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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순식 Jun 21. 2023

애플, 가로수길과 세로수길 사이에서

대로변(메인도로)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골목길(이면도로)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상가건물 투자자는 항상 고민된다.  


대로변(메인도로) 입지는 차량,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또한 대로변은 유동인구가 많고, 골목길(이면도로)에 위치한 상가건물보다 가시성이 뛰어나서 상대적으로 집객효과가 높다. 

대로변에 위치한 매장은 대부분 전면이 개방되어 있어 유동인구와 차량 이용객의 눈에 쉽게 들어온다. 

특히 대로변 사거리 중 코너에 위치한 상가건물은 가시성이 뛰어나 해당 상권에서 랜드마크가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대로변 상가건물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베이커리, 화장품 전문점, 병원, 은행 등의 업종이 어울린다. 



골목길(이면도로) 입지는 대로변에 비해서는 한적하다. 

주요 집객시설이나 배후수요가 없다면 상권으로 들어오는 유동인구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단점이 된다. 

물론 상업지역에 위치한 상권은 주간보다 야간에 활동하는 유동인구수가 많아 극명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대로변에 외면당하던 골목길 입지는 최근 ‘한적함’을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 복잡하고 단조로운 대로변을 벗어나 골목길의 조용하고 색다른 분위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되는 양상이다.  

대로변의 뻔한 대형 프랜차이즈는 주로 낮에 소비가 많지만, 유명한 골목길의 이색적인 카페와 음식점은 SNS을 통해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주, 야간 큰 차이 없이 발달하는 중이다.  


개성이 강한 상권은 대로변보다 골목길 입지에 투자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세로수길 지도 (ⓒJournal of Korea Planning Association)

번화한 상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골목길 입지에 모여든다. 

사람들이 주로 머무르고 소비하는 곳은 대로변이 아닌 골목길이기 때문이다. 

골목길은 개성 있는 매장들이 SNS를 타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유명세를 떨치기도 한다. 

SNS 덕분에 골목에 숨어 있던 맛집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골목길과 대로변 상가건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임대료이다. 

대로변 상가건물은 골목길에 비해 유동인구는 훨씬 많지만 임대료가 두 배 내지는 세 배 이상씩 높은 곳도 많다. 

그래서 대로변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은 골목길 상권으로 많이 빠지기도 한다. 


홍대와 종로의 관철동, 신사동은 골목길이 발달한 상권으로 유명하다. 

특히 신사동의 세로수길은 가로수길의 높은 임대료 때문에 골목길로 밀려난 카페, 음식점, 레스토랑과 주점 등을 중심으로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다. 

본래 가로수길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 때 은행나무를 심으면서 만들어졌다. 

2000년대만 해도 개인이 디자인한 의류를 파는 매장과 소규모 카페 위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2010년대에 들어 중국인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강남의 핵심 상권으로 급부상했다. 

이때부터 가로수길은 대형 프랜차이즈 플래그십 매장들이 경쟁하듯 상가건물을 통으로 임대하며 상권을 장악했다. 


가로수길 1층 상가건물의 통상 임대료는 월평균 510만 원 수준(1㎡당 8만 6900원)이다. 

이는 58.7㎡(17.8평) 면적 기준이다. 

만약 1층 상가건물의 면적이 100㎡(30.3평)이라면 통상 임대료는 869만 원인 셈이다.

통상 임대료 산식은 보증금 x12%/12개월+임대료+공용관리비이다. 


애플 가로수길점은 20년 간 600억 원에 상가건물을 통으로 임차했다. 한 달 월세가 2억 5천만 원인 셈이다. 

애플 가로수길점 (ⓒApple)


2018년 국내 최초로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한 애플스토어는 달아 오른 가로수길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애플이 20년 간 600억 원에 상가건물을 통으로 임차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년에 30억 원, 한 달 월세가 2억 5천만 원인 셈이다. 

애플의 파격적인 임대차 계약조건은 가로수길의 임대시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애플의 소식이 알려지자 가로수길에서 임대를 새로 놓거나 재계약을 준비하던 건물주들은 임차인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애플 가로수길점이 입점한 상가건물의 규모는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 용도는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서 연면적은 1287.28㎡(389.40평)이다. 

애플 가로수길점의 매장 면적은 487.94㎡(147.60평)이다.

 

엄청난 임대료 부담 때문에 가로수길에서 밀려난 젊은 소상공인들은 음식점과 카페를 창업하면서 골목길로 모여들었고,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골목길을 세로수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세로수길 입지의 임대조건은 3.3㎡ 당 보증금 2억 원, 임대료 40~50만 원을 형성하고 있다. (2023년 5월 기준)

가로수길 임대료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미 성장한 상권의 상가건물은 관리가 용이하지만 너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에 상가건물 투자자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상권에 투자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상권이 발달하면 대로변 상가건물은 대형 프랜차이즈 플래그십 매장들의 입점경쟁으로 인해 임대료가 크게 치솟는다.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의 뻔한 업종과 브랜드는 상권의 개성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임대료가 오르면 상가건물의 투자 가치도 단기적으로 상승한다. 


상가건물 투자자는 당장의 수익만 좇을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상권의 성장과 하락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안정적인 임대수익률이 나올 때가 상가건물이 가장 비쌀 때이기 때문이다. 

상가건물 투자자는 이미 성장한 상권의 입지에 무턱대고 투자하기보다는 배후수요와 개발호재 등을 잘 따져보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상권에 투자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https://brunch.co.kr/@cos-doc/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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