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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잉 Jul 03. 2024

뉴스 보는 남자, 드라마 보는 여자

미국의 경영 구루인 톰 피터스는 마케팅 방식의 모든 것을 여성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 가계 소비의 80%를 여성이 좌우한다고 말했죠. 주택 같은 큰 소비부터 휴가 계획 같은 작은 소비까지 여성들의 결정을 따라간다는 것이 그의 조사 결과였는데요.


한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20년 전부터 한국도 여성 중심 마케팅의 중요성을 실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와 컨텐츠 제작자는 여성들의 취향과 생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이 높고 성평등 의식이 자리 잡아 이러한 경향성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티비 리모콘도 여자가 쥐고 있고, 지갑도 여자가 쥐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과연 자녀 계획은 누가 결정할까요? 심지어 10개월간 임신을 해야 하는 것은 여성입니다.


남자는 피시방비가 500원 더 싸면 큰 문제가 없다면 그곳으로 가지만, 여자는 커피값이 500원 더 비싸더라도 분위기가 좋고 점원이 친절한 곳으로 갑니다.


남자는 하나의 목표를 보는 반면 여자는 여러가지 면모를 고려한다고 합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남자는 사냥 대상에 집중해야 하는 반면 여자는 아이를 보고 주변을 살피는 등 여러가지 일에 신경을 써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을 유의하면서 2024년의 저출산 정책을 한 번 보겠습니다.  15조4천억원의 예산이 배정되었습니다. 내용을 보면 융자 지원, 급여 지원액 확대, 의료비 지원, 유급기간 연장 등등 대부분이 돈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말하자면 커피값을 500원 깎아준 것입니다. 만약 남자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면 꽤 효과적인 정책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자들에게 어필하기에는 불충분합니다.


15조4천억원 중 절반 이상인 8조 9732억원이 주거 서비스 지원에 투입되었습니다. 주거 문제를 신경쓰는 것은 좋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커피값을 500원 낮추기 위해서 창업 비용의 절반을 써 버려서 인테리어나 홍보 같은 것엔 신경쓸 여력이 없게 되버린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여성 고객을 끌어올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그럼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역시 쉽지 않은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한 번 대국민 연설을 해보고 싶습니다. “아이돌시장에도 쿼터제를 도입해 아이돌 그룹도 4명 중 한 명은 임신 혹은 육아경험이 있는 멤버가 포함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돌 그룹 내의 다양성에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까?


종종 아이돌 노래 가사에 ‘남자는 필요 없어’ ‘나 하나 즐기기도 바빠’ 같이 저출산 세태를 부추기는 듯한 가사가 포함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노래는 심의를 강화해 국내 활동을 금지하겠습니다. 그런 노래는 일본이나 중국에 가서 부르게 하세요.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 혹은 인기 연예인과 임신하면 1억을 지원해주는 비공식 계약을 맺겠습니다. 대신 임신하면 인스타에 비욘세처럼 임신 화보를 올려야 합니다.


국정원을 통해 댓글 알바를 풀어 20대에서 40대 다자녀 엄마 컨셉으로 ‘너~~무 행복해요~~’ 같은 글을 쓰고 맘충 어쩌구 하는 게시글이 있으면 싫어요 테러를 통해 글을 삭제시키겠습니다.


이렇게만 하면 대한민국 출산율은 반등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어디 가시는겁니까? 제가 아직 얘기중인데…”


주거 부문 지원은 주거 문제 해결, 나아가서 경제적 부담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주거 지원은 꾸준히 시행해온 정책이지만 출산율이 반등하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주거 지원을 포함한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은 남성적인 마음에 어필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출산율 반등에 중요한 것은 여성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기업 하나도 세련된 이미지, 선한 이미지, 스마트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용하는데, 국가적 마케팅으로 출산에도 그런 이미지를 부여할 방법은 없을까요. 삼성전자 마케팅 비의 몇 배가 매년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투입되는데 현재까지 효과가 미비한 단순 재정적 지원을 넘어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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