이자 나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수단이다. 운동을 통해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며, 그 여정을 글로 남기고 싶다.  


<투자>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는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정년 전에 은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내가 54세에 퇴사를 결심한 것은 단순한 은퇴라기보다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퇴사를 했지만 심리 상담과 글쓰기를 통해 계속 소득을 창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FIRE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된 이유는 직장생활과 병행하여 절약과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준비해왔고, 퇴사 후에도 투자가 경제적 자립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절약이다. 절약을 통해 여유 자금을 만들 수 있지만, 절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절약을 통해 창출한 여유 자금을 투자하여 자산을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해 준 책은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였다. 이 책은 자산을 축적하고 자산이 나를 위해 일을 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그 책의 모든 내용을 다 좋아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부터 자산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품고 다양한 투자에 도전하게 되었다. 


나에게 가장 친숙했던 투자는 부동산 투자였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운 좋게 서울 부동산에 투자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대출을 활용해 아파트를 구매하고, 이를 팔아 더 큰 평수와 더 나은 환경의 집으로 옮겨가며 자산을 점차 늘려나갔다. 이 과정에서 자산의 증가를 몸소 경험하면서 부동산이 가장 큰 경제적 기반이 되었다. 물론 내가 서울에 살았기 때문에 이런 투자가 가능했겠지만,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과정도 중요했다.


주식 투자에서는 어려움이 많았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주식에 투자했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정도로 열정을 쏟았던 초기 투자에서는 성공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몇 번의 성공적인 투자 경험이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주식 투자에서의 첫 번째 성공은 투자 후 한동안 잊어버리고 방치했던 장기투자였다. 당시 주식 손실로 인해 크게 낙담했던 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어떤 주식을 사놓고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증권사에서 유상증자 관련 전화를 받았을 때, 나는 그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주식 계좌를 확인하니 수익률이 무려 500%에 달했다. 이 경험을 통해 좋은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높은 수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두 번째 성공은 펀드 투자였다.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받은 계약금을 3개월 동안 굴릴 곳을 찾다가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게 되었다. 펀드 가입 후 3개월 만에 수익률이 30%가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20%에 달하는 수익이었다. 펀드 투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세 번째 성공은 근무하던 회사의 우리사주조합에 가입한 것이었다. 그 회사에서 급여의 일부로 회사 주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었고, 회사에서 추가적인 보조금도 제공했다. 그 기업은 당시 업계의 선도 기업이었기에 주식의 가치는 꾸준히 상승했다. 적립식 투자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주식을 매입한 결과,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좋은 자산을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훌륭한 장기 투자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이후로도 나는 꾸준히 주식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닷컴 버블,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2022년의 하락기 등 여러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퇴사 후 심리 상담을 하면서, 상담을 통해서는 아직 충분한 소득을 벌지 못하고 있지만, 가족을 위한 경제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수익이 새로운 도전을 위한 다리가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내 목표는 연간 15%의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다. 물론 이 목표는 매우 도전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퇴사 첫해에는 운이 좋아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었지만,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리밸런싱을 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고자 한다. 나의 투자 목표는 단순히 큰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가족의 경제적 안정을 이루는 데 있다. 상담업이 정착될 때까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소득을 주식 투자에서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주식 투자는 매우 위험한 투자 방식이다. 언제든지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나는 항상 분산 투자에 신경을 쓰고, 경제 흐름을 주의 깊게 살피며 경제 주기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다행히도 지금은 회사에 다닐 때보다 주식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 유리한 면도 있다. 흥미롭게도 주식 투자를 연구하면서 세계의 기술 혁신, 경제 흐름, 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되었다. 경제 공부는 나에게 또 다른 재미와 만족을 준다.


26년간의 주식 투자 경험을 돌아보면, 나는 어제보다 더 나은 투자자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주식 투자는 내 삶의 기반이자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지속적으로 경제 흐름을 파악하고 투자 전략을 다듬으며, 경제적 자립을 위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악기 연주>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나는 몇달 동안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다. 집 앞의 작은 음악학원에서였는데, 가정집을 개조한 학원이어서 학원보다는 오히려 친근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 학원에는 두 분의 선생님이 계셨고, 학원 수강생 중에 남학생은 나 혼자였기 때문에 그분들의 관심과 애정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도 좋았기 때문인지, 나는 오랫동안 피아노를 다시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작년부터 나는 피아노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계획이 있거나,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유튜브에 올라온 피아노 연주와 악보를 참고하며, 집에 있는 디지털 피아노에 앉아 혼자서 연습을 계속해 왔다. 처음에는 악보를 읽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꾸준히 연습한 결과 지금은 적어도 악보를 읽고 건반을 누를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여러 번 연습하다 보면 한 곡을 간신히 치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피아노를 배워서 전공을 하거나, 돈을 벌거나,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내가 피아노를 연습하는 것은 특별한 목적이 없는, 그저 재미를 위한 활동일 뿐이다. 단지 피아노를 배우고 연주하는 그 자체가 즐거워서, 그것이 좋아서 나는 피아노 앞에 앉는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나이가 들어서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일까? 우선, 누구나 그렇듯이 나 역시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그 음악을 가장 많이 듣는 청중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내가 연주하는 음악은 비록 어설플지라도, 나는 그 음악을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최선을 다해 듣는다. 전문 연주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천한 실력이지만, 내가 연주한 음악은 그 어떤 다른 음악보다도 더 많이 나를 위로해 준다. 이는 전문 연주자의 훌륭한 음악을 듣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음악을 연주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이 즐거움은 마치 운동을 하는 즐거움과도 비슷하다.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 처음에는 더듬거리며 건반을 찾아 누르고, 반복적으로 연습하면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연주하게 되는 과정은 운동과 유사하다. 처음에는 무거운 기구를 들기 힘들어하던 내가 매일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점점 무게를 늘려가듯이, 피아노 연습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익숙해진다. 운동이 처음엔 고되고 잘 되지 않아 짜증이 나다가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되는 것처럼, 피아노 연주도 어느 순간 부드럽게 이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성취감을 느끼고, 그것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배움의 과정은 흔치 않다. 어린 시절에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성취를 이루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런 기회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운동과 악기 연주를 통해 다시금 성장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경험은 나에게 큰 성취감과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나는 앞으로도 피아노 연주를 계속할 생각이다. 운동을 하듯이, 피아노 연습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날이 올 때까지 이어나가고 싶다. 어릴 적 피아노 학원에서의 경험이 이렇게 세월을 견뎌내고, 5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나를 사로잡고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 시절 피아노 학원에 보내주신 어머니께, 그리고 나에게 피아노에 대한 즐거운 기억과 환상을 심어주신 두 분의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퇴사 후 삶의 다섯 기둥>


퇴사 이후의 내 삶은 심리상담과 커리어상담, 글쓰기, 운동, 투자, 그리고 피아노 연습이라는 다섯 개의 기둥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각 기둥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며 나의 일상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준다.


첫 번째 기둥인 투자는 경제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는 다른 모든 기둥이 굳건히 서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주식투자가 실패한다면, 다른 활동들도 원활히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에는 직장생활을 통해 수입을 얻고 미래를 준비했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투자가 대신하고 있다. 경제적 안정은 내가 추구하는 다른 활동들이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심리상담과 커리어상담, 그리고 글쓰기는 세상과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데 중요한 기둥들이다. 상담과 글쓰기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상담을 통해 얻은 경험과 인사이트는 글쓰기의 소재가 되고, 글쓰기는 상담 과정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내 경험을 정리하고, 또 다른 내담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한다. 상담이 잘 이루어져야 글쓰기가 풍부해지고, 글쓰기가 잘 될 때 상담 역시 더 깊어질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상호작용하며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들어간다.


특히 글쓰는 심리상담자 중 어빈 얄롬을 좋아한다. 물론 그와 나를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얄롬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상담자로, 그의 글은 전문적이면서도 매우 인간적이고 감동적이다. 나는 그의 글이 심리상담의 정신과 가치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와 같은 글을 쓰는 것이 목표는 아니지만, 심리상담의 중요성을 알리고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는 글을 쓰고 싶다.


운동과 피아노 연습은 나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순수하게 나 자신을 위한 활동이다. 투자나 상담, 글쓰기는 외부와의 연결을 필요로 하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부담이 수반될 수 있다. 반면 운동과 피아노 연습은 나를 위한 순수한 기쁨이자 에너지원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나는 세상과 연결된 활동들에서 느끼는 소진감을 해소하고, 다시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이 다섯 개의 기둥들에 대한 계획은 현재 시점에서의 내 삶을 위한 설계도이다. 마치 초안을 다듬어 최종본을 완성하듯, 이 기둥들은 앞으로 더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고, 내용이 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기둥들이 꽤나 단단하게 서 있다는 사실이다. 오랜 준비와 경험을 바탕으로 선택한 기둥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퇴사 후 6개월 동안 나의 삶을 일종의 실험실로 생각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검증해온 결과물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의 삶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퇴사나 은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자신의 삶을 지탱해줄 몇 개의 기둥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삶은 하나의 기둥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신체와 마음의 건강, 사회적 관계, 경제적 안정 등 여러 기둥이 필요하다. 이 기둥들을 마련한다면 불확실한 시기에도 더 안정적인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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