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꿈이라는 연료로 현실을 산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빚입니다. 빚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빚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있고 빚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현대 경제에서는 빚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경제적 성공을 거둡니다. 그 어떤 사업도 빚 없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빚을 이해하지 못하면 금융을 이해할 수 없고 금융을 이해할 수 없으면 경제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경영학과에 입학하면 꼭 배우는 과목이 재무관리입니다. 재무관리는 빚을 어떻게 잘 쓰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대 경제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건 빚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지, 빚 그 자체를 죄악시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럼 여기서 조금만 더 깊게 현대 경제를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엇이 빚을 만드나요? 바로 꿈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표상(Representation) 능력입니다. 어려운 ‘표상’이라는 말 대신에 ‘꿈’이라는 말로 글을 진행하겠습니다.
여러분, 구석기인이 벽화에 그림을 그렸을 때 그는 이미 한 마리의 소를 잡았습니다. 그는 매우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는 내일을 살 희망이 필요합니다. 이런 희망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 바로 벽에 그림을 그림으로써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벽에 황소를 그리며 내일 황소를 손에 넣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는 내일 분명 황소를 손에 넣을 것입니다. 이 희망이, 꿈을 꾸는 인간의 능력이 고단한 삶을 살게 합니다.
인간은 이렇게 꿈을 꾸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꿈을 꾸는 순간 인간은 그 꿈을 현실화하려 합니다. 현대 경제에서는 이 과정이 바로 빚을 통해 진행됩니다. 빚이 없는 사회는 꿈이 없는 사회입니다. 경제에는 반드시 적정 수준의 빚이 존재해야 합니다. 경제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입니다. 그 누구도 꿈을 꾸지 않으니 그 누구도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누구도 빚을 내지 않습니다. 그렇게 경제는 성장하지 않고 추락의 길로 들어섭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경제에는 빚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식당 운영을 꿈꾼 자는 이제 대출을 받습니다. 그는 이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달에 손님이 이 정도 올 것이고 매출은 이 정도 나올 것입니다. 몇 년 안에 대출금은 다 상환할 것이고 그렇게 그의 꿈은 완전히 현실이 될 것입니다. 이런 꿈 때문에 그는 내일도 죽지 않고 삶을 이어 나갑니다. 꿈이 빚을 만들고 빚이 경제를 움직입니다.
기업이라고 다를까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가도 꿈을 꿉니다. 기업가는 그렇게 채권시장, 주식시장, 은행 등을 통해서 자금(빚)을 조달합니다. 자금조달시장에 기업이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기업가가 꿈을 꿨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 어떤 인간도 꿈 없이 살 수 없으며, 어찌 보면 문명의 기둥 중 하나가 바로 꿈입니다.
국가가 경제에서 하는 일은 국민들이 꾸는 꿈을 정리하는 일입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허황된 꿈을 꿉니다.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꿉니다. 그런데 시장금리(그냥 은행 대출금리라고 생각하십시오.)가 너무 낮으면 이렇게 허황된 꿈을 꾸는 사람도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 입장에서 매우 큰 일입니다. 국가 전체로 보면 빌려줄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사람이 쉽게 돈을 빌리면 그만큼의 돈이 ‘이룰 수 있는 꿈’을 꾸는 사람에게로 가지 않게 됩니다. 국가 입장에서는 ‘이룰 수 있는 꿈’을 꾸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싶습니다. 그래야 그 사람이 ‘꿈’을 이루어서 세금도 내고 고용도 창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국가는 시장에 개입하여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사람이 돈을 빌릴 수 없도록 만듭니다. 이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느니, 국가가 긴축재정을 한다느니 하는 말의 뜻입니다. 국가가 경제에서 하는 일은 결국 시장에 존재하는 ‘빚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겁니다.
이제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볼까요? 그 누구도 꿈을 꾸지 않는 경제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국가 입장에서는 큰일이 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꿈을 꾸어야 여러 가지 사업들이 진행되고 고용이 진행되어 세금도 잘 걷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사업을 하지 않으려 하니 국가의 미래는 암담합니다.
이때 국가는 시장에 개입하여 시장금리를 매우 낮게 만듭니다. 정말 누구든지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만듭니다. 심지어 국가는 사람들에게 공짜로 돈도 줍니다. 이렇게 시중에 돈이 넘쳐나게 되면 사람들은 다시 꿈을 꿉니다.
"아, 내가 사업을 해서 2%의 수익만 올려도 문제없겠다. 어차피 이자율이 0.5%니까. 자, 사업을 한 번 해보자.”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며 다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합니다. 이제 경제는 다시 움직입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다느니, 국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친다느니 하는 소리가 다 이렇게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소리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국가의 근본적인 역할은 경제 내의 ‘빚의 양’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빚은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적정량의 빚은 국가에 무조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여러분들은 꼭 기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현실이 아니라 ‘꿈’으로 사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브런치에는 없는, 경제 경영과 관련된 저의 더 많은 글들을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studiocroissant.com/economy-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