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살자
예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이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집중력이 좋은 건 알겠는데, 뭔가 설렁설렁 탱자탱자 하는 것 같아서 회사에서 받는 좋은 평가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다. 어떤 문제가 있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혼자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에게 상의하러 갔더니 너무나 쉽게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이었다. 내 머리로 도무지 해결할 수 없었던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사실에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그의 도움을 여러 번 받은 후에 비로소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그가 탱자탱자 해 보였던 이유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일을 쉽고 빠르게 해치워버리기 때문이었다. 똑똑한 사람이었던 것.
그 후 그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 그는 일을 어렵게 하는 것을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을 들고 가면 언제나 더 쉬운 방법을 고민하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와 함께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에게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따라 하려고 그랬던 건 아닌데, 아마 그게 좋아 보였나 보다.
나의 변화를 정리하면 이렇다. 어떤 일이 어렵게 느껴지면 뭔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은 쉬워야 한다. 쉽지 않다면 쉽게 만들어야 한다. 쉽게 할 수 없는 일은 최대한 하지 않는다. 하지 않을 수 없다면 최대한 빨리 해치운다. 이 프로세스가 몸에 익으면서 내 삶이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다. 다들 이렇게 편하게 살고 있었던 건가 싶었다.
짧지 않은 인생을 돌아봤을 때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 몇 명을 꼽으라면 아마 들어갈 사람. 내 삶을 편하게 만들어준 사람. 오늘도 내가 한 시간 동안 고민한 문제를 5분도 안 되어 해결하는 그를 보며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 말.
'쉬우면 맞고, 어려우면 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