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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Oct 29. 2024

새우깡에서 시작된 우리 아이 경제 교육

얼마 전, 마트에서 새우깡을 들고선 혼잣말을 했다.

"어릴 땐 100원이었는데 1500원이나 한다고?"

"100원으로 새우깡 한 봉지를 샀다고? 작은 거 아니고 큰 거?"

짜장면 한 그릇에 천 원도 안 했다는 말에, 아이는 레전드라며 놀라기만 했다.


요즘 들어 물가가 비싸다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어른이 된 후로 한 번도 물가가 저렴하다는 말을 듣지 못한 거 같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한 단에 만 원이 넘는다며, 양배추나 오이로 김치 담그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물가 상승을 넘어 복잡한 경제 환경을 마주하게 될 거다.

지폐와 동전이 낯선 아이들은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는 일상에 익숙해질 테지. 주식, 펀드가 아닌 다른 투자 상품이 생길지도 모른다.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입시 위주에 치중한 공교육에서는 실용적인 경제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교과서 속 이론 개념도 실생활에서 적용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화폐가치 변화로 시작한 대화는 수시로 이어졌다.

"엄마 어릴 때는 500원만 있어도 떡볶이 한 그릇 사 먹고, 새우깡 먹고, 아이스크림까지 먹을 수 있었어. 지금은 어때? 새콤달콤, 새콤짱 같은 거 하나 사면 끝이지? 이걸 '화폐가치 하락'이라고 하는 거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는 다른 먹거리 가격 변화로 연결됐다.

유대인이 하는 자녀교육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경제 지식을 갖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에 관련 책을 사주고, 강의도 신청했다.


먼저, 용돈 관리를 통해 기초 관념을 형성해 주려 했다. 아이들은 용돈을 받으면 지갑 속에 넣었다. 그것도 불안하다며 보물 창고를 만들어 꽁꽁 숨겨두었다.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봐야 안심되었던 모양이다. 어린이 교통카드를 만들면서 현금을 가지고 있는 대신, 카드에 충전해 주었다. 엄마, 아빠가 신용카드를 쓰는 것처럼 디지털 머니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물성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쉽게 써버렸다. 하루에 두어 번씩 편의점에 가고, 친구들에게 자주 한 턱 냈다. 그 모습을 보며 책임감 있는 소비가 필요하며, 왜 돈을 아껴 써야 하는지 잔소리했다.


2년 전, 아이들 앞으로 S&P 주식을 매수했다. 100만 원 정도 투자했는데, 30만 원 정도 시세 차익을 보았다. 믿지 못하는 아이에게, 증권 계좌에 찍힌 숫자를 보여줬다. 그제야 이런 일이 있어날 수 있다는 걸 알았나 보다. 살랑바람처럼 불어온 호기심을 보고, 이때다 싶어서 적금, 예금, 주식, 채권, 펀드가 어떤 개념인지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더 살펴봤다.


이번 달에는 경제뉴스 기자님이 운영하는 경제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4회에 걸쳐 수업했다. 회사를 운영할 때 필요한 기본 원리부터 다양한 금융상품, 미래 산업 가치 분석까지 배웠다. 도넛 가게 운영을 예시로 들어 이익, 마진, 단가, 재료비, 인건비 등을 배웠다. 주식, 펀드, ETF, 예금, 적금, 보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이 수업을 통해 어른들이나 티브이에서 말하는 '경제'라는 단어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를 알게 되었다.

특히 이자, 대출이자, 연체금, 자산, 복리 이율과 같은 기본적인 금융 용어도 배웠다. 아이는 용돈을 왜 계획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저축과 투자를 왜 해야 하는지도 깨달아갔다.

마지막 시간에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투자 가치가 있을 만한 상품을 그려보고,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에 대해 기획하며 아직 존재하지 않은 물건에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걸 알아갔다.


지난번 글에서 성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면, 이번 글을 통해 경제교육도 필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아직 어린데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아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니 쉽게 따라갔다. 수업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수시로 언급하고, 관련된 상황을 떠올리다 보면 아이가 경제를 바라보는 눈이 확장된다. 아는 단어가 나오면 괜히 우쭐해하기도 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경제를 이해하고 현명하게 활용하게 도와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할 수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 물가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지금처럼 새우깡이 15배, 짜장면이 11배 이상 오른다면, 더욱 체계적인 경제관념이 필요할 거다. 일찍부터 시작하는 경제 교육이 미래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그들이 마주할 밝은 미래를 위해, 경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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