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일을 시작으로 52시간 단축근무제를 시행 중인데, 아직 퇴근 후 시간이 낯설고 막연해서 '퇴근 후 나는 왜 하고 싶은 게 없지?'라며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제도와 현실 간의 격차를 줄이고자, 업무시간 후 개인만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가 여러가지 취미클래스를 수강하는 사람도 늘었다.
취미활동 중에서도 미술과 관련된 클래스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북유럽 감성을 담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기 좋은 보태니컬아트 클래스, 매스미디어의 이미지를 살린 대중예술로서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팝아트 초상화 클래스, 밥로스 아저씨 덕분에 누구나 쉽고 즐겁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 유화클래스, 여행지에서 직접 스케치도 하면서 내 손으로 남기는 추억인 여행드로잉 클래스 등등 모두 탐나는 클래스들이다.
시간이 허락될 때마다 이 클래스들을 하나씩 배워가기로 하고, 우선은 강릉을 다녀와서 여행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내고 싶어서 여행드로잉 원데이클래스를 신청했다. 내가 여행지에서 찍은 몇장의 사진들을 선생님께 전송하면, 그 중에서 안정적인 구도와 조화로운 색감이 돋보이는 사진을 하나 픽해주신다. 강릉의 멋진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진들을 모두 제치고, 선교장의 운치있는 사진이 작품대상으로 낙점되었다.
작품사진은 매우 마음에 들었으나, 한옥을 세밀하게 그리기 어려워 보여서 다소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사실화나 정밀화 수준으로 사물을 묘사할 필요는 없었고, 그 여행지의 느낌만 살릴 수 있으면 되었다. 미술용 대형캔버스가 아니라 A4 사이즈 머메이드지에 수채화용 색연필로 아기자기하게 색감을 표현해서 부담이 적었다. 참고로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 온 종이 중에서도 머메이드지는 카드, 팜플릿, 북커버, 달력, 티켓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엠보싱 느낌을 살린 종이라고 한다.
강사분께서 힐링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오라고 하시더니, 여행의 서정적 풍경을 즐기는 이들에게 자신만의 감성과 마음을 담은 작품을 2시간만에 손쉽게 남기게 해주셨다. 같이 옆에서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계신 분들의 작품들도 너무 멋져서 사진으로 남겼다. 결혼을 앞두고 계신 분의 웨딩초상화도 인상 깊었다.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주말이지만, 좋은 음악이 흐르고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그림 그리는 이 순간만큼은 시원했다. 다음에는 신선하고 세련된 느낌의 보태니컬아트에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