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리의 이야기 Sep 13. 2019

뤽 베송 감독의 행보와 부침

누벨 이마주와 암흑기를 거쳐 오늘날까지

여러분 안녕하세요.
캐리 인사드립니다.



저는 뤽 베송 감독의 작품에 그리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누벨 이마주 때의 <그랑 블루> 같은 작품들은 전반에 깔린 몽환적 분위기와 의도적으로 알듯 모를 듯 꾸민, 장황한 전개가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몇몇 메시지를 담은 연출과 인상적인 결말,
깊이 있는 장면들이 있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저는 영화적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누벨 바그나 누벨 이마주 등의 사조에 냉소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방가르드한 터치나 중구난방 뻗어나가는 플롯,
고집스러운 자연광 일색과 억지스러운 인공광의
과용, 감독들 스스로도 직관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난해한 요소들이 감상에 방해가 될 만큼 장황하게 전시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과하게 폼을 잡는 느낌이에요.
'자유로운 프랑스 영혼'에 강박? 프랑스의 감독들이 자신들의 예술적 고뇌를 굳이
생색내려 만들어낸 일종의 나르시시즘적 프레임,
그 이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는 이후 영화 <니키타>와 <레옹>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니키타>는 감독 개인의 순수함과 감각적인 연출력이 조화를 이룬,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이건 안 보신 분들이 꽤 될 텐데, 지금 봐도 진부하거나 유치하지 않을 만큼 꽤 괜찮은 영화이니 일견을 권합니다.



<레옹>도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뤽 베송 특유의 미묘하게 밀고 당기는 전개가 배우들의 디테일한 감정 묘사, 기가 막힌 타이밍의 훌륭한 사운드트랙과 잘 어우러졌다 하겠습니다.
게리 올드만의 광기 어린 연기와, 감독의 페르소나
장 르노, 비참한 상황에서도 냉소와 재치를 잃지 않던 마틸다를 뇌쇄적으로 연기해낸 나탈리 포트만.
이 세 사람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선명한 단점들도 있는 영화였습니다.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연출한
상황 설정과 개연성을 상실한 총격씬 등이 그것이죠. 근데 또 캐릭터를 강조하려고 레옹은 죽였어요.  심지어 원래의 각본에서는 레옹이 스탠스필드에게 죽고 마틸다가 수류탄을 터뜨려 스탠스필드와 자폭하는 엔딩이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여러모로 뤽 베송이 감독으로서 자신의 연출 역량을 가장 잘 드러냈던 작품이 <레옹>과 <니키타>였다 생각합니다.



그다음 작품은 <제5 원소>였죠.
배우 덕을 많이 본 영화입니다.
너무나 황당한 전개와 유치 찬란한 스토리가 만나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던 확률을 제로에 가깝게
떨어뜨려놨는데, 배우들의 맛깔난 연기와 화려한
비주얼, 멋진 배경 묘사로 흥행에 대성공하는 기염을 토해냅니다.
당시에는 저도 재밌게 봤어요.
근데 그런 '자극적 비주얼 폭발'류의 영화는,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기존의 단점들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소를 좀 짓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엉성하기 이를 데 없었던 작품

<잔 다르크>를 계기로, 그는 무너집니다.

포스터만으로 보기 싫어지게 하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  조금 정정하자면, 최소한 저는 뤽 베송이 때부터, 나름의 특별함과 흥행성을 갖춘 감독이라는 이미지를 잃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제작과 시나리오 작업은 꾸준히 갖고 가는데, 각본은 <택시> 시리즈, <테이큰> 시리즈, <트랜스포터> 시리즈 등 더 이상의 식상한 영화들은 생략 한다. 소위 너무 투자와 돈벌이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냥 한 개 써보고 흥행하면 시리즈로 비스름하게 한두 개 더 쓰는 식이었죠.
가히 양산형 영화들의 각본 자판기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만한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연출작이 아예 없진 않았습니다.
아동용 애니메이션 <아더와 미니모이> 시리즈는
세 편 모두 범작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생각하고,
<위험한 패밀리>라는 영화는 뤽 베송에게 한 사람의 감독으로서 도대체 연출을 하긴 한 건지 직접 묻고 싶어 질 정도로 형편없었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별로 언급할만한 건 없어요.


그가 스크린에, 그래도 이야깃거리가 될만한 작품을 들고 돌아온 것이 2014년 작, <루시>였습니다.

이 영화, 일단 소재는 괜찮았습니다.
식상해서 오히려 더 괜찮았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과거 수많은 매체에서 사용했던 '인간은 뇌의 10% 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소재를 중심으로 다른 작품들의 내러티브와 클리셰들을 잘 섞어 영화에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재 자체는 낭설이고 판타지죠.
인간은 모든 상황에서 각각에 해당하는 부분의 뇌를 '전반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나 액션은 똑 부러지게 화끈한 면이 있고 전개도 어렵지 않습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루시라는 주인공을 연기하며
다시 한번 자신이 충분히 작품성보다 비주얼이 우선인 배우임을  매력적인 배우임을 증명해냈습니다.
최민식도 어차피 입에 붙지 않는 영어 따위 억지로 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을 잘 표현해 냈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인 '원인 루시'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 주인공 루시의 작명 센스와 몇몇 흥미로운 연출들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감독 특유의 엉성함과 관념적인 표현의 전시는 여전했습니다.
치밀한 구성은 아예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 덕분에
영화를 재미있게 봤는데, 제가 '배우 덕을 본 작품'이라 표현하는 것은 감독의 연출력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배우들이 잘해줬다는, 영화가 가진 장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가 형편없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배우의 역량과 매력을 끌어내는 것 또한 명백히 감독이 가진 재능이며 연출력입니다.
이걸 못하는 감독들도 너무 많아요.



2017년 여름, 초호화 SF 블록버스터를 예고하며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가 개봉했습니다.
잘생긴 남주인공과 예쁜 여주인공, 장엄하고도
멋진 배경 묘사가 눈을 즐겁게 했던 작품이죠.
그런데 이게 이 영화가 가진 장점의 전부입니다.
스토리도, 구성도, 캐릭터도, 연기도, 리한나도
모두 안 좋았어요.
일각에서는 뤽 베송 감독의 몰락이다, 흑역사다
라는 말들이 있었지만 그건 좀 과하다 생각합니다.
어차피 큰 기대가 없던 작품이기도 했고, 적어도
시각적인 측면만 본다면 망작이라 칭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
제작비 1억 9천7백만 유로에 손익분기가
4억 유로인데 총수익은 1억 3천만 유로입니다.
흑역사 맞네요. 원래는 이 부분에서부터 영화 <안나>를 리뷰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글의 모양새가 매끄럽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여기서 이만 맺고 영화 리뷰는 후속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뜻하지 않게 뤽 베송 감독에 대한 글이 돼버렸네요.



오늘은 전국의 날씨가 맑아 밤에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

잠깐이라도 보름달 심신의 평안 얻으시고 기원하는 바 꼭 이루셨으면 좋겠네요.

모두 짧은 한가위 연휴 무사히,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캐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전 01화 디즈니의 '라이브액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