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chan Lim - Liszt: Liebestraum No.3
퍽퍽한 세상 속, 내 마음속 심해와 같이 깊은 곳을 어루만져 주는 것은 예술이다.
그것은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도 있고, 글이 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오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운이 좋게도 음악을 8년이나 했었다. 지금은 아주 가끔 작곡을 하거나 가끔 노래방엘 가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로 즐기고 있지만, 음악은 한 때 나의 전부였던 첫사랑이다.
주로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듣는데 몇 개월 전 피아노곡이 듣고 싶어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연주한 사랑의 꿈을 들었다. 임윤찬이 연주하는 버전을 듣고 누군가 ‘사춘기 소년의 열병 같은 첫사랑’ 같다는 말을 했는데, 그 댓글에 격하게 고개를 흔들며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음악은 물론 그 댓글 덕분에 임윤찬의 연주와 사랑 푹 빠져버렸다. 글의 힘이기도 하다. 댓글을 쓴 이는 어쩜 그리 알맞은 표현을 했을까? 아무튼 임윤찬은 그 무섭고도 찬란한 감정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끈다기보다는 보여준다. 자기만의 사랑을, 열병 같고 바보 같던 사랑을. 똑바로 걷지 않는다. 휘청거리며 당연하듯 우울에 빠진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나오는 시몽이 연상된다. 음 하나를 누르고 공간을 만든다. 사랑에 빠져 경쾌한 발걸음으로 걷다가도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구렁텅이에 빠져버리는 사랑. 서투른 사랑이라 표현하고 싶지 않다. 그 시절 그 음악 속 우리는 진심을 다해 사랑했다.
https://youtu.be/bhYfOh6dn3o?si=cG46DFs6F8UkYpH5
누군가의 혼이 담긴 음악과 글, 그림으로 인해 우리의 순탄치 않은 인생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꿈꾸며 우리는 그 순간을 즐긴다. 과거와 미래를 떠올리지만 순간을 살게 하는 힘. 그것은 예술이 갖는 위대한 힘이다.
천재가 있으면 특별교육 시켜야 해요. 특권이 아니에요. 오히려 불쌍한 애들이지. 하나님이 인간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기 전에, 쓸모를 못 찾은 놈에게 눈곱 하나 떼어주면 그 아이가 화가가 되고, 귀지 좀 후벼서 넣어주면 그 아이가 음악가가 되는 거예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예술을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가난하다. 사회가 원하는 쓸모를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갖게 되는 가난과 차가운 시선. 예술을 선택한 대가는 너무나도 크다. 사회 내 쓸모를 주지는 않을지 몰라도 누군가의 죽고 싶은 어느 날, 희망의 싹을 트게 하는 물 한 방울이 예술이다. 그런 물 한 방울이 모여 구름이 되고 비를 내리고 강을 이루고 바다를 흐른다. 잊지 마라 예술하는 자들이여, 당신은 신의 눈곱이자 귀지이다. 또한 당신의 예술은 물 한 방울이니 그것으로 족하다. 나는 진심으로 그대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