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
오빠처럼 폴짝 뛰면
내 발밑에 깔린 줄
다시 한번 폴짝 뛰면
내 어깨에 걸린 줄
뱅글뱅글
잘도 돌아가는 오빠 줄
찰싹찰싹
자꾸 아파하는 나의 줄
미안해서 눈물 나고
잘 안 돼서 짜증 나도
될 때까지 폴짝폴짝
오빠처럼 줄넘기
그 분야의 천재가 아닌 이상 처음부터 바로 잘하는 건 없다. 안 되더라도 노력하고 또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고 느낌이 팍 올 때가 있다. 대신 그 순간에 도달할 때까지의 짜증과 자괴감을 참고 견뎌야 한다. 그것을 못 참으면 '포기'를 선택하게 된다. 물론 열심히 노력해도 내 신체적 능력이나 두뇌의 능력이 따라주지 못해서 성공하기 어려운 것도 당연히 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참고 노력하면 대부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줄넘기, 리코더, 자전거 타기와 같은 것 말이다.
내가 초등학교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자전거'였다. 내가 살 던 곳은 그때까지만 해도 시골 마을이라 차도 별로 없어 자전거 타기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쌩쌩 달리며 노는 언니, 오빠, 친구들이 부러웠다.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가 타는 자전거를 잠깐 빌려 타보기도 했는데, 균형 잡기가 영 어려웠다. 친구는 그냥 이.렇.게. 타면 된다고 했지만, 난 '이렇게'가 어떻게 타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친구 자전거를 오래 빌릴 수도 없어서 결국 부모님께 자전거를 사달라고 부탁했고, 부모님의 조건으로 내 건 학교 시험점수를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자전거를 얻게 되었다. 작은 바퀴 2개가 뒤에 달린 것은 당연히 쉽게 탈 수 있었지만, 난 빨리 그 작은 바퀴를 떼어 내고 큰 바퀴 2개로만 타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님 또는 친구가 뒤에서 잡아주었다가 손을 놓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였지만 쉽지 않았다.
자전거에 앉아서 균형을 잡는다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란 말인가? 실패할 때마다 한숨, 짜증, 때로는 '아이 씨~~'가 튀어나오며 포기할까 했지만, 반면에 그럴수록 꼭 보란 듯이 성공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 자전거란 놈을 이겨먹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놀랍게도 내 입에서 '우와~~~' 하는 탄성과 함께 성공을 맛보았다. 정말로 자전거를 타. 게. 된 것이다.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자전거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 이런 거였구나'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전엔 그렇게 연습해도 왜 몰랐을까? 왜 안 되었을까? 하고 보면 진짜 별거 아닌 것 같고 쉬운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게 한 번 그 문을 열고 나가면, 한 참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그 문을 열고 들어가도 몸이 저절로 기억을 하더라. 학생 때 이후로 자전거를 안 탄지 20여 년이 지난 것 같은데, 최근에 우리 아이들과 가서 타보니 어제 탔던 거 마냥 잘 타져서 신기했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 들어가 여러 가지 과제를 하면서, 새로운 경험에 재미있어하기도 하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짜증을 내기도 한다. 특히 둘째 아이의 경우, 2살 터울의 오빠가 먼저 경험해서 지금 잘하고 있는 것들을 보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했을 때 잘 안되면 더 짜증이 많이 나는 것 같았다. 줄넘기도 그렇고 리코더도 그렇고 오빠처럼 잘하고 싶은데 자꾸 줄에 걸리고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면,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을 내뱉거나 때로는 눈물을 훌쩍이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 엄마도, 오빠도 처음부터 잘하지 못했어. 00 이가 특별히 못 하는 게 아니야. 아직 성공의 문턱을 못 넘은 것뿐이야. 그건 00이 스스로 찾아야 해. 포기하지 말고 계속 연습하다 보면 어느 날 '아 이거구나' 하는 순간이 올 거야. 그러면 그때부턴 실력이 팍팍 늘어날 거야. 하지만 포기하면 그 순간은 영영 만날 수가 없단다."
아이가 그렇게 속상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 욕심이 아이를 좀 더 노력하게 하고 도전하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하고 싶은 것을 성공했을 때 돈으로 살 수 없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 둘째가 처음 오빠를 따라서 줄넘기를 시작했을 땐 줄을 한 바퀴도 넘기지 못했다. 아무리 설명해도 자꾸 발로 줄을 밟았고, 그 모습이 아빠, 엄마는 너무 귀여워서 웃었지만 오빠는 놀리듯이 웃었고, 그 모습에 속이 상한 아이는 줄넘기를 집어던지며 엉엉 울었다. 하지만 지금은 열심히 노력한 결과, 오히려 오빠를 뛰어넘어 각종 줄넘기 기술을 자유자재로 하는 아이가 되어 있다. 이상한 소리가 나던 리코더 연주도 이젠 가족들 생일파티에서 언니와 2중주로 공연하여 박수를 받을 만큼 실력이 늘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참 대.견.하.다.는 기분이 뭔지 알 것 같다. 이 아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참고 노력했을까? 꼭 대회에서 1등을 수상한 게 아니더라도, 다른 아이도 다 하는 그런 사소한 것이더라도, 우리 아이의 이런 작은 성공 하나하나는 너무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런 순간 저절로 쉽게 되는 일을 없다는 인생의 진리를 또 하나 배워나가는 아이를 우리는 아끼지 말고 칭찬하고 안아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