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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 Nov 17. 2019

오드 아이 섬

배달의 마녀 기행기 - (8) 밀생의 벌

갑자기 추워졌다

벌 한 마리 느닷없이 내게

쪼르르 달려와 


강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야지

물방울 하나가 어쩌려고 내게 달려와

보푸라기 같은 몸을 적시는가


입은 웃고 눈은 우는 

뒤틀어진 표정으로

무리에서 벗어난 어린 벌이 


피라미드 한 톨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려지는

육각 블록 제단 앞에 바쳐진 수많은 삶 앞에서

반죽에 엉기지 못해 떨어진 밀가루 하나가 

아몬드 하나를 놓고 눈물을 떨구는 그대 하나가   

어쩌려고 나에게 달려와 흐느끼듯 웃는 건데


블록 탑이 쓰러질까

모닥불이 꺼질까 봐  

어금니가 빠질까 봐 


흔연스러운 술자리는 

접시를 깨고 잔을 훔치는 것.   

너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내 창자를 타고 윙윙거린다. 


무리에서 벗어난 어린 벌이

무리에서 벗어난 어린 벌이


꿀을 쥐어짜자 세뇌당한  

그대는 어쩌면 나비일지도.


수백 개의 눈과 입을 단 말통 하나를 

정강이로 신나게 걷어차 봐.

더 신나게 걷어차지 못해

관에서 뒷북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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