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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 작가 Aug 06. 2022

생각지 못한 여름에

생각 노트 #18

 물질적인 소득이 없는 생활을 이어간 지 세 달이 조금 넘었을 때였다. 반년 넘게 꾸준히 열정 가득했던 웨이트 트레이닝에 적신호가 찾아왔다. 점점 흥미가 떨어져 가는 것이었다. 하루의 최소이자 시작 혹은 마무리라고 생각하는 가치관에는 변함이 없었다. 단순히, 재미가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하루의 최소함에 찾아온 위기는 모든 행동에 대한 열정 고갈을 불러일으켰다. 원초적인 꿈이었던 글부터 시작해 소소하게 재미를 찾아갔던 요리 등 모든 게 충족감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러던 날들이 끊임없이 펼쳐질 것 같던 와중 이상한 하루가 찾아왔다. 가장 확신하는 예상을 빗맞는 게 인생이라고 했던가.




 그날은 절친을 만나러 근처 도시에서의 저녁 약속이 있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그날 확실하게 부여된 활력을 쥐어 잡고 오전 일정을 마친 뒤 시외로 가는 교통편을 탑승하러 집 밖으로 나가려는 참이었다.


 전화를 받고 통화를 마친 나는 왠지 모를 답답한 웃음을 지었다. 오전에 보았던 면접이 합격했다는 소식이었고, 당장 다음 주부터 출근이라는 중대한 일정이 생겨버린 것이다. 내가 근무할 것이라고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업계였다. 전공은 물론 흥미조차 애매했기에, 오전에 봤던 면접에서 조차 단 1%의 희망도 가지지 않았다. 그저 경험으로 넘기려고 했던 것이 합격 소식을 전해주니 나는 의문감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렇게 뜻밖의 소식을 가져간 나는 절친과 함께 아주 짧고, 붙잡고 싶던 주말을 보냈다.




 그렇게 2주가 지났다. 첫인상이라는 이미지와 버벅거릴 수밖에 없는 초반 업무 적응에 대해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살 떨리는 하루들의 집합이었다. 사회생활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과 부딪히는 업무, 그리고 내 감정선과 팽팽하게 진행되는 줄다리기는 매일 내 손바닥을 쓰라리게 만들었다.


 이틀 전에는 퇴근하고 귀가하여 저녁을 먹고 난 뒤 쓰러지듯이 잠에 들었다. 그러고는 냅다 12시간을 잤다. 놀라움과 함께 거칠고 기다린 줄은 다시 내 눈앞에 놓였다. 120시간을 잔다고 해도 마음의 피로가 풀릴 것 같지가 않았다. 오로지, 눈 질끈 감고 더욱 세차게 당겨야 마음의 피로가 녹아내리지 않을까.




 하루 종일 집에서 피로를 녹이는 오늘의 날씨는 폭염 경보였다. 흩어져가는 휴일의 시간을 최대한 느리게 만끽하려고 발버둥 쳤다. 작년의 여름은 거친 열기를 피해 퇴사를 했었는데, 올해는 반대의 나날이 펼쳐졌다.


 어떤 일을 하든 간에 내 소신을 잃지 말자. 그리고 어떤 시간이 찾아오던 이겨낼 수 있다는 것. 지금의 뜨거운 압박감과 숨 막히는 공기들이, 불과 한 달 전 점점 미각을 잃어갔던 내 모습을 기억하며 다시 활기찬 재미를 찾아주기를 바라며 저물어가는 하루의 찰나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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