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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 작가 May 22. 2022

육체, 그리고 당장에 대한 감사함

생각 노트 #14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우리는 육체를 사용하여야 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정신만으로 행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물며 휴대폰으로 영상을 시청하면서 피드백으로서 돌아오는 다양한 표정 또한 안면 근육을 사용하는 일이다. 


 당연하게도 생각만 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이디어가 자신의 머릿속에 있다고 한들, 육체를 통한 발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세상은 절대로 알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목소리를 통해 말하고, 인정받고, 창조해야만이 그것은 떳떳한 피드백을 가져다줄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먹는 것과 자는 것, 외에는 관심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고, 괴롭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빨리 몸을 움직여야 돼요. 집 안을 돌아다닌다거나 설거지라도 갑자기 한다던지, 막, 안 뜯었던 소포를 뜯는다던지 우울한 기분이 들 때 그 기분에 속지 않으려고 해요. 이 기분이 절대 영원하지 않고, 5분 만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몸을 움직여야 돼요, 진짜로."


 일전에 시청했던 영상에서 가수 아이유 님이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말해주었던 문장이다. 당시 무기력증에 허우적대던 시절이었고, 그래서 극렬히 공감했던 또렷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인생에서의 성취는 우리가 무의식적이고 당연하게 움직이는 육체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기반은 정신이 붙들고 있으며 이것은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듯하다.




 세상은 우리가 나이를 먹는 속도보다 비교도 안될 속도로 번잡해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세태에 대한 수도 없이 많은 부정적인 정보를 접하게 된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특히 젊은 세대라면 더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 또한 그러하니까 말이다.


 내가 가진 사고 회로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시도 때도 없이 뇌리에 박히는 우울하고 척박한 이슈들에 생각 또한 오염되어 썩어간다. 현실에서 별다른 일이 없었어도,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이든 간에 해가 거듭할수록 우리의 생각은 좀먹어 간다.




 개인에게 행복한 소식은 상대적으로 극히 드문 상황에 세태가 척박하다는 뉴스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이지 않고, 눈엣가시처럼 자주 등장한다. 어릴 적 친구들과 호기심이 통하면 어떤 일이든 진행해보려고 했던 순수하고 무식한 열정은 온데간데없고,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마치 굼벵이처럼 부정적인 생각을 잔뜩 앉고 기다리는 것이다. 자신은 언젠가 성충이 되어 밝은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무것도 못하는 일상, 바뀌지 않는 일상을 지내고 있으면서 나는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행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다는 것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당연한 사실을 부정하며 지내는 일상은 너무나도 애석하지 않은가.

 



 나 또한 생각만 가득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은 지독하게 가까웠던 사이였다. 생각으로 가질 수 있는 기분전환은 독이 될 때가 있다. 생각을 넘어 망상에 이르고, 이것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기시감이라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물론 이것이 동기부여의 상태로 이끌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상상에만 몰두해 실천과는 더더욱 멀어질 수도 있다. 상상을 실체화할 수 있는 기적의 확률에 기근이 이는 것이다. 처음부터 계획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하루하루가 모이면 자신의 회고는 자연스럽게 거대해질 것이다.


 최소한 하루를 인간답게 사는 기준으로 나는 웨이트, 운동으로 설정했다. 운동 자체를 좋아하는 것도 크지만 쉬고 싶다는 일념도 단단한 반발로 다가온다. 물론 휴식이 필요한 날도 있기에 다른 것을 설정한다. 의미 있는 약속을 잡는다거나 당장 필요한 것들을 위한 쇼핑을 나간다거나. 분기마다 했던 옷장 정리를 갑작스럽게 한 번 더 한다던지. 24시간 중 실현할 수 있고 당연하게 해야만 하는 일을 꼭 설정한다.




 몸으로 하는 일은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그리고 잡념을 사라지게 한다. 심박수가 빨라져 전신의 혈류가 활성화되는 그 기분, 찰나라도 무아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축복이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고 쌓이니 육체에 대한 귀중함을 느끼고 사용하는 일에 더욱 자신감을 얻는다.


 그리고 육체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배려와 경외감이 생긴다. 본업이던 취미이든, 꿈으로 달려가는 과정이든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반짝인다.


 "무언가 한 가지에 집중하는 사람은 우리의 눈에 상당히 멋진 모습으로 비친다."




 복잡한 생각은 집어치우자. 그리고 당장 침구류를 정리하고 일어서라. 손가락 마디부터 팔, 가슴, 배, 다리까지 온몸을 움직여보자. 그리고 현재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육체에 대한 축복을 느끼고 마음껏 자신을, 당신의 꿈을 사랑하자. 자그마한 당신과 빛나는 미래의 모습은 동일선상에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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