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들 Dec 11. 2023

시장 경제의 철학적 배경

시장 경제는 철학적 경험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1. 계획경제는 철학적 합리론을 바탕으로 한다.


시장경제는 철학적 경험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나는 앞서 민주주의 역시 철학적 경험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험론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서 인간은 경험한 것만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험론은 인간 앎의 영역을 매우 축소시킨다. 플라톤, 데카르트, 헤겔과 같은 합리론자들은 인간을 신과 대등한 존재로 생각한다. 이들에 따르면 인간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알 수 있으며 경험 없이 오로지 사유만으로도 세계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모든 인간을 이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다. 이들은 지성이 뛰어난 인간만을 인간이라 생각했으며 지성이 떨어지는 자는 인간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하학을 못 하는 자는 이곳에 들어오지 말라던 플라톤의 말은 진심이었다. 수학이야말로 인간 지성의 절정인 바, 플라톤에게 있어 수학을 못 하는 자는 인간 자체가 아니었다.


이런 합리론자들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사회는 법칙을 가지고 있으며 지성이 뛰어난 자는 사회가 움직이는 법칙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경제체제가 바로 공산주의를 비롯한 계획경제다. 즉, 공산주의를 비롯한 계획경제는 철학적 합리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합리론적 세계관 아래에서는 지성이 뛰어난 자가 지도자가 된다. 지도자가 지도자가 된 이유는 단순히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지도자는 세계가 무엇인가에 대한 ‘지성’을 가졌기 때문에 지도자가 된 것이다. 이제 이 지도자는 덜 떨어진 지성을 가진 국민들에게 가르침을 베풀어 준다.


어떤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지, 금리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무역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지성을 가진 지도자가 결정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단지 그 결정을 따를 뿐이다. 무엇이 이런 명령을 정당화 해주는가? 인간 지성이 세계의 근원을 포착할 수 있다는 합리론적 믿음이 이런 명령을 정당화 한다.


기억하라. 세계는 세계관의 반영이다.



사진: Unsplash의 Adam Nir



2. 현대는 왜 시장경제인가?


그렇다면 시장경제란 무엇인가? 시장경제는 철학적 경험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철학적 경험론은 앞서 말했듯이 인간 앎의 영역을 경험으로 축소시킨다. 그렇다면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인간은 알 수 없다. 경험은 과거의 것인 바, 과거에서 미래를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래 앞에서 모든 인간은 똑같이 무식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합리론은 인간이 미래조차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따라서 미래 앞에서도 위계를 설정한다. 하지만 경험론은 말한다. 인간은 미래 앞에서는 평등하게 무식하다고.


이로써 계획 경제는 사라진다. 그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경제를 계획할 수 있단 말인가? 경제는 이제 민간이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경제활동을 해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그 중 경영 능력이 뛰어난 자는 살아남고 경영 능력이 떨어지는 자는 도태될 뿐이다. 그 누구도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단지 개인들이 알아서 자기가 살 방향을 결정할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뿐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경제의 철학적 바탕이다. 현대는 경험론의 시대다. 그러니 당연히 시장 경제가 현대의 경제 체제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계획경제를 하는 국가들을 본다. 그 국가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국가들이다.


만약 1,000년 후의 인류가 우리가 사는 시대를 공부한다고 해보자. 1,000년 후에 2023년을 연구할 때 미국이나 유럽을 연구하지, 시장경제는 커녕 민주주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를 연구하겠는가? 그렇지 않다.


시대착오는 소멸한다. 경험론의 세계관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우리는 도대체 왜 현대가 경험론의 시대인지는 모른다. 단지 그게 우리에게 주어졌을 뿐이다. 우리는 세계관이라는 틀 안에서 사회를 구성할 수 있을 뿐이다.






(브런치에는 없는, 경제 경영과 관련된 저의 더 많은 글들을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studiocroissant.com/my-philosophy-33/


이전 02화 자본주의의 철학적 배경을 설명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