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걸까?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이다.
대학 입시 자기소개서나 기업 채용 자기소개서 상관없이 참 많이 나오는 질문이며, 자기소개서에 없어도 면접에 가면 물어보는 면접관이 많다.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걸까?
감정을 건드리려고?
아니다.
분명 지원자가 어떤 경험을 이야기하던, 앞으로의 회사 생활이 더 힘들기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다.
다른 종류의 힘듦을 지원자가 겪게 되면서 어떻게 그러한 고난들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일까를 보는 것이다.
그럼 어떤 종류의 소재를 선택해야 할까?
지원자들 대부분은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정말 누가 봐도 힘든 (굳이 이런 소재로 선택해야 싶을 정도로) 소재를 선택하는 유형, 두 번째는 남들이 보기에는 특별히 힘들어 보이지 않는 경험, 세 번째는 살면서 별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하는 유형이다.
어떠한 유형의 소재를 선택하는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힘든 경험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고, 그러한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내'가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이다. 힘든 경험이 내가 아닌 부모님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내가 직접적으로 힘듬을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설명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특별히 힘들어 보이지 않는 경험이라도, 본인이 그것에 대해 어떻게 노력을 했는지 진심으로 고민하고 극복했다면 그 소재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살면서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면? 솔직하게 써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말 인생이 평탄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남들에게는 고난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 본인의 긍정적인 태도 덕분이라고 그런 것이라는 것을 어필해도 좋을 것 같다.
어느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에서 마케팅 인턴으로 입사해서 아시아 본부장까지 하신 분이 본인의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활용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정말 기억에 남는 사례여서 공유해본다.
"제가 살면서 여러 가지 고난을 겪기는 했지만, 기억에 남고 무언가 스스로 배우고 이겨냈다고 생각하는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군 전역 후 복학을 해서 스스로 학비를 벌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대학 축제에서 커피를 팔았던 일입니다. 날씨가 더우니까 냉커피가 잘 팔리겠지 하면서 커다란 들통에 믹스커피를 잔뜩 타놓고 얼음과 함께 넣고 싸게 팔았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한창 스타벅스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싼 커피'보다는 이미지를 마시는 커피였기 때문에, 싸구려 냉커피는 팔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갑자기 제가 에스프레소 머신과 신선한 원두를 가지고 승부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여전히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이미지'를 팔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는 'Vietnamese Coffee'라는 이름으로 베트남식 연유 커피를 팔았습니다. 투 명한 컵에 얼음을 넣고 미리 준비한 블랙커피를 채워 연유를 한 스푼 넣어 팔았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일단 Vientamese Coffee는 왠지 모르게 '비엔나커피'랑 비슷한 이름이라고 느껴졌는지 손님들을 가까이 모일 수 있도록 했고, 실제 투명한 컵에 얼음을 넣고 연유를 넣은 커피에 연유가 퍼지는 모습은 충분히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었으며, 연유를 탄 커피의 맛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믹스커피의 맛과 비슷했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그렇게 하루 만에 상황은 역전되었고 준비했던 모든 커피를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러한 전략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제가 목표로 하는 소비자인 대학생들의 소비 심리와 구매 습관 등을 잘 알고 있었고, 시장에서 어떤 경쟁자가 있는지, 어떤 트렌드가 있는지를 충분히 파악했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적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제가 마케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의 내용이었던 것 같다. 사실 남들이 보면 이게 무슨 힘든 일이지? 싶기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분이 지원하는 자리는 '마케팅' 인턴으로, 마케팅에서 중요한 요소를 실제 작은 비즈니스를 운영한 경험을 통해 배웠다는 사례로 공유했다. 사실 이러한 경험은 면접을 보기 위해서라던가,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일부러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 일에서 최선이 무엇인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 일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편의점 알바던지, 햄버거 가게 패티 뒤집기 알바던지, 주유소 알바던,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소비자가 있으며, 그걸 통해 내가 배우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고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잘 생각해보자, 회사가 채용을 할 때 바라는 것은 '어떤 위치에 있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지, '드라마틱한 역경을 이겨내고 나타난 히어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