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 쉐라톤호텔?
처음 들어보는 도시로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중국 안후이성에 있는 허페이(합비)라는 도시다. 안후이성도 모르겠고 허페이는 더더욱 낯설다.
골프를 치면서 국내, 국외 생소한 도시들을 많이 가게 된다. 나는 길치인 데다 낯선 곳보다는 누구나 아는 안전한 곳을 선호하는 안전 보수주의자다. 골프를 안 했다면 유명 관광지 이외의 도시는 가보지 못했을 것인데 골프 덕분에 방방곡곡을 돌아다닐 기회가 생긴다.
'허페이? 여긴 어디야? 어디 시골 촌구석에 박히는 거 아냐?' 낯선 도시이름을 보고 구글지도를 이용해 위치를 찾아보고 어떤 도시인지 검색해 정보를 알아낸다. 중국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첨단도시란다. 검색하면서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새삼 느낀다.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땅덩어리는 정말 큰 나라임엔 확실하다.
우리의 여행상품은 대한항공 + 쉐라톤 호텔 + 쌍봉호 CC로 구성된 패키지 상품이었다. 중국골프는 저가항공과 중국항공을 많이 이용하고 숙소는 한자만 큼직하게 쓰여있는 절대 읽기 어려운 곳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한항공에 쉐라톤조합은 혹할만했다. 국적기에 5성 호텔이라니. 게다가 기존 상품들과 비교해 봐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요거 괜찮은데. 호텔 근처에 쇼핑몰도 있네. 마사지샵도 있고." "허페이로 고고고!"
골프 치고 오후시간을 즐길 인프라도 갖춰진 중심지에 호텔이 있었다. 상품설명서를 꼼꼼히 체크해 보고 계약금을 보냈다.
이번에도 노트북을 챙겼다. 난 작가니까. 하하하. 중국에서도 연재글을 올리리라.
먼저 지키지 못했음을 사과부터 해야 한다. 선 사과, 후 변명 들어간다. 골프여행을 가면 보통은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골프 칠 때는 휴대폰을 많이 쓰지 않고 숙소나 식당에 가면 대체로 와이파이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데이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데이터 로밍을 과하게 하고 많이 남아 지불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런 연유로 이번에는 조금만 했다. 5성급 쉐라톤 호텔의 와이파이를 믿었다.
그런데 호텔 와이파이는 영 파이였다.
쉐라톤이라며? 5성급이라며? 근데 왜?
출발 3일 전. 여행사에서 전화가 왔다.
"네? 뭐라고요? 그게 말이 돼요?"
숙소가 바뀐단다. 3일 전에? 그것도 5성급 쉐라톤에서 4성급 이름 모르는 중국호텔로 가야 한다고 했다. 대차를 해줘도 기존차량보다 최소 동급 내지는 그 이상을 해주는 게 응당 마땅하거늘. 뭔지는 모르겠지만 현지사정이라고만했다. 양해를 구하는 전화였지만 통보에 수긍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바뀐 호텔은 골프장에서 가깝고 작년에 지어져 신축이라는 부연설명과 함께 인당 4만 원을 환불해 준단다.
'뭐야? 숙소 근처 갈 곳 다 찾아놨는데.' 화가 났지만 취소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언쟁이 피곤했다. 결국 쉐라톤은 물 건너갔고 이름 모를 호텔에 짐을 풀었다. 외관은 크고 신축이라 깨끗하기는 했다. 외관의 크기에 비해 와이파이 신호는 매우 약했다. 네이버 검색하나 하기에도 버벅거렸다. 중국이 외부사이트 차단을 많이 시켜놓긴 하지만 이건 분명 와이파이가 문제였다.
브런치 접속도 원활하지가 않다. 처음으로 데이터 로밍도 조금밖에 안 해왔는데. 하필. 하필이라는 녀석은 상대의 빈틈을 정확하게 공략하는 재주꾼이다. 짜증이 올라왔다.
"아 몰라. 안 써." 결국 이래서 4일 동안 연재를 못하고 와이파이 빵빵한 IT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다시 글을 쓰고 있다.
(물론 현지에서 돈을 더 지불하고 데이터를 많이 사서 글을 쓰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유난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노트북을 닫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글은 한국 가서 쓰고 중국에서 먹고 노는데 집중해 보기로 했다.
허페이의 날씨는 20도 전후로 골프 치기에 최적인 날씨다. 미세먼지가 많다는 단점이 있지만 요즈음 우리나라도 그렇고 미세먼지 시즌인 듯하다. 제주도보다 더 남쪽에 있어 따뜻한 날씨에 꽃들이 만개했다. 어디에서든 넓은 유채밭을 볼 수 있다. 몇 주 전에 제주도 가서 본 유채꽃밭은 여기에 비하면 작은 텃밭 수준이다. 유채농사를 짓는 건지 몇백 평씩 샛노랗다. 나이 들면 꽃사진을 그렇게 찍는다더니 나도 결국. 많이 찍었다.
허페이의 음식은 대체로 짜긴 하지만 한국사람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과일은 동남아만큼 흔하고 당도가 높다. 멜론과 용과, 수박을 매일 몇 접시씩 먹었다. 운동여행이니 살 좀 빼고 올까 했는데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고덕지도(중국의 전자지도) 앱을 깔고 시내 쪽으로 나가서 로컬음식에도 도전했다. 중국에서는 구글지도가 불친절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 허페이처럼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곳은 더더욱 고덕지도 앱이 필수다. 중국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온몸으로 대화하면서 길거리 음식을 많이도 사 먹었다. 번역기를 쓰거나 그림을 손가락으로 찍어서 주문했다. 어색하면 웃으면 그만이다. 그런 거 치고는 꽤 성공적이었다. 우리가 잘 먹는 편인 건가? 중국음식이 맛있는 것인가? 메뉴 선택을 잘한 것일까? 90프로는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먹지도 않았던 탕후루까지 '탕탕 후루루' 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중국 탕후루는 우리나라보다 크기는 두 배 가격은 절반 이하였다.
먹방 여행 아니고 골프여행인데. 참 잘 먹는다.
골프장은 쌍봉호라는 큰 호수를 둘러싸고 코스가 설계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전장이 길고 벙커가 무려 108개나 있다. 우리나라 '사우스스프링스 CC'도 벙커 108개로 유명하지만 사이즈를 견줄 수가 없다. 쌍봉호 CC의 벙커는 크기가 커서인지 체감상 200개는 족히 되는 것 같다. 땅이 넓어서인지 호수도 크고 벙커도 크다.
잘 맞아도 벙커, 빗맞아도 벙커. 그린 앞 사방에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설계자의 의도대로 매 홀 벙커에 빠져 쉽지 않은 코스였다. 덕분에 108 번뇌하면서 벙커샷 연습을 지겹도록 했다. 실력이 좀 늘었으려나.
어려운 코스라 스코어가 잘 나올 리 없지만 구장자체는 재미있고 괜찮았다. 아직 잔디가 완전히 다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폭신했고 그린은 관리가 잘 되어있어 스피드는 빠른 편이다. 4일을 같은 구장에서 쳤으면 잘 칠 법도 한데 골프는 할수록, 알수록 어렵다.
아참! 5성급 쉐라톤. 결국 갔다. 가기는 갔다.
마지막날 저녁식사를 그 호텔 근처에서 하게 되어 바깥에서 구경했다.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을뻔했다. 예상은 했지만 내가 묵는 숙소에 비해 외관도 화려하고 주변에 공원도 있고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와이파이도 분명 빵빵했을 거야!'
시골쥐가 서울쥐 집에 놀러 와서 부러워하는 꼴 같았다. 없어 보이긴 했지만 쉐라톤호텔 외부에서 사진을 찍고 발길을 돌렸다.
며칠 뒤에 들어온 다른 패키지팀은 쉐라톤에 묵었다는 사실을 골프장에서 만난 한국인을 통해 들었다. 몰랐으면 더 나았을 사실을 알아버렸다. 대체 내가 갈 때의 현지사정은 뭐였을까?
'흥, 치, 뿡!' 됐다 뭐. 와이파이 빵빵한 대한민국 우리 집이 7성급 호텔이다.
지도 이미지출처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