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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 작가 May 28. 2022

밤하늘의 아득함

생각 노트 #15

 밤하늘을 바라본 적이 거의 없었다. 호기심 가득한 별을 찾겠다는 기억이 끄트머리조차 잡히지 않을 만큼 오래된 것 같다. 최근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마치고 집 근처에 도착했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걸어가는데 문득 밤하늘이 보고 싶었다. 여름이 선선한 밤공기를 건네주며 바짝 나에게 붙은 듯했다. 그리고 천천히 밤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별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것은 아직까지 건재해 보였으나, 꺼져가는 촛불처럼 위태위태한 아이들이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별은 자취를 감춘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반사되지 못하는 별빛이 많아지는 것인지, 아니면 점점 내가 별빛을 바라볼 상태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꿈을 하늘 위에 하얗게 띄우고 더 높은 반짝이는 알맹이들을 갈망한다. 그리고 자신의 눈에는 암흑만이 가득한 밤하늘이더라도, 별들은 제 위치에서 항상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지 확인하지 못하고 확신을 가질 수 없을 뿐.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득한 저 별들은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다. 각자의 꿈을 도모하고 한 발짝씩 내딛고 있는, 그들에게는 우리가 화려하게 빛나는 별처럼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고, 꼭 보고 싶어 하는 그 모습을 저 밤하늘이 지금의 나에게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딛고 있는 어둡고 광활한 세상에서 나라는 밝은 별을 선망하고 있을 것 같다.


 주위가 너무나도 어둡기에, 그것들에 잡아먹혀 자신은 빛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눈에는 점점 사라지고, 꺼져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들이 바라보는 지구라는 세상은 무척이나 찬란하고 눈부신 하늘일 것이다.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항상 빛을 뿜고 있는 천상일 것이다. 나를 덮고 있는 하늘이 어둑하다고 해서 시꺼멓고 절망적인 상자에 갇힌 것이 아니라.


 내가 찬란한 하늘 위에서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굳이 밤하늘을 올려다볼 필요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밤하늘을 자연스럽게 올려다보지 않게 됐던 건, 내가 점점 타오르고 빛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올려다보던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조금 떨구어 나를 바라보았다. 항상 흔들리지만 꿋꿋하게 나아가자는 의지를 보았다. 이전보다 떨림도 많이 잦아졌고 감정과의 싸움에서도 꽤 연전연승을 달리는 중이었다. 확실히, 잘하고 있구나.


 집 앞에서 볼기짝을 비비는 밤 향기를 한껏 맞이하고는 다음 여정을 위한 문을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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