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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Nov 16. 2023

일에 대한 단상

다시 액셀을 밟다.

내가 다니고 있는 병원 주치의 선생님과 벌써 몇 년째 얼굴을 마주하는 건지. 병원을 찾을 때마다 이번엔 또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나의 감정변화를 돌아봐야 한다.


"그래 00 씨 요즘 어떻게 잘 지냈어요?" 작고 따듯한 질문에 답을 할 시간이다.


"네 그럭저럭요. 요즘 일을 다시 시작했어요. 작게 시작한 일들이 생각보다 범위가 커져가고 미팅의 횟수가 늘어가다 보니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재미도 있어요. 그런데 가끔 제가 이런 일을 해도 되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과 그냥 여기서 멈추고 예전처럼 돌아가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숨쉬기가 힘들 때가 있습니다."라는 고민의 말에

인사동 카페에서 여기 젤 비싸고 달콤한 커피로 달라고 해~라는 노화가와 오랜만의 만추 속  데이트는 행복했다,

 "00 씨! 00 씨는 지금까지 브레이크만 밟고 있다 이제 액셀을 밟기 시작했어요. 운전을 하려면 두기능을 다 사용해야 하잖아요. 첫 운전 때 액셀을 밟으면 두근거리는 그 감정과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동안 너무 오래 멈춰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낯설고 두렵고. 당연한 감정입니다. 그런데 너무 액셀만 밟으면 사고가 나잖아요. 그러니까 브레이크도 필요한 것이고. 가끔 00 씨가 느끼는 그 두려움을 브레이크로 사용해 보세요. 그때 현재하고 있는 일들을 다시 점검하고 감정도 추스르고 우리 좋은 방향으로 그 감정을 이용해 보면 어때요?"


"네 선생님 그런 역감정은 생각지 못했었는데 잘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자~ 증세도 많이 호전되었으니 우리 이번에도 약을 좀 줄여볼까요? 다음엔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고 잘 지내요."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나온 후 받은 처방전과 예약시간을 보고 나는 많이 놀랐다. 약은 두 알이 또 적어졌고 내년 2월에 병원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전엔 한 달에 한 번씩이던 기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내가 많이 좋아지고 있구나. 그 지긋한 공황과 불안이라는 괴물?에게서 벗어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지만 약이 줄어 또 이상증세가 보이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까지.

그러나 난 견뎌내려 한다.

지난 10월 별이 되신 박서보 화백님 감사했습니다. 나는 가끔 생명의 공평성이 좋지만은 않다.

일을 다시 시작한 계기는 없다. 지난가을감기를 호되게 앓고 있을 때 든 생각이 나는 큐레이터로써 지금껏 뭘 위해 일을 했었으며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가 명확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생사를 오 갈 정도로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을 내디뎠다 한국도 아닌 하노이에서. 나란 사람의 한계와 그리고 작가들을 위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까? 하며 스스로를 시험? 해 보기로 말이다.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하고 있다. 다음 주도 삼청동 쪽에 위치한 갤러리 대표와의 미팅 그리고 인천 아시아 아트페어에 다녀와야 한다. 일을 시작하자 조용하던 내 삶에 갑자기 커다란 눈덩이가 나를 향해 굴러오는 느낌이다.

뭐가 그리 좋은지~~ 표정이 많은 나의 보물 감자.

그러나 잘 견뎌보려 한다. 내가 가진 직업은 나이제한 없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젠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소속이 아닌 개인으로 일을 하기에 자유롭기도 하다. 그림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는 평생 직업을 가진 샘이다. 무엇보다 한국 최고의 작가들이 나를 친구처럼 때론 고민상담소로 그렇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스럽다. 그런 영광을 주신 작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편안한 작업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그런 결과물은 사회에 나와 인간을 만나며 그것을 만난 인간은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것이고 그것은 다시 사회를 성숙하게 하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역할을 충분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며 그렇게 되도록 나는 노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액셀과 브레이크를 잘 이용해야 한다.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단호하게.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에서. 처음탄 항공사의 비행기는 시외버스를 탄 기분이었다.^^

Celine~~ 그동안 수고했어. 앞으로는 더 수고하길 바란다. 긍정의 힘! 견디는 힘! 안돼도 괜찮아 최선을 다한건 너 자신이 알고 있으니까. 토닥토닥~ 

하노이 갤러리에서.


인간에게 있어 일이란 생산성이다. 자본을 생산하여 삶을 살아갈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만들기도 하며, 인간의 쓸모 즉 생산성 이란 생각이다. 각자 주어진 역할을 잘 해 나가면 된다. 밥짓고 가정을 꾸리는 일 또는 다양한 직업에  따른 방법으로 말이다. 너무 잘하려다 보먼 지친다. 그리고 싫증이 날 수도 있다. 차곡차곡 천천히 나는 걷고 싶다. 내 인생의 길을.



https://youtu.be/gVwJfyINmq4?si=RAO3y7vuUcJdIMbR

요즘 자연의 소리가 좋다. 하루 한 번은 꼭 듣고 있는 나의 힐링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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