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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Sep 22. 2019

디즈니랜드의 청소력. 삶의 뒷모습을 돌아봅니다.


지인이 미국의 디즈니랜드에 갔다 와서 얘기를 들려주었는데요. 디즈니랜드에는 '커스토디얼(Custodial)'이라고 불리는 청소 스태프가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낮과 밤으로 나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디즈니랜드 곳곳의 청결을 유지해 나간다고 해요.


저는 재작년에 홍콩 디즈니랜드에 갔다 왔었는데요. 그때는 커스토디얼의 존재를 몰랐어요.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된 '커스토디얼'은 단순하게 지저분한 것을 치우는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더군요. '디즈니랜드'라는 꿈의 무대를 가장 먼저 희망차게 열어주는 사람이었어요.





일반적인 청소가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라 생각된다면 커스토디얼의 청소는 '고객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요. 더 상위 개념인 거죠. 그만큼 철저하게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고객이 쓰레기를 차마(?) 버릴 수 없도록 유도합니다.


디즈니랜드에 입장한 고객의 생각과 행동이 '커스토디얼'에 의해 바뀌게 되는 거죠. 누구나 꿈의 나라 디즈니랜드에 입장하면 '특별함'을 경험하면서 그 순간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는 겁니다.




저희 가족은 디즈니랜드 개장 시간에 맞춰 갔다가 폐장 시간까지 놀다 나왔는데요.  저희들 사전에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남편이 어디 가서 오래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걸  못해서요. 맛집이건 놀이공원이나 엑스포 관람이건 최대한 기다리지 않는 곳에서 잠깐 먹고, 잠깐 구경하는 편이었거든요.


저희는 일단 사람 많은 곳에는 잘 가지 않고, 갔다가도 금세 나오는데 디즈니랜드만큼은 예외였어요.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서 다른 나라의 디즈니랜드에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살짝 들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어요.  



디즈니랜드에서는 왜 하루 종일 놀아도 지겹지 않았을까? 그건 아마도 '일상이 배제된 특별함의 공간'이었기 때문 아닐까요? 디즈니랜드에 입장하자마자 아무리 돌아다녀도 종잇조각 하나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커스토디얼들이 우스갯소리처럼 한다는 '떨어진 팝콘을 주워 먹어도 괜찮은 청결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죠. 뭔가 떨어져서 가보면 나뭇잎이에요. 아침이건, 낮이건, 해가 지기 시작하건, 어두워진 밤이건... 바닥에는 단 하나의 쓰레기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쓰레기가 보이는 순간 '아, 디즈니랜드도 별거 아니네. 다른 데랑 다를 게 없어. 똑같아.' 하면서 더 이상의 기대를 멈추게 되는 거죠. '비일상의 특별함'이 깨지는 거예요.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신데렐라의 마차가 밤 12시를 넘자 마법이 풀려 호박으로 되돌아오듯 말이죠.


디즈니랜드에서는 커스토디얼들이 '청결'이라는 마법을 부리죠.  고객들에게 그날 그 순간만큼은 온전한 특별함을 선사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합니다.




실내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뭐 떨어진 게  있나 하고 들여다보면 바닥 고유의 무늬만 만나게 됩니다. 깜깜해진 밤에도 아침부터 유지해 오던 쾌적함은 사라지지 않아요. 그래서 하루 종일 몇만 보씩 디즈니랜드 안을 돌아다녔어도 불쾌하거나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폐장을 알리는 시각. 수많은 인파를 뒤로하고 저희는 전력 질주해서 전철을 타러 갔는데요. 그 순간에도 디즈니랜드에서의 하룻밤 꿈은 깨지지 않는 것 같더군요.


디즈니랜드를 막연히 아이들 놀이기구나 타는 곳, 만화 캐릭터가 뛰어다니는 곳으로 알고 있었던 저의 편견을 깰 수 있었어요. 여러 나라에 있는 디즈니랜드가 다 똑같이 엄청나게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나라에 따라 나름의 편차가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고객들에게 꿈과 행복을 선물하겠다는 자세만큼은 부지런하고 묵묵히 일하는 커스토디얼에게서 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디즈니는 돈을 벌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 우리가 파는 것은 행복이다'라고요. 그 행복. 그날 느꼈습니다.









이 커스토디얼에 관한 이야기가 <청소력> 책에도 나오더라고요.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지인이 들려준 커스토디얼의 일화를 만났죠. 고객이 음료를 흘리면 커스토디얼들이 번개처럼 나타나서 치워주고 음료를 다시 서비스해 준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습니다.


청소를 뒷정리라고도 하잖아요.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 사람들이 머물다가 간 자리에는 쓰레기가 떨어지기 마련이죠. 책에서는 그런 쓰레기들이 마이너스 에너지를 불러온다고 말합니다. 더러움을 적극적으로 제거함으로써 마이너스 에너지를 없애야 한다고 해요.


그 위에 목적을 가진 플러스 에너지를 추가함으로써 강력하게 선하고 좋은 것, 또 다른 플러스 에너지를 끌어당겨야 한답니다. 이것이 바로 청소력인 거예요. 청소의 힘. 청소가 일상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이죠. 


사물의 빛나는 부분만을 보려는 플러스 사고만으로는 우리의 삶이 획기적으로 바뀌기는 어렵다고 해요. 우리 내부의 잠재적인 마이너스 에너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새로 주입된 플러스 에너지가 지속될 수 없다는 거지요. 

플러스 사고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마이너스 에너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며 발견 즉시 치워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긍정적 사고방식, 우리의 삶을 고양해줄 플러스 에너지가 유지될 수 있어요.


저는 사진을 찍으면 자꾸 뒷모습만 찍게 돼요. 사진 속에 찍힌 사람들의 뒷모습만 봐도 앞모습이 어떨지 짐작이 가고 상상해 보는 재미도 있거든요. 아이가 어릴 적에도 유독 뒷모습 사진을 많이 남겼어요. 가족들이 얼굴 좀 찍어달라고 할 정도로 말이죠.


삶은 보이는 면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고요. 사람도 앞모습이나 겉모습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들의 속마음이나 지나쳐 버린 뒷모습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을 볼 때 그가 떠나는 뒷모습, 그가 사라지고 난 자리를 유심히 지켜봐요. 그러면 그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람이 읽히더라고요. 


제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뒷모습을 디즈니랜드 커스토디얼의 삶의 자세에서 배웠습니다. 저도 커스토디얼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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