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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 작가 Jun 11. 2022

꿈, 물질, 소비

생각 노트 #16


 "스트레스 받을 때는, 돈 쓰는 게 최고야. 쓰려고 버는 거지."


 "나중을 위해 꽁꽁 아껴두면 뭐해, 지금을 헤쳐나갈 힘이 없는데."


 소비는 우리에게 필수적이다. 삶을 지탱하는 데 있어서 당연시하게 행해야만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비는 시간과 체력, 노력을 소비해서 물질이라는 보상을 얻은 이후의 소비이다. 물론 사전적 의미의 소비는 시간, 물질 이외에 어떠한 것을 소모한다는 뜻이 타당하지만, 우리가 보통 소비한다고 말하는 것은 물질을 소모한다는  의미가 대중적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보편적인 물질은, 바로 돈이다.


 '돈, 세상에서 돈보다 더 사람의 사기를 꺾는 것은 없다.'라는 문장을 남긴 아테네의 정치가였던 소포클레스의 의견처럼 아테네의 황금기 시절과 눈부신 발전을 이룬 현대에서도 문장의 의미가 유효한 듯하다. 오히려 현대에서는 더욱 극렬하게 목을 매는 것처럼 보인다.

   



 꿈꾸는 미래, 낭만을 위한 시간과 육체의 소비는 아주 합당한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소비라는 단어보다는 노력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후에 발생하는 물질의 소비는 꿈꿨던 장면의 퍼즐 조각을 구매하거나, 보내는 시간의 질을 상승시키기 위한 소비로 이어진다. 결국 꿈을 위한 소비의 결말은 시간을 유지하기 위한 소비로 이어지는, 무한히 반복되는 산행과 같다. 이 같은 과정을 단순한 행동이나 게임으로 치부하기엔 끝없이 이어지는 땀줄기와 고통을 수반으로 한, 결과적이고 성취적인 감정이 동반되는 산행이라는 비유가 적절한 듯싶다. 이를 영상 플레이어에 대입한다면 한 사람의 인생이라고 제목을 작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시간을 지탱하기 위한 물질의 소비 또한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맛있는 음식, 술을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눈에 담아둔 옷,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을 사거나 본인만의 취미 활동을 위한 것들을 간직하기도 한다. 또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며 더해서 자신의 보금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꿈과 낭만을 위한 노력의 부산물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위한 모든 방면의 물질의 소비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소비는 당시의 스트레스가 과하게 쌓여 있거나 자신만의 해소 대상의 금액이 압도적으로 높을 때 혼란을 겪는다. 시간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지탱하기 위한 소비가 아닌, 찰나의 강렬한 행복을 위한 소비를 선택하는 것이다. 본인에게 확실히 부담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수 차례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갈등의 부분들에 대한 합리화가 이루어지고 결심과 함께 강행하는 결말을 우리는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주위에서는 따끔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직 경제관념이 없어서. 네가 아직 어리니까. 혹은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 또한 겪을 수 있다. 결국 본인이 선택하는 소비인데 주위의 애꿎은 의견에 휘말릴 필요는 없지만 갈등을 겪을 당시의 모습을 회상하며 후회하기도 한다. 그냥 사지 말걸. 막상 내 수중에 들어오니 내 것이 아닐 때의 가치만큼의 충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또한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떤 방식이든 간에 온전한 본인만의 말로이겠지만 사실 안타까움이 크다. 누구도 짐직할 수 없는 세태의 번잡한 변화는 개개인에게 독립적으로 작용한다. 나에게는 1만큼의 미약한 고통을 주는 사건이 다른 이에게는 10이라는 끔찍함을 겪게 할 수도 있다. 또 하루만 집에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일주일을 집에 있어도 매일이 고통스러운 사람이 있다.


 결국 모든 것이 불확실한, 좋은 의미로 어느 누구 하나 같은 개성을 지닌 이 없는 세상에서 '나'의 가치 소비는 스스로에게 존중받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내 소비가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합당하게 여기는 선택이었다면 그들에게 떳떳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준 행위가 아니라면 말이다.


 항상 자신의 바람직한 소비가 최선의 선택이기를. 그리고 그것이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현실을 그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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