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자꾸만 가는 무늬 싱고니움도 좋다. 잎마다 다른 무늬들에 하나하나 시선을 옮겨가며 찬찬히 바라보기 좋다. 흰지분이 많은 잎은 맑고 투명하기까지 하고 초록 지분엔 싱그러움이 한가득이다. 심심할 틈이 없는 무늬 싱고니움을 보고 나면 아단소니는 또 어떤가 여러 개의 구멍이 나 있는 그 익살스러움은 보고 또 봐도 취향적이라 이 식물을 좋아하다는 취향을 가진 것이 심지어는 꽤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잎마다 다르게 뚫린 구멍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엔 초록과 초록 아닌 것만 있는 세상이 되곤 한다. 초록이 진짜인지 구멍들의 세계가 진짜인지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아단소니 구멍 속으로 끝없이 모든 것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가끔 다른 잎의 구멍으로 솟아 나온 잎들이 빼줄 틈도 없이 자라났을 때의 어처구니없음이란 키워 보신 분들은 알 수 있으리라
초록으로 둘러쌓인 책상
식물러의 책상은 늘 식물로 가득 차 있다. 키우는 자의 애정이 가득 차 있고 오래 함께한 시간이 많아 그 식물이 며칠 만에 목이 말라하는지 어떤 습도와 공기를 좋아하는지 언제쯤엔 이 식물이 죽을뻔했다는 과거사나 언젠가는 얼마만큼 어떤 수형으로 자랄 것이다라는 미래의 두근거림까지 알고 있는 그런 식물들로 가득하다.
오늘의 식물인 수박페페
가끔은 오늘의 식물도 있다. 책을 읽다가 커피를 마시다가 그날은 이 식물만 바라보고 싶다는 오늘의 식물 말이다. 매일 그 식물을 보아왔지만 오늘따라 그 식물의 수형이라든지 늘어뜨린 잎이 한없이 사랑스럽고 햇살에 비친 모습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을 때 식물러의 책상엔 그 식물만 하루 종일 해시계마냥 식물 그림자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작은 책상 정원에 앉아 커다란 정원을 꿈꾼다
누군가의 정원이 가득한 책들을 펼쳐놓고 나의 식물들을 보면서 한 번쯤 가져보고 싶은 정원을 꿈꾼다. 거기엔 사계절을 돌아가며 피는 계절꽃도 한가득이고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엔 잎이 가득하고 가을엔 열매 맺고 겨울엔 가지만 앙상해진 과일나무들도 있다. 그렇게 큰 정원을 마음속으로 1년을 가꾸고 나면 약간은 고된 느낌이 들어 내 책상 위 작은 정원이 역시 나에겐 퍽 여유롭고 행복한 곳이 된다.
나에게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주는 그림같은 식물들
길게 늘어뜨린 오레우스는 잎 하나하나의 무늬가 그림이다. 초록의 스펙트럼이 잎 하나에 다 있다. 연한 민트의 초록부터 짙은 색의 초록까지 내가 붓을 든 화가라면 오레우스 무늬의 초록들을 하나하나 다 표현해보고 싶을 정도이지만 슬프게도 붓과는 친분이 없다. 필로덴드론 버킨은 또 어떤가 세필로 한 줄 한 줄 그린 듯한 무늬도 놀라지만 만져보면 도톰한 잎이 주는 안정감도 좋다.
선명한 잎맥들 생동감 있는 무늬들 그리고 자라고 있다는 생명감 모두 나에게 끊임없는 아이디어 주고 영감을 준다. 바라보고 만질 때마다 초록의 에너지를 받는다. 나 또한 나만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에너지를 준다. 주고받는 모든 것들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진한 양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