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아마 세상을 바꿀 거야

우리동네 나의손주

by 김Genie

"환경 보호에 대해 마을 사람들에게 홍보할 순 없을까?"

"친환경 제품 꾸러미랑 홍보물을 만들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캠페인을 하는 거 어때요?"




아이들과 'When is earth day?' 단원에서 지구의 날과 환경오염에 대해 배운 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마을에 알려보자고 제안했다. 아이들 눈이 반짝했다. 이미 캠페인 기획에 일가견이 생긴 아이들이다.


"선생님, 텀블러처럼 다회용품 나눠드리면서 일회용품 쓰지 말자고 홍보해 볼까요?"

"지난번처럼 미리캔버스로 홍보물 디자인해서 같이 넣을까요?"

"간식 선물은 쓰레기가 나오니까 다른 선물 뭐 없을까요?"


아이들은 하나를 던지면 둘을, 둘을 던지면 여덟을, 셋을 던지면 스물넷을 해낸다. 더 빨리 더 유연하게 헤엄치는 돌고래들 같다. 이 돌고래가 멋지게 유영할 수 있도록 좋은 길을 알려주는 게 내 일이다.

"이번엔 간식 대신 친환경 제품을 다양하게 담은 꾸러미를 드리면서 캠페인을 해보자."


아이들과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검색했다. 퐁퐁 대신 친환경 주방 비누, 플라스틱 수세미 대신 자연에서 나온 수세미 등 나도 몰랐던 친환경 제품을 보며 자연스레 우리 집 부엌을 떠올렸다.


친환경 제품 꾸러미에는 아이들이 직접 디자인한 도안으로 만든 컵도 담았다. 유용하면서도 자주 아이들이 전해준 문장을 떠올릴거라 기대하면서.


우리는 여느 때와 같이 즐겁게 꾸러미를 포장해들고 마을에 나갔다. 면사무소 직원분들이 아이들을 반겨주셨고, 예쁜 신협 언니도 선물을 기쁘게 받아주셨고, 식당 사장님은 고마운 마음에 시원한 음료수까지 들려주셨다. 경로당 할머니들은 아이들의 귀여움에 홀려 눈을 못 떼셨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예쁨을 온몸으로 받으며 꾸러미 속 친환경 제품에 대해 이게 왜 지구에 도움이 되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하나하나 설명했다.


아이들이 만든 컵은 교무실 종이컵 더미 옆에도 놓였다. 나는 목이 말라 종이컵을 꺼내려다가 '종이컵 대신 머그컵'이라 쓰인 머그컵을 들었다. 우리 학교에 오는 손님들도 아이들이 디자인한 머그컵에 담긴 물을 대접받게 될 것이다.


나도 살지 못한 삶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가령 나는 별로 민주시민도 아닌데 민주시민 교육이랍시고 아이들에게 말로 뭔가를 가르쳐보려고 할 때 회의를 느끼곤 했다.

'나는 이렇게 못 살지만 너는 이렇게 살아줘.' 그런 게 위선적이라고 생각해서 약간 역겨웠다.


요즘 아이들과 함께 일종의 소동들을 벌이면서는 다른 생각을 한다. 아이들과 소동을 벌이며 나도 조금 바뀐다. 아이들도 조금 바뀐다. 아마 학교 친구들도 마을 사람들도 조금씩 바뀔 것이다. 이러다 보면 금방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을 전할 수 있게 된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바꿀 것 같다. 하나의 세상이든 천의 세상이든 만의 세상이든 분명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맹랑하면서도 선명한 희망을 아이들에게서 본다.


너희는 아마 세상을 바꿀 거야.

나의 세상도 바꾸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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