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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초록 Jul 09. 2022

어느날 프라이덱에서 자구가 나왔다

알로카시아 프라이덱 키우기 2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만큼 경이로운 일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던 것에서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손가락이 생기고 발가락이 생기고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에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 맛볼 수 있는 입이 생기는 걸까 더군다나 그 순수한 의식이라니. 처음 눈을 뜨고 모든 사물을 인식하는 그러한 마음은 또 어디에서 온 걸까 완벽에 가깝고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생명의 탄생은 언제나 신비롭다.

  프라이덱의 뿌리를 뒤적이던 어느 날 조금은 굵은 뿌리 끝에 무언가가 달린다. 태줄로 영양분을 받는 자궁 속의 아기처럼 그 뿌리로 영양을 받아 그 무언가가 동그랗게 살이 찌기 시작한다. 자구의 크기가 제법 커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자구를 키워보니 자구의 크기에 따라 첫 잎의 크기도 달라졌으니 말이다. 우리가 어릴 적 구슬치기 하던 작은 우주만큼의 구슬이 달리면 그때 톡 떼어 물이 촉촉한 수태에 묻는다.

뒤로 비치는 햇살에 반투명해진 프라이덱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친구와 구슬치기 하다가 가끔 심심할 때면 구슬 하나를 들여다본다. 그 속엔 분명 커다란 우주가 있었다. 내가 거기에 있고 지구가 거기에 있고 태양계가 그 속에 있고 은하도 그 속에 다 있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구슬이 동시에 내 손위에 있다니 가끔은 신비가 나를 뒤흔들기도 했었다.

  그렇게 프라이덱 자구 한알에도 모든 것이 있다. 모든 씨앗이 그렇듯 씨앗이 자라날 모든 것이 그 씨앗 하나에 다 들어있다. 나는 씨앗에서 잎이 나고 또 그다음 잎이 나고 지금 자구를 낳은 엄마 프라이덱만큼 자란 프라이덱을 본다. 그리고 엄마 프라이덱만큼 자란 프라이덱이 또 자구를 낳겠지. 물론 이 자구가 자라다가  환경이 안 맞아 죽을 수도 있겠지만 그저 나는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자구나 씨앗이 가지고 있는 폭발적인 가능성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분갈이를 하다가 자구를 털 수도 있다. 그럴 땐 한꺼번에 털어야 하기 때문에 자구들 크기가 들쑥날쑥이다. 작게 태어난 아이 크게 태어난 아이 다 다르듯 말이다. 처음은 달라도 나중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이라 식물의 씨앗도 그러하다. 처음 시기에 수태에 묻은 자구는 여섯 개였는데 모두 다 싹을 틔워 잎이 났다. 흙에 심은 경우도 있는데 수태가 경험상 안정적이다. 수태에 묻기 전에 자구 껍질을 다 까주었다. 나무색 껍질이 있고 그 안으로 연두색 속살이 있다. 자구 밑으로는 뿌리가 여러 개 나면서 위로는 잎이 난다.

  수태에서 잎이 한두 장이 나고 뿌리도 어느 정도 성장하면 흙으로 옮겨준다. 그때부터는 구나 줄기 쪽이 무르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한 번은 자구 한 개가 성장이 느려져서 줄기 쪽은 보니 줄기가 물러있었다. 뿌리도 녹아있었는데 다행히 자구까지 무른 게 아니라서 흙에서 급하게 수태로 옮겨주었다. 수태로 다시 뿌리를 받았는데 줄기에 무름이 온건 지금도 흉터처럼 남아있다.

  

모여있으면 더 멋진 프라이덱



  칸칸이 나누어진 나무 선반에 잎이 두세 개 나서 토분으로 옮겨준 아기 프라이덱을 하나씩 놓고 빈토분을 하나씩 채워준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모체를 놓아준다. 엄마 프라이덱이 아기 프라이덱과 함께 있는 보기 좋은 가족사진이 된다. 작지만 엄마의 벨벳 느낌이 닮아있는 아기프라이덱들이 앙증맞다.

함께 성장하는 걸 지켜본다는건 흐뭇한 일이다

  모체가 커감에 따라 유묘도 같이 커간다.  유묘 중에서도 성장이 빠른 친구는 이제 초등학생 정도 되는 듯하다.  다들 모체만큼 성장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키우는 나의 마음속엔 다들 모체만큼 훌쩍 자라 있다.  모체는 최근에 또 두 번째로 자구들을 다섯 개 만들었다. 그중엔 깨어난 자구도 있고 아직 안 깨어난 자구도 있다. 모두 무사히 깨어나 성장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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