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시차때문에 사실 새벽 세시반에 깼다. 눈이 너무 말똥말똥해서 어제 쇼핑한 것들을 옷장에 차곡차곡 정리해두고 짐도 전부 정리해서 호텔방을 마치 내집처럼. 그렇게 정리해두었다. 그리고는 배고파서 새벽 다섯시에 어제 마트서 사온것들과 프레타망제에서 사둔 애플파이도 먹었다.
프랑스 요거트는 어찌나 맛있던지!
(사실 난 남은 바닐라맛요거트 한개를 결국 기내용 지퍼백에 싸왔다 ㅋㅋ) 카르푸, G20, 등등등 마트가 보이거든, 요거트 섹션으로 가서, 맛있어보이는 팩을 하나 꼭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매일매일 드시길. 화장실도 잘 가고, 정말 맛있다!!
여섯시가 넘자 해가 조금씩 뜨려고 하늘이 푸른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오늘은..날씨가 맑은것 같다!
해가 다 뜨고 일곱시. 난 이미 화장까지 마치고 ㅋㅋㅋ 시테섬으로 산책을 갔다.
숙소인 시타딘레알에서 도보5분이면 퐁네프다리에 도착한다.
시테섬으로 넘어가는 다리. 아침에는 이렇게 사람없는 한가로운 거리를 볼 수 있지만, 해가질무렵엔 사람이 엄청많다.
저녁즈음이면 사람으로 가득차는 세느강 다리근처도 아침 8시 전엔 이렇게 한가롭다. 사진을 찍고싶다면, 아침일찍 가는 것도 추천한다. 단, 밝을때.
공기도 달고, 햇빛은 빛나고^^ 다시 숙소에 잠깐 들렀다가, 노동절이니 여기저기 쉬는 곳이 많아 어딜 갈지 잠시 생각해본다. 뮤지엄은 노는경우가 대다수이고... 브런치를 먹어볼까?!
그래서 근처 가까운 브런치 맛집을 검색하다 발길닿는대로, 가보자 해서 도착한 곳은...클라우스, 라는 맛집이다.
Claus - Palais-Royal**
14 Rue Jean-Jacques Rousseau, 75001 Paris, 프랑스
** 2022년 기준 폐업이라고 뜬다 ㅠㅠ 아이고....
사실 Google을 참고하며 영업시간을 보고 찾아가지만 노동절같은 휴일은 영업시간이 평소와 다를수가 많다. 좀 일찍 여는거 같아서 이곳을 고르기도 했는데, 막상 아홉시에 연다는 집이 아홉시반에 도착했는데 10시 오픈으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맛집이긴 확실히 맛집같은것이, 오픈 전 30여분전인데 줄이 서 있다.
이쁜 간판과 예쁜 하늘, 골목 하나를 두고 건너편엔 신선한 식료품을 파는 똑같은 이름의 식료품점도 있는데, 샌드위치등을 판다.
건강한 브런치를 파는 클라우스. 20여분을 기다리니 웨이터들이 한명한명 데려들어간다. 나도 한 5번째쯤 들어갔다.
창가자리부터 채워지는 작은 레스토랑.
첫번째로 들어간 프랑스 여성분이 가장 창가쪽의 자리에 앉고, 그 다음이 유쾌하고 나이스한 중국인-프랑스남성의 커플이 그 옆, 한국남자분같은데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던 왠지 파리지엥같던 남자분 1분이 그다음, 2층에 단체예약자가 올라간 후 다음이 나였다. 나는 그 프렌치? 같던 한국남자분 옆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주는데 브런치메뉴는 네 개정도 있었다. 나는 구글에서 보았던, 맛있어보이는 수란과 아보카도가 함께있던 브런치를 선택했다. 빵은 브리오슈가 수제잼과 나오고, 쥬스는 이곳에서 정말 신선하고 건강하게 만든듯한 비타민,디톡스,오렌지?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데 나는 디톡스를 골랐다. 차는 쇼콜라.
처음엔 주스와 함께 차, 수제잼, 브리오슈를 준다. 브리오슈 정말 맛있다. 파리에서 빵은 다 맛있다.
각종 사이트의 평은 "건강한 맛이다" "정갈하다" 등등.
다 맞다.
너무나 건강한 맛이었고 나는 그게 좋았다. 그제서야 내가 지금 프랑스 파리에 왔다는 걸 실감할수 있는 맛이었다.
제일 먼저 나온 브리오슈와 음료, 쥬스. 같이 나온 디톡스쥬스는 정말, 아침에 먹으면 머리가 싹 맑아지는 그런 맛? 디톡스주스 신청하면 왜 비트랑 그린스무디에 레몬즙 섞어서 오는 그런맛? 정말 내 피가 맑아지는 느낌이 드는 맛인데,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맛이라 다 마셨다. 이 레스토랑은 세가지맛 쥬스를 미리 준비해놓고 주문하면 바로바로 따라주는것 같다.
가격대가 적진않았지만, 음식이 딱 그가치를 하기때문에 아깝지 않았다.
메인메뉴가 나오고 빵을 가져가려해서, 외쳤다. "아직 다 안끝났어요!" 소년같은 프랑스인 웨이터가 웃었다.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왔는데, 왜 파리를 미식의 도시라고 하는지 알것 같았다.
저 음식의 베이스는 딱딱한 곡물 빵이 깔려있고, 그 위에 허브와 소스를 버무려 얇게 발려있는데다 버섯, 아보카도가 올라가있고 부드러운 아보카도 위에 약간의 짭쪼름한 맛을 내줄 살로미같은 얇은 햄이 있고, 부드러운 수란이 가운데 올라가있다. 그리고 처음엔 이해할수 없었던 숙주나물 몇가닥. 이게 다 이유가 있었다.
달걀을 반 쪼개서 달걀노른자가 흘러내려 빵을 적시면 그 부드러운 맛과 부드러운 아보카도와의 만남은 누구나 알듯 정말 최고다. 그리고 딱딱한 빵이 그 부드러운 달걀로 적셔지니 조금 부드러웠다. 빵과 아보카도, 짠 햄이 같이 어우러지다보니 뭔가 상큼한게 필요한데, 그 조화로움이 저 숙주나물을 조금 베어물면 딱!!정말 딱 좋았다.
부드러운 식감+딱딱하고 묵직한 식감+꺾어주는 아삭함+뒷맛 개운한 방울토마토까지. 내가 먹어본 중 최고의, 최고의 브런치 메인이었다.
가장 기대했던 메인메뉴. 정말 기대만큼 훌륭한 맛이었는데, 철저히 계산된 맛을 보여주는 접시 같아 너무나도 놀라웠다.
오픈 키친이라 준비하는 모습이 다 보여 ㅎㅎ 음식을 만드는 메인키친은 지하층에 있어서 웨이터들이 지하를 오르락내리락한다.
우리돈으로 4-5만원 수준의 아주 고가의 브런치였던것 같은데 그래도 돈 안아깝고 먹을만 했다.
내 옆테이블 쉐프같은 한국남성분은 혼자 오셔서 브리오슈에 쇼콜라(밀크초콜릿)같은 거 마시고 간단히 브런치 하고 가셨던것 같다.
그리고 유명한게 정말 맞는거같은게 우리처럼 줄서서 먹은 사람도 있겠지만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점심저녁이 어려운것 같았다. 아침에 미리 와서 점심예약을 하고 가는 커플도 둘이나 봤고 계속 전화가 울리는데 예약전화였다.
너무 친절하고 예쁜 레스토랑에서 건강한 브런치를 만끽하고, 레스토랑 밖에서 빼곡히 줄서있는 분들을 보며 미안한 맘에 식사 마치고 너무 오래 끌지 않고 일어섰다. 같이 왔던 다른 일행들도 반이상은 먹고 빨리 일어나더라.
햇빛이 찬란한 오전이었다.
내 숙소 근처에는 퐁피두 센터가 있다. 레스토랑에서 나와 정처없이 거리를 걷다보니, 퐁피두센터가 나왔다. 시간이 되어 그런지 사람들도 꽤 많이 거리에 나와있었고 퐁피두의 옆엔 봄을 알리듯, 예쁜 꽃나무도 피어있다.
퐁피두 앞에는 저런 실험적인 분수가 있는데, 분수를 튼 날은 더욱 아름답고, 공연도 한다는데..휴일이라 안하는듯.
마레지구에 부띠끄와 갤러리, 맛있는식당,꽃집 등이 골목골목 아기자기하게 가득차 있었다.
정처없이 마레지구를 걸으며 골목골목 마레지구의 정취를 한껏 즐겼다. 사실 마레지구 백화점이 노동절에도 연다는 구글의 안내를 믿고 갔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그래서 골목을 특별히 목적없이 구경하며 여기저기 걸었다. 골목자체가 너무 예쁘고 오래된 유럽, 파리의 그 고즈넉한 정서를 너무 잘 담고있어서 참 좋았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내가 오기전 보게된 "원나잇푸드트립"이라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여기도 소꼬리찜?같은 국물요리가 있다며 먹는데 너무 맛있어보여 주소를 저장해두었었던 가게가 마레지구에 있었다.
바로 CHEZ JANOU라는 집인데, 개그맨인 문세윤님이 와서 그 소꼬리찜과 새우요리 등을 먹은 집이었다.
Chez Janou
2 Rue Roger Verlomme, 75003 Paris, 프랑스
역시나, 가보니 꽉 차있는 테이블. 바테이블에서 5분정도 대기하고있으니, 혼자인 나를 오라고 손짓한다. 자리를 잡고 물어보니, 그 메뉴는 겨울용이란다. 비슷한 메뉴가 있다고는 하는데 나는 오리스테이크를 먹겠다고 했다.
파리에 오면 많이 먹는 오리스테이크. 근데 난 그저 그랬다. 소꼬리비슷한 음식을 추천받았는데 그걸먹을걸 그랬나보다.
너무나 바쁜 와중에도 음식은 LTE급으로 내오던 부엌이 바로 보이는 자리라서 더 좋았다. 웨이터도, 쉐프도 한국보다 더 빨라보였다. 파리사람들이 식사를 늦게한다고? 느리다고? 아닌거같은데...;;;;;; 와인보다 메인이 더 빨리나와 당황했던 ㅋㅋㅋ
가격은 괜찮은 쉐자누. 오리스테이크는 솔직히 그저그랬다. 먹을만했지만, 오리냄새가 조금 나긴 했다. 무튼 감사히도 빨리 음식을 먹고 와인을 하고, 나와보니...
골목마다 경찰이 길을 통제한다. 뭐지???
체게바라 깃발까지 등장한 이 시위현장은, 노동절을 맞은 한 노동자 단체에서 주최한 대규모 시위현장. 저 멀리 빵빵터지는 저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이 길은 레푸블리크로 향하는 마레지구 가장 우측의 대로변이다.
규모로 봤을때 촛불집회까지는 아니지만 광화문 집회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대규모였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고, 집회참여자들은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저마다, 반극우의 스티커를 팔뚝에 붙이고있었고 자신은 노동자라는 표어를 들고 있었다.
근데 그 사람들의 구성이 참으로 재밌었다.
젊은 사람들이 대다수일줄 알았지만, 아주 지긋한 나이의 노동자푯말을 든 사람들이 많았다.
평범한 사람, 극단주의적인 사람, 소시민, 정말 많은 사람들이었다.
과격한 사람이 눈에 많이 띄겠지만 현장에 있던 내 눈엔 그 소수의 화염병 투척자들보다는 도로 가장자리에서 친구와, 남편과, 아이와 함께 작은 표어를 들고 행진하며 같이 구호를 외치던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불어를 잘 모르는 나도 르펜 안티들인건 알겠더라.
리푸블리크 광장까지 이어지는 대로변과 마레지구 골목의 연결부분마다 저렇게 경찰차와 중무장 경찰들이 길을 막고 서있다.
난 태어나서 처음 화염병 투척하는 걸 보았다.
화염병을 던지는 측에서도 무고한 시민이 다칠까봐 소리를 잔뜩 지르는데
그 주변에 있던 아이를 데리고 있던 엄마들이 일제히 아이 눈과 코를 가리고 뛰어서 깜짝 놀라 같이 뛰었다.
아마 바닥에 던지던 병에 화염병말고 최루탄같은 게 있었나 싶었다.
우리나라 집회는 완전 애기애기 했다. 근데 더 놀라운건, 화염병 투척러를 경찰이 가서 체포하거나 통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집회현장의 길가에는 최대한 진입하지 않고, 대신, 골목에서 대로변 시위현장에 접근하거나 반대의 경우에만 통제를 하는 것 같았다.
집회도 보장해주고, 또 무고한 시민이 모르고 딸려들어갔다 시위현장에서 다치지 않도록 하는것 같았다.
공화국의 빛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본고장 프랑스에서 메이데이 집회를 보니 참 새롭고 놀랍다.
집회 현장을 벗어나 근처 보주광장으로 향했다. 놀란 마음도 진정시킬겸, 기분전환도 할겸,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물고 사람들이 쉬고있는 보주광장 내 잔디밭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