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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 Nov 17. 2019

오드 아이 섬

배달의 마녀 기행시- (7) 오드아이 고양이

마치, 우주의 '가든 일 (garden eel)'을 보는 것 같았어.

흰 기둥들이 하늘까지 솟은걸 보니 신전 기둥이 분명해.

동쪽과 서쪽에 똑같은 기둥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이곳은 두 개의 신전이 있었나 봐.


나는 분홍색 버섯 언덕에 앉아 있었어.

언덕 주변은 온통 새하얀 갈대밭. 그 이름이 뭐더라

응. 화이트 뮬리가 끝도 없이 펼쳐졌지.

분홍 버섯 언덕은 스스로 자전을 했어.

처음에는 지진이 난 줄 알고 얼마나 심장이 쿵쾅 했게.

말도 마. 맨 뒤에 신전 기둥 하나가 정말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니까.


나는 분홍색 버섯 언덕에 누워 있었어.

매일 뮬리들은 내게 포근하고 신선한 바람을

부채질해 주었지.

하루 두 번 생선 굽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했고

먼발치서 고륵고륵 농작기 엔진 소리가 들리더라고.


킁트, 킁트!

이건 분홍 버섯 언덕이 돌아가는 소리야.

언덕의 동쪽에는 우주의 눈물 방울이라 불리는 작은 섬이 있어. 별모래로 된 백사장과 무인도를 둘러싼 사파이어 색 플랑크톤 해변이었는데

수천억 마리의 반딧불이 해수욕을 했고

심해의 은하수까지 수면 위로 밀려와 바다는 내내

형광빛이 났어.  


달이 바다를 밀었다 당겼다 장난을 치면

바다의 시원한 웃음소리가 물결에 메아리쳤어.     

바다의 화가는 간지럼을 타는 게 분명해.

간조와 만조의 해변 색이 시시각각 달라졌거든.


킁트, 킁트!

이건 또 분홍 언덕이 돌아가는 소리야.

언덕의 서쪽에는 우주의 재채기라 불리는 작은 섬이 있어.

별가루로 된 모래밭과 거대 암석을 둘러싼 토파즈 색 미끄럼틀 사막이었는데

수천억 마리의 보아뱀이 모래찜을 했고

동굴 속 항아리에는 금빛 물이 넘쳐서 사막은 내내

황금빛이 났어.


태양이 사막을 올렸다 내렸다 장난을 치면      

사막의 호쾌한 기침 소리가 바람에 메아리쳤어.

사막의 셰프가 화구 불을 올린 게 분명해.

일출과 일몰의 모래색이 시시각각 달라졌거든.


웃기는 소리 같겠지만

아마 신은 저 위에서 날 계속 바라보고 있을 거야.

왜냐고? 난 오랫동안 이 분홍 버섯 언덕에서

두 개의 섬을 하나로 합치는 방법을 연구 중이거든.

왜냐고? 둘은 아무래도 하나였던 거 같아.

반을 딱 접어봐. 거의 똑같잖아.

왜 두 개로 나뉘었는지 궁금한 거 나뿐이야?



  
  

[ 배달의 마녀 기행기 - 오드 아이 섬 中 -  odd eye ca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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