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시작된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라파즈공항에서 다시 만난 볼리비아 가이드님의 얼굴엔 수심의 그늘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
이번엔 또 도대체 무슨 일일까?
자초지종을 듣자 하니 대충 이런 이야기였다.
우리 팀이 LA에서 놓친 라탐항공은 페루 국적기로, 남미 최대의 항공사다.
남미 투어를 하려면 절반 이상은 라탐항공을 타야 일정이 굴러갈 정도다.
항공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우리 팀이 예약한 모든 라탐항공 구간은 하나의 예약번호로 묶여 있는 상태였다.
첫날 LA에서부터 일정이 깨지면서 그 이후 예약도 결국 전부 망가졌고 모든 구간을 새로 다시 예약했다고 한다.
다른 구간은 모두 직항이라 별 문제 없었지만, 유독 라파즈–칠레 구간만 라파즈에서 페루 리마를 거쳐 칠레로 가는 환승편이라 그 구간에서 사고가 터졌다는 것이다.
항공 전문가가 아니라 지금도 왜 이게 불가 판정이 났는지는 이해가 안 되지만 문제는 환승시간과 짐 연결 부분이었다.
환승 시간은 고작 1시간 30분.
보통 환승은 게이트 to 게이트로 이동만 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무리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새로 예약된 항공권의 경우 짐이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즉,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를 받고
짐을 찾아
다시 티켓팅을 하고
짐을 다시 부치고
출국심사를 거쳐 탑승구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것도 단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 안에
하...
이건 또 무슨 색다른 재앙이냐?
한국 본사에서는 결국 볼리비아 라탐항공에 줄이 있다는 가이드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가이드님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단 하나.
짐 연결 불가
무조건 저 절차를 전부 다시 밟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해 보겠다는 가이드님을 무거운 마음으로 보내고, 나는 또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호텔 새벽 4시 출발이라 제대로 잠을 청할 수도 없었다.
다음날 새벽
나와 똑같은 벌건 눈으로 나타난 가이드님의 표정이 어두웠다.
역시나..
아무리 백방으로 알아봐도 짐 연결은 불가하다고 했다.
볼리비아 라탐항공측에서 아무리 사정을 해도, 정작 짐이 연결되는 구간인 페루 리마 본사에서 단칼에 거절했다는 것이다.
대신 볼리비아 라탐항공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와주겠다고 했다.
리마 – 산티아고 구간 티켓을 볼리비아에서 미리 발권
우리 손님들을 최대한 앞좌석에 배치해 비행기 도착하자마자 바로 뛰어갈 수 있게 만들기모든 짐에 priority 택을 붙여 수하물도 가장 먼저 나오도록 조치
라탐항공 특정 창구에 약속된 직원을 배치해 우리 팀 짐만 신속하게 다시 부칠 수 있도록 준비
요약하면 이거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전력 질주.
그리고 모든 과정이 기적처럼 착착 맞아떨어지기를 바라는 것.
그게 그들이 내놓은 최선의 시나리오였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손님들에게도 이 절망적인 사실을 설명했다.
다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이미 비행기를 한 번 놓치는 재앙을 겪은 분들이라 그런지
'여건만 된다면 뭐든 못하겠냐' 분위기였다.
다시는 그런 사태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며
'리마에서 달릴 준비 완료입니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주먹을 불끈 쥔 채 볼리비아 가이드님의 힘찬 화이팅을 뒤로하고 다시 페루 리마로 향했다.
페루 리마..
한밤중에 도착해 마추픽추 투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렸고
그날 밤 처절한 전투를 치른 뒤 정신없이 떠나야 했던 곳.
그래서인지
페루 리마는 나에게 아직도 공포와 두려움이 함께 떠오르는 도시다.
그래도 도와주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비행기만 제시간에 도착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리마에 도착하자마자 전력 질주하기로 결의를 다지며 페루 리마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과연 플랜대로 되었을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