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표정

사람의 간판은 표정이다

by 서원경 변호사

사람의 간판은 표정이다. 상점에 달린 네온사인, 옥상간판, 입간판, 그림간판 등 간판의 종류도 다양하고, 간판의 이름, 색깔, 형태, 글자체에 따라 고객을 유인하는 정도도 다르듯이, 사람의 표정이 간판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쉽게 분간할 수 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는데, 웃는 표정만이 능사는 아니다. 자신의 어두운 면을 가리기 위해 일부러 밝은 척 한다는 가면우울증도 있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무엇이든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도 있다. 개인의 감정을 억제하고 기대되는 역할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개인이 느끼는 중압감 때문에, 정서를 솔직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웃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렇게 병적으로 웃고 있는 정도가 아니더라도, 상황에 맞지 않게 무조건 웃는 표정만 짓고 있는 건 좋은 간판이 아니다. 웃는 얼굴에 가려져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안 좋은 감정들이 안으로 자꾸 쌓여서,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온다. 형식적으로 웃고 있다고 엔돌핀이 솟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즐겁고 행복한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와야 진짜 웃고 있는 것이다.

울상은 슬퍼서, 우울해서, 무기력해서, 착찹해서 나오는 표정인 경우가 많다. 남들 앞에서도 계속 울상을 짓고 있다면, 다른 사람과의 대화나 현재의 상황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침울한 감정에 빠져있다는 증거이다. 때로는 억울하게도 울상으로 태어나서 오해를 받는 사람도 있긴 하다. 그 사람은 엄청 기분이 좋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자꾸 주변 사람들이 '무슨 일 있어?' 이렇게 묻게 된다. 약간 웃프다고 해야할까.

표정이 다채로운 사람도 있다. 희노애락이 표정으로 리얼하게 표현되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들은 감정이 비교적 쉽게 드러나는 편이라서 상대방이 감정을 맞춰주기 편하다. 다만, 감정이 너무 수시로 변해서 변덕스럽다면 어느 장단에 맞출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배우들은 훈련을 통해서 상황별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능숙하다보니 직업상 감정이 풍부해지고 다양한 표정을 가지게 된다. 일부러 연기하는 게 아니라면, 여러가지 표정을 짓는 건 매력적인 간판이다.

상대방이 무슨 얘기를 하든지 수상한 표정을 짓거나 비웃는 사람,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 이도 있다. 잘난 척 하면서 거만한 표정을 짓거나 누군가의 고통을 즐기는 사악한 표정도 나올 수 있다. 시샘과 야욕에 가득찬 심술궃은 표정, 변태스럽게 므흣한 표정, 숨기는 게 많은 의뭉스러운 표정,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표정, 눈빛이 떨리는 불안한 표정, 무엇에 홀린 듯 넋이 나간 표정..나쁜 간판을 나열하다보니 예상보다 많다.

이렇게 표정으로 감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면 사람의 간판이 일종의 의사소통 창구가 된다. 그래서 가장 무서운 표정을 꼽자면 '무표정'이다. 저 사람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으로 나를 대하는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사람의 간판이다. 자신이 가진 카드의 좋고 나쁨을 상대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표정을 바꾸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하고 있다. 아니면 무관심해서 그럴수도 있고, 감정이 메말랐거나 긴장해서 표정이 굳었거나 공감능력이 부족하거나 무표정이 생성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무표정에 대한 호불호를 따지자면 불호에 가깝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태어날 때는 부모가 만든 얼굴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얼굴을 만드는 것이다. 나이 사십이 넘으면 모든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겪었던 경험들, 속에 품고 있는 생각, 인품과 학식이 표정으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자신감 넘치는 자연스럽고 밝고 진실된 표정을 가지면, 상대방도 기분이 좋아지고 그 사람에게도 저절로 복이 덩굴째 굴러들어 올 것이다. 사람의 간판을 좋게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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