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목이 붓고 아픕니다. 편도선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먹었는데도, 바늘처럼 찌르는 통증은 오히려 또렷해졌습니다. 오늘 오전 다른 병원에 갔더니 인후염이라며 약을 바꿔주겠다고 했습니다. “선생님, 왼쪽 귀는 왜 그런 건가요?” 인후염이 심하면 귀도 같이 아플 수는 있지만, 한쪽이 먹먹해지거나 잘 안 들릴 정도는 아니라며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두 곳 모두 귀 통증의 원인은 모르겠다고 했고요. 하지만 나는 압니다. 그걸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을 뿐입니다.
작년부터 나는 선택과 집중을 내세우며 새로운 목표를 좇기보다, 지금 하는 일의 깊이를 더하는 데 매진해 왔습니다. 작가이자 라이팅 코치로, 티 블렌딩 강사로 바쁘게 뛰었고 하반기부터는 디지털대학교에 편입해 온라인 수업도 들었습니다. 오전에 집을 나서 강의를 듣고 수업을 준비하고 자기 계발에 몰두하다 보면 저녁 6시 전에 귀가하는 날이 드물었습니다. 밤 10시를 넘기는 날도 잦았죠. 그렇게 나의 성장에 집중하며 달리는 사이, 아이의 세상은 보이지 않는 속도로 팽창하고 있었습니다. 겨울방학 동안 아이는 SNS 계정을 만들었고, 한동안 게임에 빠지더니 이제는 DM 세계에 갇혔습니다. 초반엔 가족끼리 웃긴 릴스를 공유하며 낄낄거렸지만, 아이는 곧 또래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번개 모임도 하더군요. 방학 동안은 밤 11시 30분 반납으로 1차 협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보름 뒤, 픽시 자전거를 사주는 조건으로 밤 10시 이후 태블릿 반납을 걸며 2차 협상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전자기기 사용시간은 줄지 않았습니다. 그제 저녁, 태블릿 사용시간을 확인하니 하루 평균 5시간 이상이었습니다. 더는 물러설 수 없어서 남편과 나, 아이가 면담을 가장한 삼자대면을 했습니다.
“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도 양보 못 해. 하루 사용시간을 2시간 30분으로 줄이든지, 아니면 그 태블릿 당장 물에 담가버리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해.”
“아, 진짜!”
아이는 짜증을 내며 나갔고, 남편은 자녀 보호 기능을 켜 시간제한을 설정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아이가 방문을 열더니 말하더군요.
“그럼… 핸드폰 사용시간 30분으로 묶여있는 거 3시간으로 풀어주면, 태블릿은 아예 안 쓸게. 그건 어때?”
잠깐의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래, 그러자. 양보해 줘서 고마워.”
그렇게 3차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에게만 강요할 일은 아니더군요. 남편에게도 말했습니다.
“우리 어릴 때 부모님은 거실에서 TV 보면서 ‘너네는 방에 들어가서 공부해!’ 하셨잖아. 우리가 폰 보면서 아이들한테 하지 말라고 하면, 그때 그 모습이랑 다르지 않을 것 같아.”
밤 10시, 도파민을 자극하던 화면이 꺼지자 집안은 본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고, 보드게임을 하고, 숙제를 합니다. 나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올해만큼은 욕심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굳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예전처럼 새벽 시간을 쓰려고요. 저녁 6시 전에는 무조건 귀가해 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때 집을 지키고도 싶고요. 어젯밤 첫째에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20년을 같이 산다고 치면, 벌써 3분의 2가 지나갔어. 이렇게 마주 보고 있을 날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거야.” 아이는 대수롭지 않게, 하지만 단단하게 대답했습니다. “아닌데? 난 서른 살 넘을 때까지 엄마 아빠랑 같이 살 건데?” 나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귀가 먹먹합니다. 병원에서는 찾지 못한 원인을, 나는 압니다. 어쩌면 이건 우리가 같이 겪는 성장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독립하기까지 남은 날은 대략 2,200일. 디데이 카운터를 세듯, 살살 보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