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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루토 Oct 31. 2020

[포틀랜드 일기] 포틀랜드 동화책 이야기

처음 시작은 그러했다. 포틀랜드 도심에서 매년 열리는 크래프트 축제에서 일어난 일이다.


"내가 쓴 동화책이야."


부스에 앉아있던 한 여자가 책을 건넨다. 동화책이다. 본인이 직접 일러스트레이트도 한 것이란다. 그 때 내 눈이 정말 번쩍 띄였다. 독립 출판에 대해 어렴풋이 들은 이야기들은 많았다. 요즘같은 때야, 킨들 퍼블리싱을 통해 내 동화책이나 소설책을 직접 출판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어쨌건 스스로 쓰고 그린 동화책을 만들어냈다는 그 여자가 참 대단해 보여서 명함을 꼭 챙겼다. 언젠간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동화책에 관심이 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림책을 딱히 좋아한 것도 아니다. 미술사 전공이지만 일러스트레이션에 관심이 큰 것도 아니다. 오로지, 아들을 낳고 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부터 관심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만이 생겼다. 한국 동화책들은 많이 읽어줄 수가 없었다. 일단 구하기가 어려워서였다. 미국 동화책들을 읽어주며 생긴 불만들은 물론 백인 위주로 서사가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끌어안는 감수성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알게 모르게 모든 것들이 쌓이기 시작하는 나이 아닌가. 이 불만이 폭발하게 된 계기는, 토마스 기차 이야기를 읽으면서부터였다. 토마스 기차 친구들 중 용바오라는 중국인 친구가 등장하는데, 전형적인 사자춤 얼굴을 하고 있질 않나 이름도 용바오이질 않나, 그야말로 오리엔탈리즘에 국한된 동양의 모습이었다. 아 이토록 표본에 가까운 동양인상이라니. 지겹다. 내 아이가 책을 볼 때, 자기처럼 생긴 동양인 남자아이가 나오는 책을 읽어주고 싶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쓰는 수 밖에.


그래서 지금도 짬짬이 동화책을 쓰고 있다. 지금 목표는 얼추 드래프트가 마무리되는 대로 에이전트를 찾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꿈을 꾸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스스로에게 "올해 내로 에이전트를 찾자"라는 기한이 담긴 꿈을 꾸기 시작했을 때, 아이를 재우고 난 뒤의 밤 시간이 신명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도 그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한편, 계속해서 아이에게 새로운 동화책들을 찾아서 읽어주고 있다. 다행히, 동화업계 에이전트들도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 (BLM: Black Lives Matter) 이후 점점 인종 소수자나 성소주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동화를 찾고 있다. 실제로 주변 미국 엄마들도 보면 2020년 시위를 계기로 다채로운 인종을 담은 동화책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아이가 나와서 문케이크를 먹는 장면을 읽고 나면 실제로 동네에 있는 중국인 베이커리를 찾아가서 문케이크를 사먹어본다든지 하며 말이다. 앞으로 꾸스가 살아갈 세상 속에, 타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부모들이 많기를, 그런 부모들이 깊이 있는 자세로 키운 아이들이 꾸스의 또래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그려 본다.


다행히 많은 동화책들이 여러 인종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주제 역시 예전과 다르게 다채로운 관점들을 담고 있다. 조금 더 글을 읽는 나이가 되면, 어려운 주제를 알려줄 수 있는 책들도 꽤 많이 나오고 있다. 포틀랜드에 기반한 동화책들이 꽤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a kids book about 시리즈이다. 아이에게는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 주제들을 담은 책이다. 아이에게 세상을 가릴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주제들로 출시 중인데, 인종 차별, 페미니즘, 죽음, 투표 등등의 주제들이 있다.

다른 하나는 포틀랜드 출신 작가가 쓴 동화책이다.

<네가 될 수 있는 그 모든 아름다운 것들> 정도로 번역이 될까. The Wonderful Things You Will Be라는 책이다. 포틀랜드 거주 중인 작가가 썼다. 네가 자라면 무엇이 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책이다. 어느 부모든지 쉽게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이 책의 강점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직업”이나 “커리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는, 아이가 자라나서 모험심 강하고 친절하며 똑똑하고 용감한 사람이 되리라 그리고 있다. 그림도 어여쁘고 생각은 더 예쁜 책이다.


언젠가는 내가 쓴 책을 아들에게 읽어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 때까지 다른 좋은 책들 찾는 재미로 열심히 책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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