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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들 Jan 01. 2024

우정에 목숨 걸지 말아라.

이병철과 구인회의 갈등

우리가 발전을 하려고 할 때 보통의 경우 발목을 잡는 사람은 친구입니다. 이는 친구를 비난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역시 친구가 나보다 앞서 나가는 걸 질투합니다. 물론 우리는 친구가 잘 되는 걸 축하합니다. 하지만 상한선이 있습니다. 인간은 결코 친구가 나보다 압도적으로, 내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하는 걸 온전히 축하할 수만은 없습니다.


따라서 내가 어떤 도전을 하려 할 때 친구가 응원해주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내 도전에 의문을 표한다 해도 속상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원래 그렇습니다. 우리는 겨울에 기온이 낮고 해가 빨리 진다고 해서 놀라거나 속상해하지 않습니다. 겨울에는 원래 그렇습니다. 물론 우리는 변치 않는 우정을 말하곤 합니다. 두 사람이 변치 않는 우정을 갖기 위해서는 한 명이 빨리 죽거나 둘 다 전혀 발전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우정이 설 자리는 좁아집니다.






삼성 회장 이병철과 LG 회장 구인회는 어린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두 사람은 사돈 관계까지 맺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전자산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하자 두 사람의 우정은 끝납니다. 우정은 경쟁하지 않을 때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우정이 있는지 없는지 모릅니다. 경쟁하지 않으면 굳이 싸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싸우지 않는 것 뿐입니다. 우정이 있어서 싸우지 않는 게 아니라 경쟁이 없어서 싸우지 않는 것입니다.


어느 날, 이병철과 구인회는 골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병철 회장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구회장, 우리도 앞으로 전자 사업을 하려고 하네.”


구인회 회장은 이 말에 벌컥 화를 내면서 “남으니까 하려고 하지.”라고 이병철 회장을 쏘아붙였습니다. 즉, 이익이 나니까 사돈이 하는 사업에까지 끼어들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병철 회장은 구인회 회장이 화를 내자 아무 말도 못 하고 민망해하며 자리를 뜹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이는 아주 멀어지게 됩니다.


LG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지방 신문에 ‘전자 산업 업계의 주장’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삼성의 전자 산업 진출은 부당하다’는 기사를 연속해서 내보냅니다. 삼성 역시 자사 소유의 중앙일보를 통해 LG를 공격하고 삼성을 방어합니다. 이런 일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랍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학창 시절 그룹을 지어 다니던 친구들이 어느 날 더이상 예전처럼 친하지 않은 걸 봅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서로 싸워서 사이가 매우 나빠진 것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인간은 변합니다. 나도 매 순간 변하고 친구도 매 순간 변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예전의 우리’가 아닙니다. 이에 따라 당연히 관계도 변합니다. 우정은 두 사람 간에 경쟁이 없을 때 가능한데, 이는 두 사람 모두 별 볼 일 없는 위치에 있을 때입니다. 그래서 어릴 때는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건 변합니다. 우정이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 길을 가야 합니다.






(브런치에는 없는, 경제 경영과 관련된 저의 더 많은 글들을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studiocroissant.com/histor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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