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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 작가 Sep 11. 2022

객관화로 빚는 소신과 일상

내가 만난 사람들 #08

 다른 이와 나 자신을 동일선상에 두는 일은 세상에서 가능한 것일까. 어떠한 상황이든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자신은 돌보지 않고 상대방의 기분만을 챙기려는 이도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고수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자신의 형상이 흐려지지 않게 하면서 말이다.




 어릴 적의 나는 두 번째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현재의 나로서 내린 자기 객관화가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느낌은 확실하다고 못 박을 수 있다.


 남녀노소 대하기에 사람이 얄팍해 보일 수도, 혹은 속내를 알 수 없게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를 가까이했던 사람이 보기에는 낮은 자존감에 질질 끌려다니는 감정선, 무매력의 허우대만 멀쩡한 목석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최소한 인간관계에 있어서 감정이라는 껍질은 솔직해야 할 텐데, 수레는 요란한데 막상 안에 든 것은 꽁꽁 감추었으니 말이다.

 



 항상, 그리고 꽤나 친했기에 몰랐던 부분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에 대한 가치관을 객관적으로 봐준 사람이 다섯 손가락도 많다는 것을.


 물론 절대적인 객관화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입맛에 맞게 채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드로잉만 봐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자 곧 성격이다.

 



 지금까지 꽤 유쾌한 모습을 봐온 친구였다. 자신에게 기쁜 일이 있으면 더더욱 감정을 만끽하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결과는 자만이 아닌 자신이 한 과정에 대한 착실한 평가와 다음 일에 대한 발걸음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찢긴 상처를 안기는 고난 또한 친구에게 찾아왔었다. 소식을 접하고는 심려가 무척이나 깊었다. 하지만 조금 놀라웠었다. 극심하게 흔들릴 것 같으면서도 다분히 자신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최대한 절제한 내색과 말투, 그리고 말끝에는 살짝 웃는 표정까지. 오래전 일이지만 나에게는 아직까지 그 표정이 선하게 남아있다.


 정말 대단한 심지를 가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였으면. 아니, 당시의 나에게는 공감은 버겁고 이해를 떠나 어떤 위로를 건네야 할지도 갈피가 안 잡혔었다. 위로 또한 오히려 친구에게 무너질 수도 있는 가시로 다가갈 것만 같았다.

 



 그 이후 바라본 친구의 모습은 확실했다. 자신의 온전한 모습이 첫 우선순위이면서도 바라는 것에 대한 느낌 또한 솔직하게 표현했다. 수월한 것에는 가진 장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난항에는 약한 모습을 직시하고 주위에서의 도움과 스스로의 노력 둘 다 갈구하는 듯했다. 마치 어떠한 과정이든 자신의 양분이 될 것에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밑바탕에는 이를 꽉 문 자존감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감정 또한 다른 것들처럼 강해 보이진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신기했다. 욕망과 감정, 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중간을 유지하려고 했다. 깊게 발을 들이지도, 기겁하여 발을 빼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인생은 행복한 트루먼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원초적인 욕망이자 당연하게 볼 수 있는 가치관이다. 나에게 행운이 많이 찾아오고, 유리하게 흘러가고, 남들보다 더욱 성공하는. 그리고 내 감정이 항상 옳고 남도 나를 알아주기를.


 딱딱하고 투박한 객관화된 배경에 움츠러들지 않고 신중하게 나아가는 사람. 또 솔직한 욕망을 표하면서 그렇다고 요행은 바라지 않는. 자신이 쌓아 올리는 것에 트루먼을 배제하려고 하는, 나는 절대 될 수 없는 모습이기에 일상을 멋있게 재단해가는 사람으로 내 눈에 비쳤다.




 최근에도 직접 보거나 연락을 하면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더욱 배울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열의를. 아직까지 감정에게 을인 나는 그늘져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친구의 주변은 쾌활해 보였다. 마치 만나는 이로 하여금 별 다른 걱정도 들지 않고 긍정적인 웃음을 짓는 모습을 그리게 하는 것 같다.


 나에게 해준 솔깃한 조언들로 하여금 일상에 벽돌을 세운 적도 많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또 평소를 즐기는 데 있어서 항상 유쾌했던 기억만 남아있다.


 친구가 바라는 인간상과 수려한 모습을 생각하니 나 또한 더욱 일상의 열매에 대한 열망을 갈망하게 되는 것 같다. 더 나은, 높은 삶의 질을 향해 달리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더욱 상부상조하며 바라는 곳에서 뿌듯한 웃음을 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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