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마녀 기행기 - (8) 밀생의 벌
갑자기 추워졌다
벌 한 마리 느닷없이 내게
쪼르르 달려와
강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야지
물방울 하나가 어쩌려고 내게 달려와
보푸라기 같은 몸을 적시는가
입은 웃고 눈은 우는
뒤틀어진 표정으로
무리에서 벗어난 어린 벌이
피라미드 한 톨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려지는
육각 블록 제단 앞에 바쳐진 수많은 삶 앞에서
반죽에 엉기지 못해 떨어진 밀가루 하나가
아몬드 하나를 놓고 눈물을 떨구는 그대 하나가
어쩌려고 나에게 달려와 흐느끼듯 웃는 건데
블록 탑이 쓰러질까
모닥불이 꺼질까 봐
어금니가 빠질까 봐
흔연스러운 술자리는
접시를 깨고 잔을 훔치는 것.
너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내 창자를 타고 윙윙거린다.
무리에서 벗어난 어린 벌이
무리에서 벗어난 어린 벌이
꿀을 쥐어짜자 세뇌당한
그대는 어쩌면 나비일지도.
수백 개의 눈과 입을 단 말통 하나를
정강이로 신나게 걷어차 봐.
더 신나게 걷어차지 못해
관에서 뒷북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