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내 주변에서 말랑해지는 것들.
눈과 마음과, 휴지조각.
자주 내 몸속에 멸치 떼가 말초신경을 따라 달리는 것 같다. 심장에서 데워져 명치에서 발가락 끝과 손가락 끝, 입술이 부풀다가 코가 찡해지면 뭉근함이 가득 차 눈주위까지 시큰하다.
예전엔 슬픔만이 눈물을 터트리는 줄 알았는데 조금 더 커보니 소중함이 더 자주 울게 한다.
말랑한 것들은 날 건드릴 수 없을 것 같아도 더 단단한 기억들을 남긴다.
고맙다, 소중하다, 사랑한다는 보드라운 말들과, 내게 닿는 사람들의 말캉한 접촉, 아껴주는 따뜻한 시선. 한없이 둥그런 것들이 더 큰 무게로 남긴 손자국.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는 과분한 기적.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닌, 우리가 모여 사랑을 이뤄낸 협동심.
어떤 이가 우릴 붉은 실로 엮어주었을까 한없이 궁금해지는 나날들이다. 그리고 묻고 싶다. 우리가 이렇게 행복해졌으면 해서 함께 하게 한 것이냐고. 벌써 완벽하게 행복해져도 되는 걸까 믿기지 않으면서도, 잠깐이어도 평생 힘을 얻어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데 사랑을 나누면 제곱이 되나 보다. 한때는 당신의 사랑을 먹고 탈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잘 씹어내지 못한 체기였음을 알아간다.
이제는 제철이 된 우리의 사랑을 알아볼 수 있다. 더 즐기고, 음미하며 삼킬 수 있을 때가 왔다.
그래서 순간순간 감탄하는 중이다. 매번 감동하는 중이다. 그래도 그전의 시간이 아깝진 않다.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아파했던 예전의 내가 있었기에 더 잘 씹어 삼킬 수 있음을 자신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