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왜 금 씨가 아니라 김 씨일까?
[20가지 기묘한 고급 상식 열전]
금(金) 자로 불리는 한자는 쇠, 철, 금 등의 고대인들이 보았을 때 가치 있고 희귀한 금속을 통상 지칭한다. 그래서 쇠와 금이 무슨 연관이 있지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쇠 #金자는 한자에서 항상 '금'으로 발음하는데 왜 유독 우리나라 #성씨에서만 발음을 '김'으로 할까?
고조선 시대부터 중국 한자가 한반도로 전해진 뒤 당시의 중국어 발음이 그대로 보존되어 지금에까지 당시 발음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언어학자들이 고대 중국어 발음을 연구할 때는 우리나라나 일본, 베트남 등의 이웃국가들이 사용하는 한자 발음을 연구한다. 고대 중국어 발음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쇠 金자의 발음도 그대로 금으로 지금까지 사용되어야 하는데 왜 '김'으로 읽을까? 여기에서는 기본적인 의문이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과연 고대에서는 金 씨를 '금'으로 발음을 했는가?라는 전제에 대한 물음이고 둘째는 金 씨의 고대 발음이 '김'으로 변한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데 있다.
우선 첫 번째로 고대 金의 발음이 '금'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현재 金자를 모두 '금'으로 통일해 읽고 발음하기 때문에 이의가 없는데 성씨로 사용하던 金에도 '금'이라고 발음을 했냐, 라는 것이다. 고대의 발음을 이해할 수 있는 문자가 일본의 히라가나와 가타가나 밖에 없기 때문에 고대 <일본서기>와 중세 <속 일본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들 사헌에 의하면 신라인들만이 사용한 金 씨 성을 일본어로 표기할 때, komu라고 발음하도록 표기했다. '김'이라고 읽었다면 kimu라고 표기했을 것이다.
따라서 고대 신라의 성 金 씨는 '금'으로 발음했다
그렇다면 통상적으로 한자 金을 '금'으로 발음하다가 왜 성씨에만 '김'으로 발음을 변하게 했는가?라는 최종 궁금증으로 돌아선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로 좁혀 볼 수 있다.
金 씨 성에 대해서만 '김' 발음으로 하게 된 이유는,
#피휘로 인한 것이거나 혹은
중세 중국어 발음이 '금'에서 '김'으로 바뀐데 있다고 본다.
피휘라는 것은, 동양의 군주제에서는 제자백가 시대부터 절대적인 사상으로 효과 함께 충을 강조했기 때문에 서양 봉건제도처럼 군주와 영주가 계약 충성 관계가 아니라 원초적 절대 사상이다. 그래서 군주나 절대권력의 이름에 사용하는 한자를 일반인들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피휘로 인해 조선시대 왕들의 이름에 들어간 한자는 절대 써서는 안된다. 그래서 이런 일로 백성들이나 국가 시스템이 지장 받는 일이 없도록 왕들은 이름에 들어가는 한자를 거의 평생에 사용할 일이 없는 한자로 골랐다. 한제국을 세운 유방의 이름 '방'을 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나라를 뜻하는 기존 한자인 '방' 대신 나라 國자를 사용하게 했다. 고려 왕건의 건 한자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세울 立자를 대신 사용하도록 해서, 창건이라는 단어 대신 창립 등으로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조선시대 왕의 성이 李라는 것에도 피휘로 인해 성씨 金을 김으로 바꾸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음양오행사상에서 보면 李의 木변은 金에게 상극이다. 그래서 정통성이 약했던 조선 초기 왕들 입장에서 金자를 없앨 수는 없으니 아예 발음을 금으로 바꾸게 한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일종의 피휘이다. 그런데 조선시대 왕들이 발음을 갑자기 金 씨 성을 '김'으로 읽어라고 강요하는 게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졌을까? 아니다.
몽고가 중원과 전 세계를 점령한 이후 金의 발음이 중국어에서 북방민족의 영향으로 kim에 가깝게 바뀐 것에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고대 중국어 발음이 넘어온 이후 그대로 변방인 한반도에서 원래 발음을 사용해 오는 동안 중국 대륙의 한자 발음은 나름대로 계속하여 변모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모되는 중국어 발음이 일일이 한반도에서도 따라 변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金이라는 한자어 발음만은 한반도 사람들이 변모된 중국어 발음을 실시간으로 따라한 이유가 있다.
만주족, 몽고족, 흉노족 등의 북방민족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신라인들처럼 북방민족들은 이름이나 나라, 부족명에 金자를 넣기를 좋아했다. 금나라가 그 예다.
그래서 몽고족이 중원을 점령한 후 중국 한자 金이 북방민족의 영향으로 '금'에서 kim 혹은 kin에 가깝게 바뀌었다.
그리고 당시 고려의 왕자, 왕, 귀족들의 대부분이 연경에서 어린 시절부터 볼모로 잡혀 교육을 받아 성인이 된 후 고려로 귀환했다. 그래서 그들이 사용하던 변형된 중국어 발음이 한반도 역사상 가장 실시간으로 반영되었다. 마치 재미교포들의 원어민 발음과 국내에서 독학으로 영어 공부를 한 사람의 발음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이때부터 金 씨 성에 대해서는 원어민의 라이브 발음인 '김'에 가까운 발음이 있다는 사실과 조선 초기 왕들의 정통성 확보를 위한 음양오행설에 입각한 金 씨 발음을 바뀌는 제재가 합쳐져 우리나라에서 金 씨 성은 한국어 발음으로 kim에 확립되었다.
현재 중국어 金은 jin에 가까운 발음으로 변했지만 우리는 금과 김으로 고대 및 중세 중국어 발음을 한반도화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성씨 金에 대해서는 음양오행설과 조선왕조 정통성 확보 차원에서 발음을 중국 원나라 시절의 중세 중국어 발음인 '김'으로 바꾸었다.
아마 미래에 어떤 또 다른 피휘의 사건이 생긴다면 현재의 발음인 jin으로 바꾸는 날이 올 상상도 재밌게 해 본다. 그럼 김유신 장군은 '금유신'에서 '김유신'으로 변한 뒤 또다시 '진유신'으로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