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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

by 훈자까

긴 호선의 예술로 밤하늘을 명명한

아이는 이곳이 내 세계라며 활짝 웃었다

어떤 활자이든 별처럼 빛날 테니까


눈을 반짝이며 그 세계를 동경한 옆의 아이는

입체감의 조각상을 세웠다

무수히 수놓인 문자는 진정 별이 되었다


두 영혼의 공명을 지켜본 먼발치의 아이는

지금의 아름다움을 정지된 영원으로

유려한 시간을 한 폭에 그려냈다


완벽한 찰나에는 질투의 은밀함이 드리운다

낮과 밤을 모조리 탐닉하는, 흰 자위의 밤 하이에나는

블랙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절대로.

그저 게걸스러운, 가학적인 포식, 예견된 비루한 말로.


찢기고 강탈당한

시간, 형태, 세계에

세 아이의 긴 자상

분출하는 별의 눈물


그 뼛조각조차 빛난다며 쳐드럽게 핥아대는

무식한 해골의 목덜미를 으스러뜨린다

더 견고해야만 하는, 검은 손아귀가.


아아, 한때의 명징한 순간이 지고 다시 어둠이

아니, 그저 어둑해진 하늘.


져버린 건 티끌 담긴 일순간일 뿐

절대로 지지 않을 세 아이의, 찬란한 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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