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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Sep 06. 2023

무릎, 허리, 목

퇴행

몸의 주요 관절들이 하나씩 맛이 가고 있다. 20대 초반에는 테니스 치다가 허리가 망가졌고, 30대 초반에는 자전거 안장을 낮게 한 채 과도하게 타다가 무릎인대를 잃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목이 정상적인 기능의 수행을 포기하였다. 추정하건대, 2년 전에 있었던 교통사고에서 목을 다친 것이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고, 안 좋은 자세로 인해 오랫동안 데미지를 입어 온 목 부위 추간판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것 같다. 목 디스크 내장증이라나.


큰 걱정은 안 되는 게, 나는 허리와 무릎을 크게 다친 후 그것들을 안고 살아낸 경험이 있다. 땅에 떨어진 물건을 주울 때 허리가 아닌 무릎을 굽힌다든지, 계단을 오를 때 발 뒤꿈치를 먼저 땅에 닿게 한다든지 하는 요령들을 오랫동안 습득하고 실행해 왔다. 더 이상 딱딱한 바닥에서 점프를 할 수 없는 무릎과 허리임을 깨닫고 좋아하던 농구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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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목 통증이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이 쉽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누웠다가 일어나는 것이었는데, 이틀 정도 지난 후에 고개를 움직이지 않고 배에 힘을 단단히 준 상태에서 상체를 일으키면 통증 없이 일어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차 운전석에서 밖으로 나올 때도 마찬가지의 요령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지개를 켜면서 날갯죽지 근육을 주욱 당겨주는 스트레칭은 해당 부위의 고통은 많이 줄여주었지만, 스트레칭 중에 목을 앞으로 굽히게 되어서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신경통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트레칭보다는 마사지가 안전하다. 의사도 그렇게 말해주었다.


뒤늦게 병원에 간 오늘, 내 증상을 본 의사와 방사선사가 놀라는 모습을 보고 나는 더 놀랐다. 절대 엎드리거나 쭈그려 자지 말라고 세 번을 말하던 방사선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미 퇴행이 많이 진행되었고, 앞으로 정말 정말 목을 아껴 쓰며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던 의사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그 정도였구나. 진작 병원에 왔어야 했는데. 많은 이들이 권유했지만 오지 않은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당분간은 목의 회복을 최우선순위로 삼고 지내게 될 것 같다. 결국 허리와 무릎이랑 평화를 찾았듯이, 내 지금 목이랑도 잘 지낼 수 있겠지. 더 일찍 잘 챙겨줬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바닥을 찍기 전에는 원체 변하지 않는 유형의 인간이다. 무릎, 허리, 목이라는 주요 관절의 퇴행을 이른 나이에 겪었으니, 다음은 손목이나 발목 같은 소소한 관절이려나. 아마 또 다치기 전에는 막 쓰겠지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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