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다섯, 몸이 주는 신호

by 소믈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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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다섯. 나이 들면 한 해 한 해 몸이 다르다던 어른들 말을 실감합니다. 2026년이 시작되고 겨우 두 달 남짓 지났지만, 절반 가까이 골골거리며 병원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요. 올해 초. 위, 대장 내시경을 받았습니다. 작년 연말부터 위가 쓰리고 식도가 타들어가는 느낌이 잦더군요. 배에 가스도 자주 찼습니다. 대장암 가족력도 있어 불안했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4년 만에 검사를 받았습니다. 분명히 수면 마취를 했는데, 검사 도중에 눈이 떠졌습니다. 잠들지 않은 사람처럼 똘망 똘망 했죠. 다시 재워주지 않아 모니터에 보이는, 저의 대장 안을 라이브로 지켜봤습니다. 재워줘도 잠들지 않는 것도 나이 탓인가 싶더군요.


설 연휴 끝에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스트레칭을 해왔는데도 아프더군요. 침대에서 뒤척이기조차 버거웠습니다. 오른쪽 골반을 타고 내려간 통증은 햄스트링에서도 머물더군요. 며칠 버티다가 정형외과에 갔습니다. 작년 여름, 오른쪽 두 번째 발가락 골절 수술을 받았던 곳이었습니다. 의사는 허리 때문에 온 저에게, 발가락 상태도 보자고 했습니다. 철심이 박혀있는 것처럼 굳어버린 거 같다며 엑스레이를 찍어보라고 했습니다. 판독 결과, 힘줄 유착이 심해서 이대로 두면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좋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발가락 부근에 마취를 했습니다. 십여 분 뒤, 선생님은 유착된 부위를 강제로 분절하더군요. 고통은 없었지만 침대 위에 묻은 피가 고통을 말해줬습니다. 이조차 버거운데 허리에도 스테로이드제 주사를 맞으면 어떻겠냐 하더군요. 이미 에너지 고갈 상황이라 물리치료와 도수치료를 택했습니다. 도수 치료를 해 준 선생님 말로는 무리한 스트레칭이 원인이었던 거 같다고 했습니다. 운동을 쉬니까, 확실히 허리 통증이 나아졌습니다. 골반은 여전히 아팠지만요.


골반 통증을 안고 일주일쯤 지날 무렵, 목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침을 삼킬 때마다 목구멍 끝을 바늘로 찌르는 듯했습니다. 귀도 먹먹하고 눈까지 아팠습니다. 편도선염도 아닌 거 같고 중이염도 아닌 거 같습니다. 처방받은 약도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틀 연속 잠을 설쳤습니다. 다른 병원에 갔더니 인후염일 가능성이 높다더군요. 약을 전부 바꾸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오징어 땅콩과 냉동실 아이스크림을 넘길 만큼 좋아지고 있습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몸은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아침에 찍힌 베갯 자국이 머무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이토록 강렬하게 '늙음'을 일깨워 주다니요. 나이 든다는 건, 여태 경험하지 않은 신체의 반응을 견뎌내는 건가 봅니다. 원망스럽지만, 변화를 받아들이라는 신호겠죠.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고, 아프면 치료도 받아야 합니다. 호기롭게 버티면 낫는 나이는 아니라는 거죠. 45세라는 숫자를 인정하며, 3조가 넘는 세포가 주는 신호에 적응해야겠습니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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