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사회참여로 세상을 작고 크게 바꿔보겠다고 충주교육청에 모였다. 충청북도 충주에서 6개의 학교가 사회참여 계획서를 제출했고, 그날은 각자의 계획서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나는 청소년 사회참여 프로젝트 지도교사로 참석했고, 우리 학교 아이들은 감사하게도 황선생님이 지도교사를 맡아주셔서 황선생님 인솔 하에 참석했다.
과연 다른 학교 아이들은 어떤 계획을 구상해 왔을지 궁금했다. 우리 학교 계획이 다른 학교 못지않게 멋있으면 좋겠다는 유치한 경쟁심도 일었다. 애들이 발표를 하는데 왜 내가 떨리는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팔불출 교사다.
중산고 학생들은 발마사지 교육을 이수한 뒤 매주 관내 주간보호센터에 방문하여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발마사지 봉사활동을 진행한다고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발 마사지에 대한 거부감이 들진 않았는지 물었다. 중산고 학생이 대답했다.
"처음엔 거부감이 조금 들었는데요, 제가 아까 발표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할머니들께서 엄청 감동하시면서 발마사지는 처음 받아본다고 우시는 분도 계셨고, 너무 기뻐하시니까 제가 다 뿌듯해지고 벅차져서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아빠 발도 못 만져봤는데 지역 어르신들 발을 어루만져주는 고등학생들이라니, 이 무슨 눈물 줄줄 감동의 장면이란 말인가. 이런 학생은 어디서 나고 자라는가. 뱃속부터인가, 교육이 조각한 작품인가!
충일중 학생들은 로컬 푸드를 구입해다가 학교 학생들에게 판매하고 수입금을 기부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먹거리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얼마나 많은 탄소발자국이 생기는 가에 대해 이야기했고, 우리 지역에서 나는 먹거리도 충분히 가치 있고 상품성이 있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상업고 친구들은 '자전거로 누리는 탄소중립 충주를 만들자'는 제목의 계획서를 발표했다. 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의 뜬구름 잡는 얘기 안 좋아하는데, 상업고 친구들의 큰 얘기는 치밀하게 전개되어 금방이라도 닿을 듯한 구름이 되었다.
친구들의 큰 고민이 등하교 시간 대중교통의 불편함임을 인지하고 자전거 통학을 희망하는 학생 수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왜 자전거를 이용하기 어려운지 충주시내 현장을 점검하고, 자전거 이용이 용이한 안동을 탐방하여 벤치마킹하며 자전거 타기 좋은 충주를 구상하여 충주시장님과 면담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나는 이 학생들이 금방이라도 자전거 타기 좋은 탄소중립 충주를 만들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프로젝트가 단계별로 잘 짜여있었고, 발표하는 목소리에 힘이 있었고, 두 눈과 마이크를 잡은 손에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다. 곧 충주에 충주표 따릉이가 생기려나 기대가 되었다. 나 따릉이 좋아하는데.
우리 애들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파이팅 해야지'라는 제목으로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서희랑 태리랑 나랑 대본을 썼고, 몇 번이나 연습했고, 오늘 아침에 "용원초 얼굴에 먹칠할 거면 교육청에 나타나지맛!"이라고 장난도 쳤는데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내 제자인데 당연히 잘하겠지.'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크게 3가지 활동을 기획했다. 첫 째, 차별 금지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 및 캠페인 전단지 제작하여 게시하고 홍보하기. 둘째, 유명한 장애인 유튜버를 섭외하여 강연 진행하기. 셋째, 차별 금지 내용을 담은 굿즈를 제작하여 나누며 홍보하기.
서희는 지난 발표보다 훨씬 더 크고 당당하게 억양을 잘 살려 발표했고, 실전파인 태리는 학교에선 부끄럽다더니 마이크 잡자마자 앵커로 돌변했다. 나는 너무 뿌듯해져 버려서 동네방네 얘네가 "내 애들이에요." 자랑하고 싶었으나 그럴 곳이 없어 남편에게만 자랑했다.
사회참여 프로젝트 계획 발표 현장에 가서 느낀 점은 결국 희망은 사람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은 이 아이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런 훌륭한 계획서를 쓰는 데 도움과 조언을 주고, 계획서를 공문으로 제출하고, 사용이 까다로운 목적사업비를 굳이 배부받아서 아이들의 계획을 실현케 해주는 열정 가득한 선생님들에게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 희망은 사람과,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에게 있다.
충주에 몇 학교 몇 명의 아이들은 사회참여 대소동을 준비하고 있고, 2학기 때는 어떻게든 해내서 결과물을 가지고 다시 한번 모일 것이다. 아이들의 사회참여는 어떤 소란을 일으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얘들아, 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모두들 파이팅 하자!
<용원초 발표 대본>
안녕하세요 저희는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용원초등학교 사회참여 프로젝트 팀 '파이팅 해야지'입니다. 모두가 존중받고 평등한,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제11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떤가요? 나와 다르다고, 익숙하지 않다고 차가운 눈초리를 보내거나 날이 선 말로 상처를 내지는 않나요?
저희가 계획한 차별 없는 사회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먼저 차별금지 현수막 및 차별 금지 전단지를 디자인하고 제작하여 마을 분들에게 나눠드리려 합니다. 이때, 저희가 하고자 하는 말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맛있는 간식도 함께 드리겠습니다.
다음으로는 장애인 유튜버를 섭외하여 학생들과 마을 어른들에게 강의를 제공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유명한 유투버가 장애인 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린이나 장애인 차별금지 내용을 담은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여 나눠보려 합니다. 저희는 컵 디자인 수업에서 차별금지를 홍보하는 컵도 미리 제작해 두었고, 그 외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차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굿즈를 고민하여 제작해 보겠습니다. 또 교내 작은 이벤트로 차별금지 내용을 담은 퀴즈를 내고 열심히 참여한 학생에게 소정의 상품을 지급하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저희는 누구나 존중받고 평등하며 행복을 꿈꾸는 마을과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희의 작지만 큰 진심과 노력이 마을과 사회에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이상 발표를 맡은 유서희, 한태리였습니다
많은 질문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서희랑 태리는 댓글이 어떻게 달리나 엄청나게 기대하는 편입니다. 선플 달아주시면 아이들에게 큰 응원과 기쁨이 될 것입니다.
물론 칭찬에 훌라춤 추는 저에게도 큰 응원과 기쁨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