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에 못 쓰는 이야기

진짜를 찾아서

by 롸잇테리언






19년 간, 방송국에서 작가로 일하면서

진짜와 가짜를 골라내는 일에

몰두했다.



'진짜'만 찾던 이들은 방송국을 떠났고,

'가짜'를 빛나게 해 주는데

힘을 다 쏟은 이들은

공허에 빠졌다.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에 속아

인류애를 상실하기도 하고,

가짜처럼 보이는 진짜를 놓쳐

남몰래 TV 전원을 꺼버린 순간도 있다.



내가 찾으려던 진짜 세계는

과연, 대본 안에 있었을까.










나는 누군가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나,

가장 감추고 싶은 부분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수많은 진짜 이야기 속에서

내가 길어낸 것은 극히 일부분의 진실이거나,

타인이 보고 싶어 하는 클로즈업 컷이었다.



진짜의 진짜는

카메라에 찍히지 않았거나

원본 테이프의 59분 57초쯤에 살짝 스쳐 가거나,

내 휴대폰 속 녹취 파일에 옅게 묻어있거나,

대본에 썼다 지운 한 줄짜리 문장 속에만 있었다.




인생도 다르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속에 전시한

‘리즈시절’ 대본은

나의 불안을 감쪽같이 지워낸

반쪽짜리였고,



내가 나라고 믿었던 것들도

갑자기 찾아온 천재지변 앞에서

전부 ‘짝퉁’으로 판가름났다.




진짜를 찾기로 했다.




대본에 쓰지 못한,

대본에 쓸 수 없는,

그리하여 대본에 없는 ‘진짜’ 이야기를.



방송작가로서의 삶,

딩크족에서 쌍둥이 엄마가 되기까지,

그리고

드디어 ‘진짜’가 되기로 결심한 현재까지.






그러니까 이건....

19년 차 방송작가의

첫 '진짜 대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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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