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ing the dots
자기소개서, 면접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내가 이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이유'이다.
아니, 정말 그 회사에 들어가고 싶기는 한가?
면접관들은 다 안다. 정말 이 사람이 이 회사에 들어오고 싶은 것인지, 그냥 어디라도 취업이 하고 싶은 것인지.
취업도 힘든 마당에 어디든 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냐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렇게 들어간 곳은 들어가고 나서도 힘들다. 브런치에 '이직', '퇴사'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인류학 박사이자 외국계 기업의 사장님인 J님에게 J님이 입사하신 스토리를 들었다.
"박사학위를 땄으니까 가르치는 직업을 찾았죠, 하지만 미국에서 외국인이 교수직을 그것도 굉장히 좁은 '인류학'이라는 학계에서는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요새 잘 나가는 친구들이 '컨설팅'업계에 취업하는 것이 인기라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죠. 그리고 컨설팅 회사들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한 일은 '인류학자'가 왜 컨설팅 회사에 꼭 필요한지에 대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내가 왜 이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지를 준비하는 것이었죠"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내가 왜 이 회사에 필요한지.
하지만 '스토리를 만든다'라고?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은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 아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해석을 통해 필연성을 만드는 과정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Connecting the dots 점을 잇다'입니다. 서로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실들을 연결하여 인과성을 부여하는 것이죠."
점을 잇는다. 최근 수년간 많은 강연에서 나온 유행하는 표현 중 하나다.
점을 잇기 위해 중요한 것은 사실 나열이다.
사장님이 이은 점은 '인류학과'와 '컨설팅'이라는 두 개의 큰 점이다.
"컨설팅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인류학과'출신이 이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게 처음이었죠. '인류학과' 박사를 처음 본 컨설팅회사 사람들은, 이 사람이 여기 왜 왔을까 매우 궁금했죠. 그리고 저는 제가 준비한 이야기들을 풀어갔습니다."
사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인류학과'와 '컨설팅'은 너무나도 공통점이 많다. 사람과 조직, 문화 등을 분석/이해하고, 문제의 원인을 발견한 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여 어떻게 해결책을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단순하게 들으면 마치 인류학과는 유능한 컨설팅회사 직원을 길러내는 학문인 것만 같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왜 그 컨설팅회사는 인류학과 출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일까? 아무도 인류학과와 컨설팅이라는 점을 이었던 적이 없는 것이다.
J사장님은 컨설팅회사 이후로 콘텐츠 전문회사, 게임회사, IT기술 회사 그리고 소비재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계신다. 그리고 회사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직원들에게 본인이 이 회사에 왜 들어왔는지, 본인의 경력이 어떻게 연결되고 이어지는지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장님이 되어서도 입사 동기는 굉장히 중요한 스토리다.
나는 법학과 전공으로 외국계 소비재 회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군 복무는 인도네시아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복무했다. 지금은 커뮤니케이션 부서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하나도 이어질 것 같지 않은 이런 점들도 연결을 하면 하나의 스토리가 나온다. 법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거래처와의 대화에서도 대규모 유통업법이나 가맹사업법 등 영업과 유통업에 관련된 법 지식을 통해 협상에서 유리한 내용을 많이 알고 있어 도움이 됐다. 십수 년간의 태권도 수련은 힘든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포부를 주었다. 이런 힘든 영업 협상 테이블에 자주 있다 보니 결국 영업전략 기획부서에서 다양한 전략들을 기획하게 되었고, 이런 전략 기획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커뮤니케이션 관련 프로젝트가 좋은 성과로 자리 잡게 되자 나는 커뮤니케이션 부서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사실 앞으로 내가 지금의 경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배우는 것이 많은 지금, 나는 앞으로도 내가 할 일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먼저 점을 찾자. 강력하게 잇고 싶은 점을 찾는다면, 스토리를 만들어 그 점들을 잇자. 그 옛날 목동이 풀밭에 누워 밤하늘의 별들을 이어 별자리를 그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