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고향에서 서울로 놀러 온 고향 친구들을 만나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이지만, 맥주 한잔씩을 기울이며 오래간만의 회포를 풀었다. 거의 3~4년 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그들도 나도 그동안 우리 참 힘들게 살았었다며 서로 위로하며 응원하는 술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이지만 나도 분위기에 취해 맥주를 몇 잔 마시다 보니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가볍게 해장라면을 끓여 오빠와 나눠먹고, 그들의 안녕을 빌며, 오늘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책상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리고 일기장을 핀 채 (놀랍게도 올 한 해는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있는 중이다.) 오늘이 7월의 마지막 날인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일기를 쓰기 전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7월 한 달간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5~6월에 그렇게 불안하던 나는, 나의 마음들을 잘 이끌어 가고 있었나? 그냥 한 달 동안 내가 써놓은 일기를 쭉 한번 훑어보며 잠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7월, 이 무더운 여름은 나에게 위로의 계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 뼘 더 성장했던 시간이었고, 나의 '불안감'이 나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을 했고, 어제 처음 브런치에 쓴 글이 조회수가 10,000을 찍은 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다.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시는 분들에 대한 부러움과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글을 쓰는 연습을 하던 나에게 너무나 기쁘고 감사한 순간이었고, 잘은 못하지만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또한 어떤 잡지사 본지에 글을 게재하고 싶다는 메일에 바로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는데, 이렇게 설레는 일들이 나한테 벌어질지 난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바탕화면에 뜬 고양이 램프. 이 순간 숨멎 모먼트... 말로 표현 못할 기쁨이었다!
그리고, 나의 단짝 친구 Hanna와 여름휴가로 서울에 올라온 정화씨를 만나서 행복했으며, 그들이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아끼는 마음에 하는 따뜻한 말과 조언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업계에서 일을 하며 현재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박 선생님에게 내가 먼저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부모님과의 문제를 바라보았다. 그들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내려놓으니 그들의 삶이 안타까웠고 얼마 남지 않은 여생, 두 분이 더 이상 서로를 미워하지 말고 아끼며 사랑하고 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이렇게 마음먹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지만 '마음스파'라는 책을 보며 나 자신을 다독일 수 있었다. 정말 부모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존재이며, 좋은 부모를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큰 행운임을 이제는 나도 안다. 하지만 작가의 말대로 내가 나의 부모님을 선택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갑자기 그동안의 서운함과 원망이 터져 나와 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나를 자각할 수 있었다.
"부모는 선택할 수 없지만 '나'는 선택할 수 있다"는 그 말 한마디에 내가 나의 상처와 결핍을 직면하고 이제는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작가의 말대로 평생 그들에게 끌려 다닐 수는 없는 거 아닌가...
7월 한 달간을 되돌아보니 아직 무엇 하나 해결된 것은 없지만, 이제는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용기를 얻은 것 같아 감사하다. 아마 새롭게 시작되는 8월에도 나는 도전을 많이 할 것이며, 또 많이 실패할 것이다. 예전 같으면 겁나서 도전도 못해 봤을 나지만, 이제는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알기에 용기를 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