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9
농땡이 피우는 막내일꾼. 나이를 먹어도 막내는 막내, 하기 싫으면 하지 않는다. 작은 외삼촌이 둑을 쌓고 어머니는 밭을 정리하는데 좀 도와주다가 힘들어서 의자에 앉아 잠깐 졸았더니 꿀잠도 이런 꿀잠이 없다. 일하는 복장이 아니라면, 진드기만 없다면 피크닉을 하고 싶은 느낌.
밭에 무심한 사이 봄에 심었던 가지가 어느새 열매를 맺었다. 보라색 가지 꽃이 꽤 예쁜데 해가 넘어갈 때 사진을 찍었더니 고개를 숙인 모습.
가지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물렁한 가지를 좋아한다. 무쳐서 비벼 먹어도 맛있고, 전을 해먹어도 맛있는 가지.
그리고 단호박도 수확을 한다. 동글동글 귀여운 편.
조카들을 위해서 심었던 봉선화가 꽃을 피워서 손톱에 물들이라고 따가려고 했더니, 개미가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 어릴때 매년 물들였던 기억이 난다. 비닐로 꽁꽁 손톱을 싸매면 봉선화 물이 손가락까지 다 물들어서 몇일 있어야 빠지던 기억. 올해 봉선화 물, 들일까 말까?
생각지도 못했던 참외도 잘 자라주었다. 엄청 많이 나서 싱기방기.
일하는 건 힘들고 귀찮은데, 막상 수확하는 건 너무나 재밌는 농사. 일도 부지런하게 해야하지만 먹는것도 부지런히 먹어야한다. 입맛없는 나로서는 먹는 것도 일이다. 커피가 난다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