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진 않더라도....
우리 집(동탄 신도시)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방(수원 매탄동)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집 앞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를 탄다. 1시간 20분의 시간 동안을 가서 내린다. 3분 정도 걸어 목적지에 도착한다. 이것이 첫 번 째 방법이고 내가 주로 이용하는 길이다. 버스를 오래 타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대신 걷는 시간은 가장 적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광역버스로 환승을 하는 것이다. 버스로 가는 시간은 40여분. 정류장에서 내려 10분 정도 걷는다. 총 소요 시간이 매우 짧아서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은 자동차로 가는 방법이다. 총 소요 시간은 40분 정도 걸린다.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있는 방법인데 여기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주차할 곳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주차할 곳을 찾다가 예상치 못한 시간을 낭비할 수 있으며 목적지에서도 멀어질 수 있다. 당신이라면 이 세 가지 길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세 가지 길로 가 본 결과 나는 첫 번째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시간은 가장 오래 걸리지만 버스 시간만 잘 맞추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으며, 어지간해서는 앉아 갈 수 있는 지점(종점 근처)이라 안쪽에 자리 잡고 맘껏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책인 경우는 왕복 중에 한 권은 거뜬히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멀미가 심해 차에서 책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음 주의! 두 번째 길은 가장 전략적인 방법일 수 있으나 환승이기 때문에 버스를 연이어 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광역버스 시간에 맞춰 나가도 집 앞에 버스가 없으면 꽝이 될 수 있다. 꼭 이럴 경우는 자주 보이던 버스도 안 보이는 징크스가 있어서 패스! (게다가 정류장에서 목적지인 책방까지도 꽤 걸어야 하고 광역버스 요금도 무시할 수 없다) 세 번째 방법인 자동차를 이용하는 경우는 앞서 말했듯이 인근에 주차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 한 번 가 보고 바로 포기했다. 사실은 누군가에겐 주차문제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나의 경우 동탄을 벗어나 운전을 해 본 경험이 별로 없다는 것과 새로운 루트로 가는 데에 대한 심각한 어려움을 느낀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세 번째 방법도 패스! 차로 수원 한 번 다녀오면 온 신경이 곤두서서 다음 날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에 굳이 차를 끌고 나갈 이유가 없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빨리 피곤해지는 방법이다.
이렇게 같은 곳을 가지만 가는 방법이나 길은 여러 가지 일 수 있다. 어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른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면서 어른이라는 종착역이 도착하기 위한(만약 그런 게 있다면 말이다) 길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다 싶었다. 주위에 좋은 어른들이 많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환경 덕을 볼 수 없는 이들은 교육(학습)을 통해 꾸준히 정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생의 풍파를 겪으며 인격이 수양이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도 있다. 그냥 나이만 먹기. 하지만 나이가 찼다고 어른이라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서 각자의 생각에 맡기겠다. 내 경우 그런 어른들이 가장 피곤한 어른들이었으니까. 뭐든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는 법이니까. 아쉽게도 어른다운 어른으로 가는 길은 저마다의 고통과 인내가 수반된다. 어느 정도의 시간도 필요하다. 모두가 한 길로 가는 것은 아니기에 티맵 같은 추천 경로는 없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갈 수 있다는 믿음은 있다. 괜찮은 어른으로 가는 걸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시간이 걸리고 좀 돌아가는 길이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겸허하게 가다 보면 누군가는 나를 괜찮은 어른으로 생각해주지 않을까? 모든 게 완벽해야만 어른이 되는 건 아니까.
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야. 완벽한 선택을 하는 게 아니야.
그냥 후회 자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는 거지.
그것 역시 신중한 선택이었다고.
그 순간을 경정한 스스로에게 존중하는 거야.
이희영, <체인지 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