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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 작가 Jun 29. 2022

호감은 본능이다

생각 노트 #17

 '첫눈에 반하다.'


 영화 같은 한 장면,  한 사람이 슬로모션으로 보이는 그 순간, 숨 쉬기가 가빠지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것만 같은 그 기분. 첫눈에 반한다는 문장은 이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겠는가. 


 세상에 같은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똑같은 문장으로 이상형을 서술할 수는 있으나 실제로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본능이 가리키는, 저 사람이 내 마음을 뛰게 하고 어쩔 줄 모르게 만드는 매력을 느끼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다.




 '나는 사람 외모 안보는 성격이야.'


 거짓말이다. 물론 자신만의 경험으로 좋은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생활 중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이상 상대방의 외모에 대한 단 하나의 관심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서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동물이기에 상대방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나는, 강렬하고 확실한 특정 사람에 대한 호감은 그간 가지고 있던 지식과 감정 체계를 망가뜨린다.


 인간이기 전에 동물이기에, 우리는 이성을 포함해서 외향적인 부분이 가져다주는 원초적인 가치 판단을 져버릴 수 없다. 다른 사람 앞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내색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몰라도 자신만큼은 속일 수 없다.


 '나는 저 사람에게 관심이 있어.'




 사랑이 외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반대되는 경우 또한 빈번히 일어난다. 이는 셀 수 없이 많은 상황에서 각자만의 인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본능을 이길 수 없고, 이기려고 애를 쓰는 것 또한 부질없는 짓이다. 절대로 멈출 수 없는 급류에 제동을 거는 것처럼, 결국에는 그 흐름을 따라야만 한다.


 티끌 같은 불순물이라도 첨가된 눈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반응하는 느낌에 자연스럽게 맡겨야 한다.

 



 그리고 동물적인 감각에 비치는 모습은 자신에게도 당연히 적용된다. 눈은 상대방을 향한 창이고, 그리고 거울은 반사되게 하여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자신의 이끌림과 상대방의 시선이 어긋날 때, 혹은 내가 보는 눈이 높다고 느껴질 때, 아니면 직접적인 경쟁자가 나타났을 때. 그런데 그 경쟁자에게 상대방의 호감이 더 커 보일 때.


 우리는 들끓는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열등감과 함께 자신의 외향적인 면에 대한 아쉬움과 분노가 찾아온다. 원래 성격이 어찌 되었든 간에 현재의 환경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물색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놀라운 정도의 적극성과 함께 시작한다.


 그리고 그 첫 단추가 메워진다면, 우리는 절대 햇빛이 드나드는 창을 닫지 못하게 된다. 창을 바라보고 상대와 나를 알려고 하는 것이 몹시 자연스러운 행동이기에.




 억지로 커튼을 쳐 암전 상태를 만든다는 것은 죽어가는 것과 같다. 어느 한순간 자연스럽게 열린 창을 우리는 만끽하고 또 열등감을 느끼면 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모난 부분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소중하게 가꾸어 빛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눈은 솔직하며 마음은 더욱 그렇다. 호감을 억제하고 거부하는 것은 심각한 내상을 입은 것처럼 끙끙 앓고 머리를 쥐어뜯는 자신을 보게 할 것이다. 거부에 대한 선택지는 없다. 시간, 환경, 관계 모든 것은 절대적인 가치를 가질 수 없다. 오로지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생겨난 호감만이 절대적이며, 앞의 모든 것들을 깨부술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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