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로열 살루트는 당나라 군대의 유산이다?
[20가지 기묘한 고급 상식 열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존감이 아마도 세계 제일일 것이다. 어느 강대한 나라던 어느 부자 나라던 어느 강력한 나라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에선 미천한 바닥 인생으로 나가떨어진다.
세계 최고의 제국을 수립한 몽고를 두고도 오랑캐라 부르며 호떡이니 하는 식으로 오랑캐 이름을 음식에도 갖다 붙이며 경멸한다. 중국의 명과 청을 두고도 떼놈이라 부르고 일본을 두고는 쪽발이라 부르고 미국을 두고는 코쟁이, 양키, 양놈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성이 차는 족속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훈련이 잘 되지 않아 군기가 엉망인 군대를 두고도 당나라 군대라고 부른다. 지금 현대에서도 조직력이 엉망이고 서열도 지켜지지 않는 조직이나 군대를 두고 당나라 군대라고 비아냥한다. 고구려 때 두 번이나 정벌 전쟁을 벌이고도 번번이 패퇴했던 당나라군을 두고 조롱한 것이 유래이다. 중국 한민족 역사상 최고의 군주인 당나라 이세민과 그 군대는 대한민국에서 세계에서 가장 저질스런 조롱을 받고 있다. 알면 화나지 않을까?
이런 당나라 군대로 인해 생긴 우아한 예식이 있다. 일명 '로열 살루트'라고 부르는 의장대 사열 예식이다. 상대국가 원수나 아군 원수를 대상으로 예포 21발을 쏘면서 국가를 연주하고 해당국 군대의 훈련 상태와 군기를 보여주는 예식이다. 그래서 적국의 원수에게는 하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적국에게 아군의 훈련상태와 군기를 보여줄 이유도 없을뿐더러 로열 살루트의 취지 자체가 존경과 예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북 간에는 국가 연주와 예포 발사가 없다.
과거 냉전 시대에는 1972년 이후부터 미국과 소련, 동독과 서독 사이에는 로열 살루트를 정식으로 행했다. 상대 국가 연주와 예포 발사를 통해 냉전의 격화를 막고 상호주의에 입각해 상호 간의 존재를 인정해 주려고 노력했다.
로열 살루트는 그럼 왜 생긴 걸까? 로열 살루트는 16세기 절대왕정과 안정된 왕가가 왕국을 통치하기 이전에, 지방 영주와 군주가 상호 대등한 계약 관계로 군대 차출과 세금 자치라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권력분배가 이루어졌을 때 발생되었다.
전쟁을 치르려고 지방 영주들에게 군대를 차출시키면 영주들은 전쟁 중 있을 수 있는 영지 간 전쟁이나 내전에 대비해 훈련이 잘된 군사들은 내버려 두고 어리거나 늙은 죄수나 농민들이 대부분인 군대를 군주에게 보냈다.
이런 식의 오합지졸들로 인해 전쟁을 치르는데 문제가 잦아지자 각 지방 영주들이 보낸 군사들의 훈련상태와 기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훈련내용과 군기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로열 살루트'가 관행이 되었다.
말 그대로 군주는 영주들이 보낸 군사들을 사열하면서 "이런 당나라 군대를 감히 내게 보내? 혼쭐을 내야겠군"이라며 이를 갈았던 것이다. 당시 영주와 군주는 계약을 할 때도 서로 마주 보고 서서 손을 맞잡는 형식으로 비서면 충성 계약을 했다. 하지만 절대왕정국가로 접어들면서 영주는 무릎을 꿇고 국왕의 손에 낀 반지에 키스를 하는 것으로 충성 서약하는 것으로 변모됐다. 대신 국왕은 지방 영주들을 호화스러운 파리 등의 궁전으로 불러 모아 지방으로 가고 싶을 생각이 없도록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게 하고 그들에게는 신하로서의 직책과 함께 귀족 작위를 만들어 하사했다. 공작, 남작, 후작, 백작 등이 이때부터 생긴 거다.
일본도 메이지 유신 후 절대왕정을 따라 하면서 지방 영주인 다이묘들을 상대로 도쿄에서 천황의 신하로 지내게 하면서 이들에게 번주의 자격을 벗고 귀족의 작위를 받도록 했다. 절대왕정을 꾸린 유럽의 역사를 메이지 유신도 따라 한 게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갑자기 듣보잡이던 공작, 백작, 후작, 남작 등의 귀족 등급이 생겼다.
결국 지금의 화려하고 권위적인 의장 사열, 로열 살루트는 실제로 당나라 군대 같은 허잡스런 군사들이 걸러내기 위하여 군주가 직접 사열하며 애를 쓰던 골통의 역사가 만든 유산이다.
역사란 참 알 수가 없다. 로열 살로트가 이렇게 화려한 존경과 예우로 변모할지 당시 군주들을 눈치라도 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